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4 14:14

이틀 폭우에 밭은 잠기나.

 

일요일 비가 그쳤다. 꽤 긴동안 가물다가 이틀 내리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시원한 비. 덕분에 더위가 식는 것 까진 좋았는데, 밭에 물길이, 도랑이 생겨버렸다.

 

 

곳곳에서 발견 되는 침수의 현장. 물구덩이가 정말 물구덩이 됐고, 토마토, 가지, 오이, 땅콩, 감자, 고구마, 상추 가릴 것 없이 물이 고였다. 공룡, 숲날이랑 한참을 삽, 괭이, 호미를 동원해 물꼬를 트려 했으나 잘 안돼서 낑낑대고 있는데 지나가던 옆밭 손모내기 할아버지 한 말씀. "에이, 힘들게 힘 빼지들 말어. 그냥 놔두면 다 빠져"

 

 

 

그래서 대충 삽질은 포기하고 잡초관리, 솎음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이 정도 비는 며칠 빠질 동안 기다려 줄 수 있는데, 장마대비는 필요할 것 같다. 특히 땅 솎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을 위해.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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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3:46

평일 밭에서 놀며 일하며.

 

해질 무렵 밭에 갔다. 5시가 넘었는데도 뜨거운 볕. 그래서 더운 밭.

서쪽으로 기우는 해그림자를 크게 만들기 위해 비스듬히 파라솔을 눕히고 안으로 쏙 들어간 보니비.

 

 

챙겨온 김밥과 참외를 먹고, 딸기를 따 먹었다. 사실.. 실물은 꽤 조그맣다. 산딸기보다 조금 큰 정도.

 

 

노란 꽃이 진 자리에 연둣빛 알맹이가 알알이 맺힌다. 이육사의 청포도 보다 진한 초록으로 방울토마토가 열리고 있다. 아직은 그린 토마토. 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려!

 

 

그래도 무엇보다 귀엽고 예쁜 시금치아줌마 땅콩. 아카시아 같은 잎은 연둣빛으로 잘 자라고 있는데 땅 속에서도 알알이 구불구불 땅콩깍지를 달고 있으려나. 이처럼 기다림을 요하는 아이들이 좋다. 기다리며 돌보며 상상하고 기대하는 즐거움. :)

 

 

감자잎에 보이는 이 벌레. 뭐지.. 책에서 본 거 같은데. -_- 감자꽃을 따주며 보이는 족족 쿡.. 눌러 죽였다. 그냥 먹게 내버려 둘 껄 그랬나도 싶지만 유목, 채취하는 삶이 아닌 이상 피하기 힘든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생협에선 벌써 하지감자가 출하도 되고 예약도 받고 있던데. 올해 감자값이 금값이란다.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확 줄었다는. 올해 우리 감자는 아마도 알이 작을 것 같다. 그래도 그만큼 맛은 진하겠지.

 

 

감자꽃 부케를 만들더니 아욱은 코사지가 됐다. 가슴에 꽂고 다니면서 배고플 때 즉석에서 국도 끓여먹고 무쳐도 먹으면 좋지 않겠나. 결혼식 부케와 어버이날/스승의날 카네이션 이런 거 몽땅 텃밭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가능. 결혼식 같은 건 되도록 안 하는 게 좋지만 만약 한다면 밭에서 같이 일하고 열무국수 먹으며 두둑따라 입장하고 뭐 이런 거 좋을 것 같다. ^-^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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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3:25

빈농집 새끼 마당고양이

 

생선대가리나 뼈, 다시멸치를 마당에 던져 놓으면 귀신같이 냄새를 맡곤 담을 훌쩍 넘어오는 길고양이 한마리. 황갈색 얼룩무늬, 고양이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붕이나 담벼락에서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그놈(인줄 알았는데 그녀였다. +_+), 그녀가 새끼를 낳았다.

 

 

 

여자방 앞 샷시문을 열어놓고서 책을 읽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뭔가 부스럭 거린다.

고개 들어 보니 어미 고양이가 화장실에서 째려보고 있네. -.-;; 날이 더워 물이 고팠나보다. 어미는 험하게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남아 있다. 살짝 험상궃고 거친 인상(?), 고양이상(!)이다. 한참을 째리다 유유히 사라졌다.

 

 

새끼들을 위해 냄비에 물을 담아 밖에 내놓았다. 멸치 몇 마리도 동동 띄워.

고양이를 오래 키워온 지음에게 전화해 도둑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뭘 주면 좋냐고 물었더니

'걔들이 도둑질하는 것 봤냐!'고 한다.정말.. 그렇네. ^^ 오히려 고기생선잔반처리고양이가 맞다.

길고양이 보다도 마당고양이, 지붕고양이, 유랑고양이고.

 

 

 

오전내내 메신저 주문이 없는 것에 용기를 내어 벼르고 벼렸던 먹염색을 했다.

발수건, 뒷수건, 손수건, 티셔츠 등 허여멀건한 것들 몽땅 먹물에 투입. 약국에서 산 백반을 넣고

푹푹 삶아 햇볕에 널어 말린 후 다시 빨아 널었다.

스님이 된 것만 같다. 마음은 중생이지만 옷이나마 도반일세. 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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