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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쓰는 라오스 여행기(2013.09.27.~10.11) / 09.27~09.28 이야기

입으로 쓰는 라오스 여행기(2013.09.27.~10.11) / 09.27~09.28 이야기

 

1. 라오스에서 세 번째 밤

한가로운 라오스의 밤 나절이다. 우리는 점심 먹고 한 시간만 잔다는 낮잠을 세 시간이나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이제야 동네를 둘러보고 들어왔다. 그러면 어떠랴? 이곳은 느림이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LAOS)이니 말이다.
지금 우리는 라오스 남부의 볼라벤 고원 한 켠에 있는 땃로(Tad Lo) 마을에 있다. 라오스어로 ‘땃(Tad)’은 폭포라는 뜻이다. 이곳 볼라벤 고원 주변에는 특히 폭포가 많아 커피 투어와 함께 폭포 투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볼라벤’, 어째 많이 들어본 단어가 아닌가? 일찍이 나의 여행 일정을 기억하는 분들은 눈치 챘을 거라 믿는다. 바로 작년 8월 말의 나의 제주 여행을 무려 이틀이나 미루게 했던 그 태풍, 볼라벤이다! 라오스 남부의 고원, 볼라벤은 연중 서늘한 날씨로 커피와 차 농업이 발달된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늘과 내일 머물 예정이다.
어제 비엔티엔에서 슬리핑버스가 출발한 시간은 저녁 8시 무렵이었고, 우리는 오늘 아침 7시에 팍세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어제 밤 6시부터 우리는 썽태우(트럭을 개조한 버스)를 타고 슬리핑버스가 있는 곳까지 승객을 찾아 돌아 다녔고, 오늘 아침에도 팍세에서 내려 땃로까지 로컬 버스(우리 시골 버스)로 이동을 마친 시간이 10시 이니 물경 16시간을 버스를 5번 갈아타며 이동한 셈이었다. 피곤한 하루이긴 했다.


2. 내가 라오스로 온 이유

여행 일정을 확정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아내와 근무 반이 다르고, 겨우 3명이 한 개 조로 교대 근무를 하는 곳이다 보니 일정을 어찌 잡아야할지 고민스러웠다. 일단 같이 근무하는 분들에게는 2주간의 일정을 일찌감치 양해를 부탁드렸고, 다행히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아내는 인사이동을 예정하고 있어 어찌 될지는 몰라도 일단 일을 저질러 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지를 라오스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진에어 덕분(?)이다. 진에어 직항이 작년부터 열렸다. 그래서 내가 편히 갈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한 이유와 그래서 한국사람 단체 관광객이 더 많이 올 것이므로 그 전에 빨리 오자는 이유가 치사하게 묶였다. 솔직히 치사하지만, ‘떼’로 무리 짓는 것만으로도 용감해지는 분들 덕택에 모른 체 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라오스를 처음 접한 것은 5년 전 이었다.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아직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지만 그 표지 사진과 책 제목만으로도 나에게는 티베트와 더불어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재작년, 여권을 잃어버려 결국 티베트는 가보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음 여행지는 어디냐고 묻는 아내의 물음에 나는 라오스라고 바로 대답했었다.
여행 일정이 6주로 가까워오자 솔직히 안달이 났다. 일주일 단위로 카운트다운을 하다가 2주가 남자,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2주가 라오스에서의 2주하고 다를 리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라오스에서의 만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수도 비엔티엔(VIENTIEN), 혹은 위앙짠

라오스 고유명사를 영어로 표기할 때, ‘V’는 묵음으로 발음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앙짠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아직 입에 배지 않는다. 
비엔티엔은 한 나라의 수도로서 너무나 소박한 모습이다. 나는 왓타이 공항에서 택시로 숙소로 이동하면서 기사 아저씨의 수줍은 친절에서부터 벌써 라오스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20달러로 예약한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인 ‘미싸이 파라다이스’의 나이 어린 스텝들도 영어를 못해 머쓱해할 뿐, 예쁜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도시인지라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친다고 웃지는 않는다.
소문난 비어라오를 숙소에 오자마자 한 병 비우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빵과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가까운 여행자거리를 먼저 돌아보았다. 환전도 하고, 팍세로 가는 슬리핑버스 표를 예매하기 위해서였다. 몇 군데 돌아보다가 표는 묵었던 숙소에서 예매하였다. 18시 반에는 돌아와서 픽업 차량을 기다리란다.
그 다음으로 국립박물관을 찾아갔다. 그래도 명색이 국립박물관인데 낡은 시골 분교 같은 모습은 안타까웠다. 옛 란쌍 왕국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의 일부만이 고고학적으로 발굴되고 보존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낡은 액자에 담긴 사진들로나마 라오스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독립을 위한 투쟁을 볼 수 있어서 좋은 순간이었다.
국립박물관을 빠져나와 물 꺼진 남푸 분수를 지나 아뉴봉 공원에서 라오스인들이 좋아하는 인물인 챤티뉴아봉 왕의 동상을 바라보았다. 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라오스 왕국의 독립을 위해 태국과의 한판 전쟁을 이끈 왕이었다. 왕의 동상에는 라오스인들의 기도를 담은 향과 꽃이 둘려있었다. 먼 역사에서는 현재 태국인 샴 왕국과 베트남 후에 왕조, 버마 사이에서 잦은 침략을 당했고, 가까운 현대사에서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이어 미국에게 ‘조용한 전쟁’이라 불리는 미국의 베트남전 보급로 차단 명목의 폭격과 학살을 당했던 라오스였다. 도대체 주변의 침략에 대해 이겨본 적이 없는 나라인데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나 역시 왕에게 경의를 표한다. 
공원의 바로 앞에는 대통령 궁이 있다. 이 소박한 나라는 대통령궁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도 경비 병력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정문 앞에 교통경찰 한 명만 있을 뿐이다. 대통령 궁을 중심으로 정부 각 부처가 5~6층 정도 되는 라오스 양식의 건물 6개 동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빌딩과 같은 (그것이 첨단의 빌딩일지라도) 건물은 내가 본 것은 세 개 정도였다. 그 중 하나는 현대차가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라오스식 건물이 정감이 가더라. 자꾸 맘에 드는 것만 보여서 큰일이다.^^.
본디 다른 이들의 여행기에는 비엔티엔 여행은 자전거를 타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못타는 아내 덕택에 걷기를 선택하였다. 물론 점심 식사로 쌀국수를 잘하는 집을 찾아서 걸어갔다가 지쳐서 바로 툭툭(오토바이 개조 택시?)을 타주었다. 
우리는 시사켓 사원과 호파깨우 사원을 지나치고 탓루앙으로 향했다. 두 곳을 지나친 것에는 미니마트를 찾아 물과 얼음을 찾아 헤매다 오전 개장 시간을 놓친 까닭도 있다. 라오스는 모든 관람물을 점심시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하는 사람에게도, 관람물에게도 점심시간을 허락하는 이 여유는 어찌 자유 무역되지 않는다 말인가? 탓루앙은 사방 30여 미터의 황금으로 칠해진 탑 사원이다. 탓루앙에서는 돈 많은 사모님이 스님들의 가사(승복)를 새로 준비하며 시주를 하는 행사가 잠시 열렸다. 아직 수련중인 듯 한 스님들이 참석하여 사모님 보살로부터 옷과 돈을 기부 받았고, 다른 스님들은 행사 진행과 사진 촬영을 하였다. 
어째 사원이 없으면 마을이 아니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불교와 사원, 승려에 대한 존경이 깊은 나라이다. 불심으로 오랜 역사의 고난도, 세상의 어려움도 고뇌도 이겨 왔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 이상 평가할 근거가 없다.
빠뚜싸이는 독립기념문이다. 우리로 치면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진 광장인데 원조 받은 시멘트로 식민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떠서 만들었다. 물론 겉 디자인만 그렇고, 내부의 부조는 철저히 불교의 그것이다.
예정시간 보다 일찍이 픽업차량이 왔다. 한 시간 반가량 시내를 돌며 사람을 태우다가 남부의 버스터미널로 데려간다. 같은 픽업 차량을 탄 7명 중 5명이 팍세 행 슬리핑버스를 동행하게 되었다. 슬리핑 버스는 2층 침대로 만들어 누울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내 키가 딱 맞을 정도이니 동양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어쨌든 초반에는 조용했던 버스는 중국인 아저씨들 4~5명이 타자마자 시장통처럼 바뀌었다. 
그래도 피곤이 우선이라 잠은 쏟아졌다. 꺼지지 않는 에어컨 덕에 벌벌 떨면서도 잠은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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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묵은 숙소 뒤의 흔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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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뉴봉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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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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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뚜사이(독립기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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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 버스, 2인용 자리. 양해구하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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