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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와 알타리와 열무가 잘 자랐다.
느리게 자라는 것 같더니 날이 풀리고 비가 좀 와주니 금새 훅훅 자라버렸다.
지난 주였나 솎아서 1차로 김치를 담아 먹었는데 맛있었다.
이번 주말, 너무 자라 질겨지기 전에 대강 다 수확하기로 했다.
비료나 농약에 쓸 돈도 에너지도 없고 당근 쓰기도 싫고 그러다보니 자연 유기농.
귀찮아서 벌레도 안잡아 주고 태평농법으로 길렀더니 벌레먹은 얼갈이, 벌레먹은 열무.
몰골이 흉하지 않을 만큼, 벌레들이 살짝 시식한 정도다. :p
판매나 나눔의 목적은 어쨌거나 기껏 씨 뿌려 키운 것들 남김없이 맛있게 잘 먹는 것.
누구에게 팔고, 누구에겐 줄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
애초에 판매하려던 자연학교 껀이 취소되어 급히 나눔+판매인단을 꾸렸다.
공뇽은 자연학교 학부모들 위주로,
난 핸드폰 속 사람들 중 김치를 담궈먹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고 되도록 가까이 사는 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연락을 돌려 현재 열다섯 명에게 알타리얼갈이열무 팔거나 나누게 되었다.
올해 수확물 중 첫 판매라 어리버리. 이번에 판매하고 나눠보면 좀 감이 생기려나!?
배달문제도 있으니 직접 와서 뽑아가는 거 아니면 우리밭 반경 5-7km 내에서 판매하면 좋을 듯.
그럴 경우 서울은 마포/은평/서대문구 정도고 경기도는 고양/행신/화정/원당쯤.
가격은 생협가 기준으로 배달일 경우 동일하게, 직접 와서 솎아가면 반값이면 어떨까?
(해당지역에 사는 진보블로거들, 환영해요! ^-^)
부슬부슬 안개비 비가 내리는 아침, 아기새를 보러 밭에 갔다. 촉촉한 흙에 연둣빛 줄을 그은 수수.
싹을 올린 감자는 수수보다 진한 초록.
어라, 엊그제 분명 두눈으로 본 아기새 세마리가 사라졌다. 껍질도 없어.. +_+
이틀만에 나는 법을 배운걸까? 간밤의 비 때문에 어미새가 물어 다른 곳에다 옮겼나..
세상 나오자마자 잡아먹힌 건 아니길... 귀신에 홀린 듯, 뭔가 섭섭 서운하다.
병아리처럼 오종종 걸어다니는 모습 한번만 더 봐도 좋았으련만, 참 빨리도 떠나버렸네..
부처님 오신날 심은 메주콩은 한놈 예외없이 뿌리를 잘 내렸더라.
아래는 이번 주말 다시 저렇게 둘씩 짝지어 점점이 심겨질 예비 모종들.
아, 잿간으로 쓰이던 물구덩이에 빗물이 제법 고였어. 근데 흙벽을 깎아먹어 수심이 얕아졌네.
다시 비가 내릴 기세라 웃자란 시금치랑 청경채 조금 솎아 후퇴.
나처럼 꾹꾹 장바구니에 쑤셔담지 못하겠다며 다듬어 가지런히 묶은 난지도의 손길.
쟤들은 내일 점심, 각각 시금치 나물과 청경채표고버섯굴소스 볶음이 되어
신간이 나올 때마다 속속 빈농집 책꽂이에 꽂히고 있는
들녁출판사 사람들의 점심 밥상에 오를테지.
책 잘 보고 있어 고마워서, 그리고 또... 추후 감자판매를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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