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욕은 그의 몫이었다.

2009/09/02 02:16 베껴쓰기

그가 하나뿐인 전등을 켜자, 젤리빈이 정비소에 들어설 때 어슴푸레하던 동쪽은 이제 짙고 선명한 푸른빛이 되었다. 그는 다시 스위치를 내리고 창가로 가 창턱에 팔꿈치를 괴고 깊어지는 아침을 응시했다. 감정이 깨어나면서 그가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하찮다는 느낌, 그의 인생이 철저하게 어둡다는 데서 오는 둔한 통증이었다. 갑자기 벽 하나가 불쑥 솟아올라 그를 둘러쌌는데, 황량한 방의 흰 벽처럼 확실하고 손에 만져지는 벽이었다. 이 벽을 인식하게 되자, 그의 존재의 로맨스, 태평함,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즉흥성, 삶이 부여했던 경이로운 관대함, 지금껏 있어 왔던 이 모든 것들의 빛이 바래 버렸다. 느릿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잭슨 가를 어슬렁거리던 젤리빈, 가게마다, 노점마다 그를 모르는 곳이 없었고, 가벼운 인사와 동네 특유의 재치로 가득했던 그, 슬프기 위해서만, 그리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만 슬펐던, 그 그 젤리빈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밀려오는 통찰력으로 그는 알 수 있었다. 메릿이 그를 경멸하고 있었음을, 새벽녘 낸시의 키스조차 질투가 아닌, 낸시가 스스로를 낮춘 것에 대한 경멸만을 불러 일으켰음을, 한편 젤리빈, 그는 낸시를 위해 정비소에서 배운 속임수를 사용했다. 즉 낸시의 도덕성을 세탁해 준 것이다. 오욕은 그의 몫이었다.

어스름이 푸르스름해지며 방을 밝히고 채워 왔다. 짐은 침대로 건너가 그 위에 몸을 던지고는 거칠게 침대 가장자리를 움켜 쥐었다.

"난 그녀를 사랑한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맙소사!"

이렇게 말하고 나자 그는 마치 목 안에서 응어리가 녹아 내리듯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공기가 맑아지면서 여명과 함께 빛을 발했다. 그는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묻고 소리 죽여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_스콧 피츠제럴드, 「젤리빈」, 『재즈 시대 이야기』(1922); 박찬원 역,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이상하게도, 점점 더 철이 없어져서 동안이란 소리를 듣는 일이 늘어가는데도... 속은 여지 없이 그대로 늙어 간다. 아니, 살아보니 별 거 없다는 거, 자기 자신을 견디는 거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서 그럴까? 아니, 그래서 철 없이 사는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 소리를 하려고 쓰기 창을 누른 건 아니고... 퇴근하고 방 보러 돌아다녔더니... 또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스트레스/흥분이 불면증을 부른 참에... 뭐라도 타이핑하자 싶어서 휴가 때 읽은 소설 한 대목. 어제 오후에 떠난 여배우는 이런 말을 했었지. "여기까지 오려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정~말 잘하고 싶다고." 악바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해. 난 생애를 통틀어 독종이었던 기간은 1년이나 될까? 그렇다고 내가 오래나 사는 건 확실할까?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라고 말로는 잘도 떠들지만, 내 자신의 죽음은... 잠들다가도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이렇게 죽는 건가 싶어 화들짝 놀라 깰 정도로 두렵지만, 이상하게도 나 죽었다고 누가 우는 건 싫다. 아무도 안 울면 이상하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죽음에 울어준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나 죽으면 세상이 알기나 할까... 그런 생각도 잠깐. 워워... 우울증에 빠진 건 아니고. 어쨌든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뭘 얻으려고가 아니라 오늘만큼 나가는 수밖에 없어서...니까 그냥 나 생긴 대로 살다가 나 가야 할 때 별로 흉하지 않게나 가면 좋겠다...라는 생각 잠깐.

 

퇴근하고 두 시간 만에 방을 세 군데 보았는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쾌락 원칙이 현실 원칙을 이길 것 같다. 돈은 들지만... 어차피 누릴려고 버는 건데 뭐. 쪼까 벌어 유흥비로나 탕진하던 때보다야 진일보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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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02:16 2009/09/0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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