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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장치 기획서 2안을 위한 준비

 

 

►왜 시간장치- 생리?

 

나: 분명히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은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차이를 너무 쉽게 인정하거나 아니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들이 간과된다. 

간과하고 넘어가는 지점들을 다시 짚어 줄 수 있는 작업이 됐음 좋겠다.

 

생리 공결제에 대한 논란도, 어쨌든 생리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어야 제도화가 제대로 되는데,  너무 바깥에서만 담론이 형성되니까 더욱더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작년 풀집에서 여성학 강의를 들었는데, 여성학자 정희진 왈, 학교에는 생리공결제보다 교사들에게 성폭력에 관한 지식을  심어 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성폭력에 관한 지식을 갖고 피드백을 해주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십분 공감하지만 생리 공결제 또한,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리로 인한 아픔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 

 

►방법적으로

 

나: 나는 생리라는 걸 즐겁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일단 몸이 너무 아프고. 생리 때는 온 몸에서 피냄새가 나는 기분이다.   

 

그러나 생리라는 것이 작업으로 보여질 때는 또 다른 문제다. 분명히 유쾌하게 갈 수 있다.

 

_:생리를 제어해보자  (기계적 장치 사용)

 

    하얀 판들이 원을 그리며 돈다. 특정한 날짜가 되면 빨간 점이 찍힌다.

1) 실제 생리와 연동하여 생리 양, 생리가 지속되는 기간과 관련짓는다. 생리양이 많은 날은 빨간 점이 많이 찍힌다던가 등. 관객들의 생리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하여 기록한다?  

2) 애니메이션 이용? 1초에 일정한 프레임이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의 특성과 생리주기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_: 양력아닌 음력과 연결시켜 보자 (2006년 작업 [달돌이]처럼)  

 

1) 용어정립:  생리, 월경, 달거리, 멘스... 어원조사. 언어에 관한 작업? 

2)  음력은 어떤 지점에서 힘을 받는가?  농사를 위한 달력? 혹은 양력의 반대극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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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마틴 [여성의 몸에 관한 의학적 비유:월경과 폐경]

에밀리 마틴(Emily Martin) / 출전:The Women in the body (Beacon Press, 1987) / 김희선 옮김

 

..(중략)..

그러나 우리에게 또다른 종류의 공포는 생산의 결핍, 즉 잘못 사용된 공장, 실패한 사업, 게으른 기계에 관한 것이다. 산업 활동을 분석함에 있어 위너(Winner)는 근대사회에서 과학기술체계의 중지와 붕괴를 '행동장애'로 표현하고 그것을 "궁극적 공포,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피해야만 할 상태"로 묘사했다.

..

월경은 생산에 실패한 생산체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명세서도 안 붙어 있고 쓸모 없고 잘 팔리지도 않고 버려지고 폐기되는 것을 만들어내는, 잘못된 생산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아무리 역겨워도 월경은 흘러나온다. 그릇된 방향으로 간 생산은 우리를 당황과 공포로 사로잡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

실패한 생산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월경에 적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냉소적인 의미에서 여성이 생리를 할 때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출산을 할 수 없고, 종을 지속시킬 수 없고, 아기와 함께 가정에 안주할 준비가 안되어 있고, 남성의 정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안전하고 따뜻한 자궁도 제공할 수 없다.

..

또다른 교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이 두 호르몬(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테론)의 급작스런 결핍은 자궁내막의 혈관에 경련을 일으켜, 자궁내막의 표면층으로 흐르는 피의 흐름이 거의 멈추어버린다. 결과적으로, 자궁내막의 표면층으로 흐르는 피의 흐름이 거의 멈추어버린다. 결과적으로, 자궁내막 조직의 상당부분이 죽고 표면이 벗겨져 자궁강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적은 양의 피가 껍질이 벗겨진 자궁내막 벽에서 새어나와, 다음 며칠 동안 약 50그램 정도의 피가 손실된다. 벗겨진 자궁내막 조직과 피, 그리고 껍질이 벗겨진 자궁 표면에서 흐른 상당량의 혈청액, 이 모두를 월경액이라고 하는데, 이는 약 3~5일간 자궁 조직의 수축에 의해 점차 밖으로 밀려난다. 이 과정을 월경이라고 한다.](Guyton, Physiology, P.525)

 

 이 교재의 설명에도 파국으로 치닫는 분해의 이미지, 즉 '멈추어', '죽고' , '껍질이 벗겨져',  '손실되고',  '밀려난다'등의 단어들이 나온다. 

 이것들은 중립적인 단어들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분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모든 교재가 월경을 묘사함에 있어 그 같은 다량의 부정적인 용어들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인되지 못한 문화적 태도가 그같은 평가적 단어들을 통해 과학적 글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다. 

..

나의 논의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 있다면, 그것은 객관적 의미에서 월경은 하나의 붕괴와 퇴화의 과정일 뿐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특정 단어들이 사용되는 이유는 그 용어들이 실제로 발생하는 일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나는 월경과 근본적으로 유사한, 몸 안의 다른 과정들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반론을 제기하려 한다. 이는 그 과정들도 어떤 내막의 허물 벗겨짐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것도 붕괴와 퇴화의 용어로 묘사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위(胃)의 내막도 정기적으로 벗겨지고 대체되며, 정액도 남성의 여러 관들을 통과할 때마다 떨어져나간 세포물질을 흡수한다.

 위 내막은 소화중 생성되는 염산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위에 인용되었던 교재들에서는 점액의 분비, 점액세포가 위산에게 주는 간벽, 그리고 위 내벽의 정기적인 재생에 강조점이 두어져 있다. 여기에는 퇴화, 쇠약, 퇴보, 복원, 혹은 보다 중립적인 단어인 허물벗음, 벗겨짐, 대체 등과 같은 용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위액분비의 주된 기능은 단백질의 소화를 시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위벽은 그 자체가 거의 단백질인 부드러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위의 표면은 자신이 소화당하지 않도록 특히 잘 보호되어야만 한다. 이런 기능은 위의 모든 부분에서 대단히 풍부하게 분비되는 점액에 의해 주로 수행된다. 위의 전체 표면은 아주 작은 점액세포층으로 뒤덮여 있고, 점액세포는 거의 전체가 점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점액은 위액분비로 인해 위장 벽의 깊은 안쪽층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Guyton,Physiology,p.498-499)

 

생리학 입문서의 이런 설명에는, 강조점이 근육과 위벽의 보호에 두어져 있다. 그것이 월경과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점액세포층이 분명히 지속적으로 벗겨져나간다고는(그래서 소화된다고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비록 내가 참조한 모든 일반 생리학 교재가 월경을 복원을 필요로 하는 분해의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전공 교과서에서만은 위 내막에 관해서는 보다 중립적인 용어인 '벗겨짐'과 '재생'으로 묘사하고 있다. 위 내막과 자궁내막에 발생하는 일에 대해, 우리는 부정적 시각으로는 복원을 필요로 하는 붕괴와 쇠퇴로 볼 수 있고, 긍정적 시각으로는 지속적인 생산과 보충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동전의 양면, 즉 여성과 남성 둘 다 가지고 있는 위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이 선택되는 반면, 오직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자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선택되는 것이다.

 

..(중략)

 

출처: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의 상품화 그리고 저항의 가능성 /조애리 외 옮김/ 한울 펴냄

[여성의 몸에 관한 의학적 비유: 월경과 폐경], 에밀리 마틴, p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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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 [달돌이], [운동화]

moo [달돌이] 2006

 

moo [운동화] 2006

 

 

 [운동화]에서 신발끈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생리대 봉지를 가로로 길게 잘라 땋아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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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 [화이트]

두눈 [화이트] 2007

310*210*180(MM) / 생리대, 손톱, 아크릴

 

출처: http://dun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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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영 [몽유생리도], [픽톤 파라다이스]

박윤영 [몽유생리도Sleeping Beauty Pad] 2004

 

 

출처:www.neolook.com o4o8o3b.htm

 

박윤영 [픽톤 파라다이스Pickton Paradise]2004

병풍에 생리대, 비디오 영상

출처: www.neolook.com 040607c.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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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장치 기획서 피드백 1

3월 27일:

- 생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피로젖은 청바지? 패션으로서의.

 

→4월 3일 제출한 기획서에서, 광목천에서 면팬티로 바꾸다.

    

4월 3일:

-의도와 목적의 차이. 의도는 간단히 쓰고 목적에서는 노렸던 효과 상세히 기술. 상세설명이 필요한 것은 따로 설명할 것.

 

→ 4월 16일 제출한 기획서에서, 편집방식 바꾸다.

 

-단순 실험이 아니라 아트프로젝트로서의 조건을 갖출 것. (레이어가 얕다고 느껴짐)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 고려할 것. 관객 동선과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생각하라. 디테일 필요. 면팬티를 진공팩에 넣는다면? 어떠한 형태로서 완결될 것인지 생각할것.

 

4월 17일:

 

-유머러스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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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장치 기획서 1안

  

[여자&남자]   


차이, 신체의 작동방식, 분비물


 (1) 목적

남녀간 신체순환의 차이를 하나의 시간단위로서 보여지도록 한다.


 2) 의도

시간은 언어와 같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하나의 약속이다. (소설 [책상은 책상이다]*) 특히 자가생산보다 상호교환으로 생활이 이루어지는, 근대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사회와 개인의 사이클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여성의 신체주기는 남성의 신체주기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배제된다. 대표적인 예가 생리공결제에 관한 논란인데, 여성의 신체순환은 남성의 신체순환과 달라 체제적 보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해 자리잡기까지 혼란이 일고 있다.          


(3) 어떻게?

1. 남, 녀 각각 흰색 면팬티를 30여장 준비.

2. 하루당 하나씩을 입고 벗는다. 벗은 팬티는 진공 팩에 넣고 날짜를 쓴다.   

3. 한 달이 지나가면 팬티들을 날짜의 순서대로 걸어놓는다. 

 

-참고: 메리 켈리 [산후기록Post Partum document]

       문화적, 과학적, 정신분석적, 언어학적, 고고학적

       표현양식을 사용하여 6개의 섹션과 165개의 파트로 구성. 

       런던의 현대미술연구소에서 1979년 전시회 열림.

       켈리 이후의 기록적 작품들: 미국 작가 마사 로즐러의 ‘부엌의 기호학’,

        ‘단순히 얻어진 한 시민에 대한 중요한 통계’

       케리 메이 윔스의 ‘가족 사진과 그 이야기’  


       크리스틴 리드보치 [월경의 피로 칠한 벽지MenstrualBlood Wallpaper]   

       여성의 신체를 시각적 즐거움으로 보는 관점의 해체 


       http://orbiterdesigner.com/distance/


*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주인공은 책상을 책상이라고 부르는 상황에 의문을 갖고, 사물들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매몰된 그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언제나 빙긋이 웃기만 한다.

 

원안작성 ~4월 3일.

 1차수정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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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 [붉은 깃발]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붉은 깃발Red Flag] 1971

 

 

페미니즘 미술의 이해. T. 구마 피터슨,  P. 매튜스 지음. 시각과 언어 펴냄.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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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켈리 [산후기록]

 

메리 켈리Mary kelly [산후기록Past Partum Document] 1975

[여성.미술.이데올로기/ 로지카 파커, 그리젤다 폴록 지음],  [페미니즘 미술의 이해/T.구마 피터슨, P.매튜스 지음], [여성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 의 세권의 책에서 따온 자료들로 포스팅함.

 

 (*클릭하면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커집니다)  

여성.미술.이데올로기. 로지카 파커, 그리젤다 폴록 지음. 시각과 언어 펴냄. p209-217.

 

p209-210

케네스 로빈슨kenneth Robinson이 [펀치punch](1978년 9월 6일)에 쓴 [변덕스런 화랑]이라는 제목의 리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나는 런던의 헤이워드 화랑에 그런 해방된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싫다." 그리고 나서 메리 켈리Mary Kelly의 작품만을 뽑아냈다.

 

-이 지긋지긋한 여성이 한 것이라고는 성장하는 어린아이에 관한 생각을 기록한 문서와 부모의 신체에 대해 아이가 처음으로 던진 중요한 질문들을 액자에 넣어 몇 개나 되는 벽면을 채운 것이 전부이다. 그 질문들을 보고 내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여성지에 매주 게재되는 지겨운 얘기들이다. 그래도 나는 퀸 샤롯 병원(서런던에 있는 산부인과)의 대기실이나 마더케어(mothercare:유아용품, 여성용품을 취급하는 체인점:옮긴이)의 휴게실에서는 사뭇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헤이워드에서 그런 것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p217

이 페미니스트의 작품에 대한 방어는, 단순히 그 작품을 상투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전혀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다.  켈리가 아이에게 먹인 음식과 배설물의 기록을 전시하자 한 신문만화는 자신의 버릇없는 어린 아들을 지켜보고 있는 매우 지친 아버지를 묘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는 멀리 있는 아이의 엄마에게 이렇게 외친다. "어린 헨리가 지금 막 카펫 위에 다른 예술작품을 만들어 놓았소." 그녀의 작품을 조롱하고 인정하지 않는 이 신문만화는 미술 오브제와 창조성에 대한 기존의 제 개념들을 의미심장하게 다시 강조하는 것이며 예술작품이나 창조성 같은 것들이 이 만화 속의 작은 남성의 것이 됨은 당연하다.

 

 

 

 

 

 

 

페미니즘 미술의 이해/T.구마 피터슨, P.매튜스 지음/시각과 언어 펴냄

P.96

<산후기록, 자료II>의 녹음중인 마리 켈리와 아들 켈리 베리, 1975.

<산후기록, 자료IV>(부분)석고 주형, 천, 종이.1975.

<산후기록, 자료VI> (부분) 수지와 석판 위에 에칭. 1979. 

 

 

 

 여성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 미메시스 발행. 90쪽.

[산후 기록:기록 I, 배변 얼국 분석과 수유 차트 Post-Partum Document: Documentation I, Analysed Faecal Stains and feeding Charts],1974년.

투명 아크릴 유리, 흰색 판지, 기저귀 천, 비닐 시트지, 종이, 잉크.

7개 중 하나. 각각 28*35.5cm.

빈 E. A.게네랄리 재단 소장.

 

90쪽:

1973년 당시 [산후 기록]은 <어머니/자녀 관계를 시각화한 작품이자 계속 진행되고 있는 하나의 분석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작품은 연속적인 6부작, 전체 135개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어서 이것은 하나의 전시회로 성장했고 다양한 장르에 적응해 나갔으며 (일부는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 내 욕망을 깨달으면서, 또 나머지는 거기에 반항하고 거스르면서)하나는 책이란 형식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했다. -메리 켈리, [산후 기록]서문, 198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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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월경대 찾아 삼만리]

-중략-

 

대안 월경대 전도사, 소수 민족 여성을 인터뷰하다

 

 나는 '두꺼운 광목천→일회용 생리대→대안 월경대'라는 단선화된 진화의 도식을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 일회용 생리대에 점령당한 여성들에게 "이것 보세요, 대안 월경대예요!" 하고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수 민족 여성들로부터 나는 항상 똑같은 답을 들어야 했다. "빨아 써요? 너무 번거롭네요." 이런 반응은 한국에서 숱하게 겪었다.  

 그런데 왜 나는 윈난까지 가서 '미개인'을 교화하는 선교사마냥, 그 계몽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던 걸까? 서울이나 윈난이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는 마찬가진데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곳 여성들을 '여성' 이라는 한 범주로 묶기는 무리가 있었다. 경제 수준, 직업, 나이 등 개별 조건에 따라 여성들이 몸으로 겪는 경험이 다르고 달거리대에 반응하는 방식과 내용도 달랐다. 의사 어머니를 둔 바이족 여대생은  내가 소개하는 천 달거리대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는데, 그녀의 어머니 왈, 일회용 생리대가 깨끗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그녀는 중국제 생리대를 쓰고 있었다.

 반면, 여행사를 경영하는 이족 여성은, 중국산 생리대는 더럽기 때문에 자신은 일본에 사는 언니가 국제 우편으로 부쳐 주는 일본제 생리대만 쓴다고 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중국산을 쓰게 될 때는 햇볕에 널어 소독을 해서 쓴다고 했다.

 또 어떤 다이족 할머니는  일회용 생리대를 구경도 해 보기 전에 완경을 했다고 했다. 달거리대로 사용한 천을 빤 뒤에는 빨랫줄에 걸어 놓고 그 위에 수건을 덮어 두었다고 했다.  다른 옷들과 함께 널어 두기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며느리는 1990년대 초반부터 천에서 일회용 생리대로 전환했다. 할머니의 일곱 살짜리 손녀는 아마도(내가 선물한 대안 월경대를 쓰지 않는다면) 초경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윈난성에서 맞은 달거리

 

..

중국 윈난성에서 나는 한국의 1970년대 근대화 과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시골 여성들은 밥벌이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고 저학력에 별 기술이 없는 그녀들이 도시에서 제일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청소와 빨래를 해 주는 파출부가 대부분인데, 고된 노동에 임금 체불이 일쑤라고 한다. 아침 식사를 길거리 호떡으로 급하게 때우고 출근하는 그들에게 달거리란 생명의 힘을 느끼고 환희를 각성하는 원천이 아니라, 반갑지 않고 거추장스러운 행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감쪽같이 '처리' 해야 할 문제이고.

 

일회용의 위력

 

이후 나는 열심히 생체 실험(?)을 했다. 중국의 일회용 생리대들을 여러 가지 사서 써 봤다. 중국어로 '위생건'이라는 일회용 생리대 중에는 소독약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제품들도 많았다. 시험 삼아 써 봤는데, 보지가 화끈거리는 느낌에 차고 있기가 난감했다. 이런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이 그대로 중국 여성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건강을 망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많이 썼다는 '위생지'도 재래시장에서 사다 써 봤는데, 넓은 휴지를 둘둘 말은 것이었다. 한 장을 꺼내 착착 접어 팬티로 몸에 밀착시키면, 신문지 위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위생지를 팔던 노점의 할머니가 "요즘 누가 이런 걸 써"하셨는데, 그 버석거리는 느낌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런 휴지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새하얗고 편리한 일회용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떻게 거기에 반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  

 

생명의 여신도 월경이 부끄러웠을까?

 

..  윈난성에서 지낸 한 달 동안 가장 충격적이던 일은, 모계 사회로 유명한 모수오족 여인들조차 월경을 더러운 것,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던 모습이다. ..

달거리대를 바느질하고 빨아 쓰기는 분명 귀찮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기를 원하는 여성에게조차 그 가능성을 빼앗아 버리고, 근대화 과정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몸과 월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기회나 대안적 정보에 대한 접근도 차단된다는 문제의식을 안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월경대 찾아 삼만리], 고은 - 여행 좋아하세요?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자들을 위한 안내서. 유이 엮음. 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 펴냄.

p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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