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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7
    짤막한 김예슬 응원OT 후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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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김예슬 응원OT 후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공연하는 사람한테나 관람하는 사람한테나 애로사항이 많았다만 이 정도면 성공적으로 끝냈다 싶다. 사실 실무적인 면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나 오늘 뒷정리를 하는 과정에서나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주변의 도움과 행운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실수들에 대해서 너무 자괴감을 갖지는 말고 다음 행사를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면 될 수 있다(이런 회고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해당 문제들이 잘 처리가 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진 말자).

실무적이 아닌 상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괜찮은 것 같다. 이런저런 운동권 행사 중 하나일꺼라는 선입견(여기서 운동권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내 의도도 후기의 목적도 아니다)에 묻히지 않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김예슬 씨의 선언에 대한 응답을 시도한 자리라는 의의를 견지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재밌게도 행사 진행에 있어서 실무적인 부족함, 즉 '어설픔'이 그런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한 몫을 한 거 같다.ㅎㅎ 하지만 섭외된 밴드들의 개성이나 리플렛 디자인과 행사 이름, 길거리에서 막걸리 무료 배포(이 날 막걸리 2박스를 해치웠다) 등의 기획 측의 준비가 성과를 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적어도 '참석했던' 사람들은 행사를 잘 즐기고 간 것 같기도 하다. 어제 행사는 중간에 말한 것처럼 김예슬 씨의 대자보에는 공감하지만 그녀처럼 자퇴할 용기는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녀와 우리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여기서 '우리 자신'이란 행사를 기획한 소수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취지에 공감하고 공연에 참가하고 보러온 사람들 모두에 해당한다. 어떤 잘 다듬어진 생각을 가공해서 사람들을 '계몽'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닌 개소리든 헛소리든 무언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보자는 것이 행사의 의도였던 셈이다(실제로 멍석도 깔았다). 실제로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건지, 아니면 또 김예슬 지지자만의 동네 잔치였는지 역시 중요한 쟁점이지만 어쨌든 행사가 표방한 상징성은 포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이걸 이렇게 즐겨도 되나...'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가 자퇴할 수 없다고 해서 우울해 할 필요만은 없고, 또 그런 감정의 무게들을 덜어내고 나서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의 중요한 결단을 가지고 술먹고 깽판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들었고 또 그런 시선들에 행사의 취지가 묻혀버릴 우려가 심하게 들기도 했다. 좀 거칠게 하지만 그러기에 더 정확할 수 있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결국 또 한 번의 딸딸이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공포가 들었다. 나는 이런 공포를 책임감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임해주었던 다른 사람들과 오늘 대강 이야기를 나눠 보니 딱히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 같아서 좀 헷갈리기도 한다. 그냥 내가 뭔가를 잘 즐기지 못하고, 즐긴다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일까?(여기에 대해서도 별도의 포스트가 필요할 것이다) 글쎄, 좀더 생각을 해봐야 겠다.

분명한 것은 이번 행사의 가치 내지 의미란 앞으로의 실천을 통해 분명해 지고, 나아가 형성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난뱅이의 역습』의 마쓰모토 하지메의 실천이 의미가 있었다면(내 생각에는 이 부분 역시 일본의 현지 사정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할 거 같다만) 그가 소위 '미친 짓' '튀는 짓'을 한 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미친 짓'이 한 때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게임의 룰을 바꿔가는 정치적 실천이 될 것인지는 정말 한 끗 차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위에서 말한 "자위에의 공포"는 바꾸어 말하면 "이 방향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는 이런 에너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나는 행사 도중에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지라고 다짐하면서 이 에너지에 대한 (거만하게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제를 시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초인도 아니고, 또 그렇게 만난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내 의지에 따라 주기를 바랬다면 그것은 오만이기 이전에 과욕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떤 '방향'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을 누를 수는 없고, 또 그런 욕심이 없으면 자위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딜레마는 지금 내가 머리를 아무리 굴린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해결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위로하거나 타박하기 위해 만든 거짓 해결책일 것이다. 방법은 '지금 머리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머리와 손으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그런 미래가 오늘 우리들의 복잡한 상황을 사후적으로 복권할 것이다. 아니면 정 반대거나.

P.S) 이 행사를 바로 자기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함께 일했던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만약 내가 실수를 하고 쓸데없이 짜증을 낸 부분들은 사과를 드리고 싶다. 나란 사람이 참 참을성이나 그릇같은 인성 면에서 모자란 점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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