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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내는 게 가장 서러울 때가 언제냐면 몸이 아플 때다. 저저번 주 토요일에는 진짜 감기 때문에 죽다가 살아났다능...
1.
감기에 걸려서 골골거리고 있을 때 가장 생각난 것은 좀 웃기지만 '힐링포션'이었다. 내가 살면서 힐링포션이라는 걸 처음 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의 리니지라는 게임에서였던 것 같다. 리니지뿐만 아니라 모든 RPG게임이 그러하듯이 거기에서 신체의 생명력은 HP(Hit Point)라는 수치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HP가 다 떨어지면 죽는 거다.
그땐 그러려니싶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여기에 재밌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RPG게임 내에서는 주먹에 맞든 칼에 찔리든 둔기로 맞든 번개에 지지든 병에 걸리든 신체에 가해진 손상들은 모두 HP의 감소로만 표현된다. 맞았으면 멍이 들었을 것이고, 칼에 찔리면 피부가 찢어졌을 테고, 번개에 맞았으면 머리털이 탔을 것이고, 병에 걸렸으면 기침이라도 할 테인데 이 모든 것은 그저 HP가 얼마 달았다는 걸로 표시된다. 따라서 달걀을 문댈 필요도, 지혈을 할 필요도, 타들어간 머리를 추스릴 필요도, 병원에 가서 어떤 병인지 진단을 받고 알맞은 처방을 받을 필요도 없다. 그냥 힐링포션을 몇 개 먹으면 신체는 건강한 상태로 다시 돌아온다.
여기서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질적 차이는 사라진다. 신체의 건강이라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실에서는 매우 많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보험도 걍 하나만 드는 게 아니라 심근경색 따로 암 따로 들어야 되고. RPG 게임은 이런 번잡한 과정이 생략된, 뭐랄까 참 '간단한' 현실을 보여준다.
2.
생각해 보면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성을 최소화하는 문화를 나는 꽤 오래 즐겨왔던 것 같다. 게임의 경우도 그렇지만 일본 소년 만화들에 특히 그런 특성들이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일례로 '나루토'가 떠오르는데 거기에서 소년 닌자들은 걍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는 정도의 동작을 취하고 나무에 곧바로 올라간다. 손으로 무슨무슨 동작을 취하면 입에서 불이 나오기도 한다. 어렸을 때 한 번 따라해봤는데 역시나 당연히도 불은 나오지 않았다.
논점으로 돌아가면 만약 실제로 그 높이의 나무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근육에 들어야 할 힘도 힘이고 그 높이에서 겪어야 하는 공포감 등 골치아픈 것이 한둘이 아니다. 입에서 불을 품기 위해서는 휘발성 물질을 입에 대량으로 물고 있다든지 이빨에 부싯돌이라도 달아 점화를 하든지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루토에서는 그런 복잡한 과정들이 모두 '생략'된 채 상황이 펼쳐진다. 불에 맞고 뭐하면 참 힘들고 아픈 표정들을 짓는데 별로 공감이 가질 않는다. 팔이 끊어져도 걍 쿨하게 동여매고 싸우는데 만약 정말 팔이 부러졌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보험처리는 되려나...' 등등의 고민이 들겠지만 나뭇잎 마을은 복지 체계가 잘 되었는지(기본소득?!!) 닌자들은 생업의 걱정없이 전투에 전념한다.
3.
문득, 나 자신이 현실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 건 그리 오래 돼지 않은 일이다.
4.
아무튼 나는 힐링포션없이 신체의 저항력만으로 감기를 극복했으며(이것도 몇 살까지 가능하련지 모르겠다) 지금은 감기보다는 해야될 일들에 시달리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힐포는 됐으니 언제 뜨끈한 보쌈에 소주나 한잔 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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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흐흣 비밀 댓글이라니 순간 긴장을 좀 했습니다. 친구가 사준 쌍화탕 참 좋겠네요...제가 받을 일은 좀 요원할 것 같고 앞으로 주변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쌍화탕 몇 병식 사다가 주고 그래야 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