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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기타가와 야스시 저)

 ‘편지가게’(기타가와 야스시 저)

201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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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감문은 ‘편지가게’처럼 존댓말로 쓰고 싶군요. 이 글 역시 당신에게 드리는 저의 편지니까요.^^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책 ’편지가게‘는 일본의 20대 청년에게 보내는 저자의 편지입니다. 장기불황 속에서 발생한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과 프리터(Free+Arbeiter)로 표현되는 일본의 청년실업과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는 중요한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현실도 이에 못지않게 열악합니다. ‘88만원 세대’는 단지 청년의 고용현황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전체 고용시장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사실, 저는 소위 자기계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몇 권 읽어보기도 하였지만 ‘변화하라’는 메시지가 달리는 말에 내리쳐지는 채찍과 같은 끔찍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이라는 용어도 동아시아 일부에서만 쓰는 용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모든 일을 살펴볼 때 두루두루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어떤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로만 파악해서는 안 되듯이 일이 안되는 탓을 자신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2.

‘편지가게’는 주인공 료타가 우연히(?) 발견한 편지가게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하는 직업관과 성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픽션인 내용이지만 저자가 자신을 도와준 대학생을 위해 쓴 책이라 저자가 보내는 응원의 편지인 셈입니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료타에게 편지가게는 돈으로만 환산되지 않는 자신만의 교환가치를 가질 것을 조언하고, 스스로의 꿈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국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보다는 자신이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과 그 꿈의 실현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을 조심스레 말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솔직히 저자의 어떤 생각에 대해서 저는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인간’이라는 일본식 용어와 비슷한 저자의 취업관이나 취업이 꿈의 실현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어버린 현실과의 괴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하라는 말은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사이 저의 고민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3. 

얼마 전,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청소년 쉼터의 젊은 실무자들과 밥을 먹는데 한 분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우세요?”

저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15년의 직장 생활에서 일과 저의 꿈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지 ‘수단’이고, 거쳐서 가야하는 ‘경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노동’과 나의 ‘이상’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후회스러운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어제는 형님과 술 한 잔을 하다가 말미에 고3인 조카와 같이 자리를 했습니다. 조카는 진로에 대해 2년 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해서 나름 짜고 있는 전략도 들려주는 조카에게 왜 그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잖아요.”

사내아이인 조카의 꿈은 간호사였습니다.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 의대는 못 가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조카는 예전보다 부쩍 커버린 모습으로 저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보다 그 일을 통해 자신이 기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4.

어릴 적부터 꽤 많은 일들을 해보았습니다. 몰래하다 누나에게 걸려 혼난 신문배달부터 노가다, 공장 일과 노점 장사,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일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돈을 버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맺었던 다양한 사회관계 역시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새롭게 세상으로 걸어가는 청춘들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에게 맞고, 즐거울 수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편지가게’가 이야기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대응원단’의 한 명으로 저 역시도 도움이 되겠다는 말로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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