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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7/21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18)

J'ai l'air d'un bobo typique.

2009/07/31 09:09 생활감상문

어제 불작문 수업은 "보보스"에 관한 독해와 글쓰기였다. 독퇴르 조가 학생들마다 "자기 자신을 보보스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나한텐 아예 묻지도 않는다. "르 보보 티피크"란다(내가 생협에서 식재료 사먹고, 월드비전 결연으로 딸 있고, 출판사 다니고... 이런 걸 아시니까 하는 말씀).

 

교재에 따르면... 보보스란... 미디어 계통에서 일하고, 먹고살 만큼 벌고, 친환경 식재료만 찾아다니고, 기부하고, 진보 계열 신문 보고, 별 장식 없는 인테리어 좋아하고, 물걸 살 때는 단순하면서도 진품인지 따지고, 모던한 취향 좋아하고, 창고 개조해서 살고, 환경주의자면서 차는 사륜구동 몰고 다니고, 대중적인 가게에서 옷을 사지만 알고 보면 캐시미어(이건 딱 유니클로 얘기군), 공원 가서 소풍 즐기고, 북카페나 갤러리 전전하고, 어디 멋진 동네라고 소문만 나면 죄다 차지해 버려서 유행의 거리로 만들어 부동산 값만 올린단다. 사회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애들은 사립학교 보내고... 시골집 사서 고쳐 살고, 에스닉 스타일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이다.

 

굳이 목록과 대조하면 그래, 내가 보보스라 불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 되려고 사실 노력도 한단 말이다. 일단... 부르주아 보헤미안이 될 만큼 벌지를 않는다. 친환경 재료를 선호하지만, 로컬푸드/슬로푸드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거지, 몸에 좋은 것만 찾아 먹는 건 아니다.  진보건 보수건 딱히 충성하는 신문도 없다. 문화 관련 기사 때문에 인터넷에서 기사를 골라 보긴 하지만 "언론"이라는 특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 몇 년간은 모던하면서도 엣지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강박이 약간 있었지만, 요즘엔 낭만적인 디자인이나 골동품도 좋아한다. 차는커녕 면허도 없고, 유니클로도 1~2년 좋아했지만, 그것조차도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시스템이란 생각에 소비 자체를 자제. 공원 가서 소풍 즐길 시간도 없고, 북카페 가서 시간 보내는 건 사실 별로다. 나에게는 주거지인 홍대가 카페촌이 되어 관광특구화되는 바람에 짜증나서, 그냥 보통 주거 지역으로 이사가려는 참이다. 사회 통합? 나 그런 거 거의 안 믿는다. 각자 자기 편하게 자기 동네서 잘 먹고 잘살기도 힘든데... 뭐하러 남 사는 거랑 나 사는 거랑 비교하고 스트레스 받노? 통합은 개뿔~. 출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데 사립학교는 무쉰....

 

위에 열거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보보스 역시 무엇을 소비하느냐로 분류되는 **족의 한 종류일 뿐인 셈이다. 한국에서 보보스를 부를 만한 **족이 있냐는 토론도 어제 해봤는데, 경제 불황이어서 그런지 답은 "없다"로 나왔다. 소비 패턴을 벗어나서 특징을 찾아보자면, 나 이렇게 멋지게(의식 있고, 스타일리시하면서, 미래에 대한 안전도 보장받으며) 살고 있어~ 하는 우월감 혹은 자의식이 보보스의 핵심 아닐까? 난 아니라고. 의식은 개뿔~ 직장 생활하기도 바쁘고, 스타일은 점점 관리(빨래/청소/머리손질)하기 편한 쪽으로 바뀌어 가고, 에스닉은 이제 지겹고, 동생이랑 가끔은... 우린 정신의 귀족이야...라고 자조하기는 하지만, 청소만 잘된 집에 들어올 수 있으면 만족하는데... 왜 아직도 남들에게 보보스로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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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1 09:09 2009/07/31 09:09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2009/07/21 23:53 생활감상문

 Henri Toulouse-Lautrec, The Two Girlfriends, 1894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말을 들은 것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 물은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졸던 눈이 번쩍, 귀는 쫑긋(지난 주부터 정례화한 아침 운동이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 몸은 개운하지만 자꾸 졸리다. 오늘도 아침 10시부터 졸음이 와서, 본격 머리 쓰는 일은 못하고... 겨우 제안서 하나 쓰고, 오후엔 익숙치도 않은 인디자인으로 새 원고 조판하느라 머리 쥐어 짜다가... 헐레벌떡 정쿤과 함께 LJW선생님&KYB선생님 인터뷰 갔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옆에서 졸다가 깨다가 눈이 어찌나 감기는지...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 정리하면서도 퇴근하고 불어학원을 갈까 그냥 집에 가서 바로 잘까 고민하느라 10분이나 늦게 나왔다). 오오, 이 무슨 신선한 대사란 말인가. 한숨 졸면서 타고 가려던 604번 버스(회현역까지 직통)가 오질 않아 603번 타고 서소문에서 내려 북창동~소공동 가로질러 알리앙스 프랑세즈로 걸어가는 길에... 졸리다고 저녁도 안 먹고 퇴근(보식 시간인지라 회사 냉장고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들인 포장죽을 쟁여 놓고, 전자렌지로 데워 먹고 있다)한지라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겠다 싶어 간만에 웨스턴조선호텔 앞 패밀리마트에 들른 참이었다.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 하나, 삼다수 한 통. '이런 식의 때우기용 식사는 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배 고파서 수업에 집중 못하면 안 되니까... 생각하며 한 입 베어 물어... 보식 기간이니까 50번 씹어야지 하고 있는데... 들려온 그 한마디. 옆자리에서 큰사발 먹던 두 여인의 대화다. 어어~ 이것이... 뭐랄까... "나 연애 시작했어"도 아니고 "작업 대상이 생겼어" 혹은 "사귀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혹은 "나 꽂히는 남자 있어"도 아니고... 순수한 자기 발견 혹은 자기 긍정이랄까, 참 순수하게 들리는 것이... 이렇게 내밀한 고백을 엿듣게 되다뉫... 신선한 걸?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만났지? 아아... 수업 시작할 때 다 되었는데...' 혼자 애를 태우며 귀를 쫑긋하며서 대화를 들어보니.... 그의 이름은 재범. 알고 보니... 고백을 들어주는 친구 쪽도 알고 있는 남자. 오히려 고백한 여인은 그의 생김새와 이름밖에 모른다. '아아, 뭐지? 같은 거래처? 아니, 젊은 아가씨들인데... 같은 학원? 같은 교회?' 혼자 추리에 들어간 순간... "너 2PM 멤버인 줄 몰랐어?" "응, <10점 만점에 10점>만 들어봤지, 멤버가 누군지는 잘 몰랐어. 근데 어제 TV 보다가 처음 봤는데 완전 가슴 설레더라..."

웅... 내 김이 샐 건 없지만(덕분에 반만 먹으려던 삼각김밥만 다 먹었다. 30번씩만 씹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얘기였으면 훨 더 재미있었을걸. 모르는 사람의 연애담 듣기... 가끔은 재미있는데 말이야. 어쩐지... 편의점에서 라면 먹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친구한테 누구 생겼다는 얘길 하는 게 쫌 bizard하긴 하지. 나도 2PM이 일곱 명이라는 거 말고는 모르니까 나도 나중에 반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말할 거 같지는 않아 쫌 속은 기분이 들더라구. 덕분에 잠 깨서 수업을 잘 들었지만 말이얌.

 

 

익명의 16세기 독일 음악가, Dantz Megdelein Dantz(Dance, Girl, Dance)

<암머바흐 하프시코드 작품집>, 연주 글렌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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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1 23:53 2009/07/21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