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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아장커와의 첫만남

  • 분류
    lumpen PT
  • 등록일
    2007/01/01 23:45
  • 수정일
    2007/01/01 23:45
  • 글쓴이
    사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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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에 300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 일 수 있을까'
지난 30년간의 한국 근대화 과정을 반추해보는 90년대에 나온 소위 한 386세대의 소박한 에세이집의 제목이 오랫 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작년의 국제노동영화제에서 본 '콘크리트 혁명'이라는 최근 중국의 한 젊은 여성 다큐 감독이 만든 다큐 중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지난 30여년 만에 만년을 잃어버린 중국은, 이제 10여년 만에 지난 30년을 또 잊어버리려고 한다.' 라는 내래이션 역시 쉽게 잊혀지진 않을 것 같다.

 

세계가, 또 우리 한국이 '무섭게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IT 강국' ,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 이라든가  또는  세계사에서 심어 준 중국의 그 장대한 문화에 주목하고 눈으로 확인하러 몰려들 갈 때  내가 보다 궁금한 건... 그런 하이 파이한 큰 이야기들이 아니라,  그 곳의 나와 같은..  처혀진 현실에 부딪혀 힘겹게 살아가는 로파이적인 삶들의 진실이다. (어디 그게 중국 뿐 이겠나,... 인도나 태국이나, 일본이나, 스웨덴이나 영국이나   그 어느 곳에 대한 내가 가지는 관심은 그런 동시대적인 삶의 현실, 실재..적인 면이다. 과거의 신화가 아닌,  현재를 신화적으로, 다양한 개성과 색깔로 표현하는 시각들을 만나보면서 결국 나를 위로받고 싶어하고자 하는 욕망이랄까?)

 

'가짜를 믿는 중국인들에게서 슬픔을 느꼈다.' (지아장커)


여하튼, 나는 그러한 이유로 지아장커의 영화를 기다려 왔었다. 그리고 그의 '세계'라는 작품은 작년 개봉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오랫동안 내 마음에 자리 잡을 거 같다.
특별히 오늘의 내 삶이 비루하다 느껴지는 순간 순간마다 떠올리게 될 거 같다. 아니..  벌써 그 영화를 본 뒤로 수도 없이.. 거리에서 공허함이 느껴질 때마다 그 영화가 생각났으니까.

 

다행히도 지아장커와의 첫만남은 상대적으로 그의 작품 중 밝은 편이라는 '세계'로 그나마 소프트하게 이루어져 다행이다 싶다. 보다 래디컬한 그의 전작들을 마주 대하기엔 내가 너무 피곤하다. 

 

지아장커의 '세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작품은 프리드릭쇤 감독의 '버림받은 천사들' 이었다. 이 영화는 내가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게 느끼는.. 작품 중 하나인데, 그 작품에서 전해 오는 드라이하고 춥고 소외된 느낌이 같은 맥락으로 다가 왔다.  단, '버림받은 천사들'이 북유럽(또는 서구의 정서상) 관념적이고 철학적인(또는 분열적인) 면이 짙고 개인적이라면 지아장커의 '세계'는 보다 현실적이고 시대적으로 암울하다.

 

뜬금없이 벌써 삼개월 전쯤 봤던 영화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건, 올해가 가기 전(벌써 새해가 되었지만, 직장인에게 새해란 첫출근일부터이므로-_-) 꼭 지아장커와의 첫만남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나도..  쓰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무거운 숙제와 같았는데, 짧게나마 미숙한 글솜씨로 표현하고 나니 짐을 던 것은  같다.

 

올해도... 세상은 너무도 급변하겠지?  개인적으로는 전혀 낙관적이지도 않고 암울하기까지  한데, 지하 전영의 대표 감독이라는 지아장커는 그간의 자신과의 투쟁에 보상이라도 받듯 작년(벌써 작년..) 베니스에서 최고상까지 받았다.  그를 모르는 서양의 기자들은 놀랐다고 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감동 받았을 것이다.  (알려져야 할 것은 언젠가는 알려져야겠지.. 그걸 알아볼 눈을 신은 인간에게 주었으니까)

여튼 나도.. 그처럼 올해는 조금씩 희망이 보였으면 좋겠다. ㅠㅠ

 

이건 사족인데, 지아장커의 '세계'를 보고 나서 얼마 뒤에 한 펑크밴드의  친구가 (국내 최초..! 동방신기도 하지 못한)  중국 전국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지아장커식으로 말하자면 '지하전영 중국 펑크 투어'라고 해야 하나?) 나눈 농담 중 차이나 갱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참 재밌게도 지아장커는 바로 그 차이나 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미뤄둔 70년대 말 갱스터 이야길 해야겠지. 지금 시나리오 수정 중이고 이르면 내년 4월쯤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릭와이는 형제 이상이다. 내 내면을 읽는 이들은 더 있지만, 영상으로 그걸 표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까지 그가 유일하다. -지아장커' 

 

관련 추천 도서  '저 낮은 중국'  (앞에 언급한 다큐 중 '이제 중국은 또 지난 30년을 잊어버리려 한다...' 라는 부분에 해당하는 문화혁명의 격변기를 거친 오늘을 살고 있는 중국 '저층' 들의 인터뷰 모음 책이다.  2005년 우수 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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