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009/11/17 23:21 생활감상문

홍대 앞 번잡스러운 골목을 떠나 조금 조용한 동네에 시끄러운 집을 얻어 이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잠도 잘 오더니 지금은 낮에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도 심해서 밤잠이 좀 안 오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자려고 노력중입니다.

 

밤에 꿈자리가 복닥복닥 한 것이... 아무래도 절대 수다량이 부족한 탓인 것 같아...

손가락이 근질근질... 뭘 좀 쓰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두어 달쯤 방치한 이 블로그는 뭐랄까,

독립한 다음에 부모님 댁에 갔더니 제가 자던 방은 창고가 되어 있고,

잘 데도 없이 빌빌거리던 기억 같은... 느낌이어서

블로그도 이사를 합니다.

 

어딘지 굳이 찾지는 마시고요. 어디서든 잘살고 있다고 믿어 주세요.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즐거웠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굳이 블로그를 없애거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 제가 살던 흔적이고 싸 짊어지고 간다고 어디 펼쳐 놓을 것도 아니니까요.

 

저 같은 사람이야, 이미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사람이겠지만...

좀더 희미해질 그날이 되면 글들도 대부분 공개로 바꿔 놓을 생각입니다.

여기서 쓴 글들은 여기에 있는 게 가장 잘 어울리니까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이 수상한 시절에 부디 잘살아 주세요.

어쨌든 사랑합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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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23:21 2009/11/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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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앵거스

2009/09/22 01:08 베껴쓰기

내게 올까요? 꿈꾸는 앵거스가

저녁빛을 뚫고 조용히

내가 기대하지 않던 때, 내가 졸고 있을 때

내가 자고 있을 때, 쉴 준비가 되어 있을 떄

그때 내게 올까요? 꿈꾸는 앵거스가?

 

올 거란다, 아가야. 딱 맞는 때에 올 거야.

넌 창가에 선 그를 보게 될 거야, 아가야.

그는 거기 있을 거야, 늘 거기에 있단다.

 

그의 머리 주위를 나는 새들을 보게 될까요?

그의 입맞춤인 그 새들을?

우리 서로가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지라도

그 사람의 훌륭한 점을 알아 주는 누군가에 의해

변할 수 있다고, 달라질 수 있다고 믿게 될까요?

그렇게 생각하게 될까요?

 

그래, 앵거스가 오면

넌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야, 바로 그렇게.

약속하마. 내가 약속하마.

 

그가 내게 깨달음과 해방을 줄까요,

내 가슴을 부술까요,

내 사랑을 보여 줄까요?

내 마음에 만족을, 슬픔의 끝을 줄까요,

그가 날 위해 그렇게 해줄까요, 그렇게?

 

꿈꾸는 앵거스는 그렇게 해줄 거란다, 아가야

그렇게 해줄 거야. 이제 자렴.

꿈꾸는 앵거스가 히스 밭 위를 사뿐히 날아다니며

그 입술로 부를 이름은 네 이름이니

그가 지닌 선물은 너를 위한 선물이니

정말이란다, 아가야. 모두 정말이란다.

.

.

.

.

.

.

.

잠들지 못하는 나를 위한, 그리고 당신을 위한 휴식.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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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01:08 2009/09/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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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너무 많은 반찬

2009/09/20 17:31 생활감상문

집에 너무 먹을 게 없어서 지난 주말에 시장을 조금 봤다가... 고3인 막냉이 수시지원 자소서 고쳐 주고, 집에 들고 온 교정지 쬐끔 들여다보고, TV 봤더니 그냥 냉장고 신세가 되어 버렸다. 생협에서 주문에서 냉동실 들어간 지 2달 된 우거지 삶아서 불려서 껍질 벗겨서 엄마가 보내 주신 그대로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사골국물 합쳐서 사골우거지국 끓인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했다.

이번 주 금요일엔 외할머니 1주기여서 제사 지내러 화성에 있는 외가에 다녀왔다. 10시에나 제사 지내고, 야근하고 11시에 오신 아버지와 외삼촌들의 일잔 끝나고, 12시에 출발하여 외가 근처 사시는 둘째 고모한테 제사떡이랑 전 가져다 드리고(울 엄마, 아부지는 형제들 챙기는 걸 꽤 좋아하신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반... 토욜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새로 담근 총각김치, 찐 양배추, 찐 가지를 싸주신다. 냉장고엔 아직 휴가 때 담근 오이피클, 우엉피클, 고추피클로 비좁건만. 술 마신 다음날 마시려고, 칡즙도 4팩 받아 오고, 사과랑 배도 큼직한 상품으로 한 개씩 싸 주신다. 배달시켜 먹는 1리터짜리 저지방 우유가 밀려 있길래 그것도 한 팩 얻어 왔다. ㅋ 그렇게 바리바리 싸서, 엄마가 버스 정류장까지 손수레로 끌어다 주시고, 버스를 타고 거리 느낌이 좀 낡은 편인 구로동, 신도림동, 영등포, 당산을 지나 한강까지 동생이랑 같이 건너오니 시골 처녀라도 된 거 같다.ㅋ

다음 주엔 아버지와 막냉이의 생일이라서1 오늘 점심에 연희동 중국집에서 회동을 했다. 엄마는 그 와중에 새로 담근 배추김치에 씀바귀나물, 집 옥상에서 키운 어린 고추와 고춧잎 나물, 봄에 담그신 매실 엑기스까지 싸다 주셨다.

점심 먹고 들어와 반찬 정리하다 보니 냉장고가 비좁다. 오래된 김치며, 사 놓은 지 한 달 넘은 우엉이며, 지난 주에 산 버섯이며 정리를 해야겠다. T T내일부터 본격 마감 모드라 어제도 사무실 나가서 일을 잠깐 했고, 오늘도 할 일 들고 들어왔는데... 냉장고 정리 핑계로, 쉰김치는 꽁치 사다가 찌개 끓이고, 버섯은 양파랑 당근에 볶아 내고, 우엉은 간장에 졸이고, 각종 피클은 내일 회사 갈 때 도시락 싸 가려고 도시락통에 넣고... 그렇게 두 시간이 훌렁 갔다.

다시 정리하자면 지금 우리 집엔... 버섯볶음, 꽁치김치찌개, 찐 양배추, 찐 가지, 우엉피클, 오이피클, 고추피클, 깻잎김치, 씀바귀나물, 고춧잎나물, 지난 주에 끓인 우거지국, 사과, 배, 짉즙과 각종 양념 그리고 힘들어서 손도 못 댄 감자와 달걀 등 남은 요리재료가 있다. 정작 오늘 저녁은 점심의 과식(중국집 코스)를 보상하려, 아침에 구워 놓은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때울 참인데... 에효... 교정지 펴니까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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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집은 특이하게도, 나는 음력으로 엄마와 생일이 같고, 막냉이는 아버지와 음력 생일이 같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양력 생일을 챙겨 먹는다. 텍스트로 돌아가기
2009/09/20 17:31 2009/09/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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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형 일기와 블로그

2009/09/15 23:26 생활감상문

갑자기 뭘 좀 찾느라고 전에 싸이 미니홈피에 쓴 2년치 일기(2년 동안 매일 쓴 건 아니고 한 달에 5~10번 정도)를 읽었다. 100자 미만의 짧지만, 솔직하고, 위트 있고, 구체적인 사건 내용이 없음에도 어떤 맥락에서 왜 쓴 것인지 다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웹에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남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이지만, 일촌들에게만 공개되었던 미니홈피의 느낌과 블로그의 느낌은 확실히 많이 다르다.

말은 많지만, 글은 짧았던 내가 작년 1월 1일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오면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과 지금 쓰는 글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많이 다르고, 조심스럽게 나의 익명을 보호하고는 있지만(굳이 찾아내면 오프라인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의 정보는 또 흘리지만), 어쨌든 처음 의도보다 공적인 공간이 되었다.

사적인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매체를 생각보다 너무 오래 써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적절한 방식으로 정리해 가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여하간.... 짧은 글쓰기를 되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싶다. 그게 이 블로그에서 이루어질지, 이제는 다들 떠나간 미니홈피에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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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23:26 2009/09/15 23:26

[펌] 위반이 질서를 가능케 한다

2009/09/09 17:13 베껴쓰기
[한겨레] 모두 '우측통행'땐 체증, 일부 무시땐 흐름 생겨

다양성 관련 물리실험, 백승기·김범준 교수 논문

상식의 역전?

오른쪽·왼쪽 한 길만을 이용하는 보행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더라도 어느 정도에 이르면 통행 체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때엔 보행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체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물리학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물리학자인 백승기 박사(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원)와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등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 피지컬 리뷰 이(E) > 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엔 무질서였다가 점차 우측통행 규칙의 질서가 갖춰지는 과정에서 보행 체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좌우 통행을 맘대로 하는 규칙 위반자가 있어야 이런 체증이 해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컴퓨터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혔다.

'규칙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관한 기존의 게임이론들에선 어떤 상황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엔 효율이 가장 큰 '질서'의 상태로 자연스럽게 나아간다고 설명해왔는데, 이번 연구는 이런 이론에 반하는 사례로서 주목된다.

이번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졌다. 컴퓨터에선 입자(점)로 표현되는 수천~수만명의 사람들이 어떤 넓은 길의 양 끝에서 무질서 상태로 마주쳐 걷도록 설정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마주치거나 앞사람이 멈출 때엔 오른쪽으로 피해 걷는 규칙을 따르도록 했고, 일부 사람들은 좌우 마음대로 피하도록 설정했다. 김범준 교수는 "좌우 통행 규칙이 없는 지하철 통로에서 출근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쳐 걷는 상황과 비슷하다"며 "물론 아무 규칙이 없을 때 처음엔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지만 점차 우측통행 규칙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모의실험에선 규칙이 언제나 원활한 소통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컨대 모든 사람이 우측통행 규칙만을 따르는 상황에서는 서로 자기 길을 찾다 보면 오히려 길 한복판에선 체증이 쉽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생기면 꽉 막혀 있던 체증을 흐트러뜨려 결과적으론 규칙이 자리잡는 일을 돕는 것처럼 나타났다.

이 논문은 미국 < 에이비시 > (ABC) 방송 뉴스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소개됐다. 백 박사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무질서가 언제나 평탄하게 질서로 바뀌는 게 아니며 규칙 없는 상태가 어떤 조건에선 오히려 더 나은 흐름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워낙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기존 이론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범준 교수는 "사람 개인의 규칙은 단순해도 무수한 사람들이 모인 전체 상황은 매우 복잡함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며 "인간사회에서도 한 가지 생각이 절대 우세를 차지하지 않고 여러 다른 생각들이 공존해야 소통이 건강해진다는 인문사회 분야의 견해와도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사람이 생각하는 질서나 합리성이 늘 효율적이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다른 컴퓨터 모의실험도 지난해 국내에서 발표된 적이 있다. 정하웅 카이스트 물리학 교수 연구팀은 "모든 운전자들이 빠른 길만 찾는 '자기 중심의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전제해 모의실험을 해보니, 운전자들의 협조가 이뤄질 때에 비해 도로망의 비효율(운행시간)이 25~30%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이 수행한 모의실험에선, 일부 도로를 폐쇄하면 교통체증이 오히려 줄어드는 '상식의 역전' 효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 피지컬 리뷰 레터 > 에 발표된 바 있다.

정하웅 교수는 "컴퓨터 모의실험이 실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선 직접 실험하기 힘든 상황을 쉽게 여러 조건을 달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며 "어떤 조건에서 어떤 패턴을 만들어내는지 간단하고 단순화한 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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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9 17:13 2009/09/09 17:13

'스토리'의 독재

2009/09/09 00:22 베껴쓰기

필딩이 소설의 형식에 대하여 전적인 자유를 주장한다고 할 때, 그는 우선 소설의 의미와 본질을 구성한다고 주장되는 행동, 몸짓, 말의 인과 관계, 즉 영국인들의 용어로 말하자면 '스토리'(story)로 소설이 환원되기를 거부하고자 한 것이다. '스토리'의 절대주의적 권력에 항거하여 필딩은 특히 "그가 원하는 곳에서, 그가 원할 때" 자신의 주석과 성찰의 개입에 의하여, 달리 말하자면 여담(digressions)에 의하여, 서술을 방해할 권리를 내세운다. (......) 그[로렌스 스턴]의 소설을 무의미하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올바른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필딩이 말한 바를 되새겨 보자. "여기에서 우리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양식(糧食)은 인간 본성이다." 그렇다면 위대한 극적 행위들이 진실로 '인간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열쇠일까?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삶을 가리는 장벽이 아닐까? 우리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가 무의미 아닌가? 바로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러한 운명은 우리의 행운일까? 불운일까? 우리의 굴욕일까, 혹은 그와 반대로 우리의 위안, 탈출구, 이상향, 피난처일까?

_밀란 쿤데라, <커튼>, 박성창 옮김, "'스토리'의 독재".

 

문학을 회피하면서도, 문학적 삶을 구현하고자 하는 욕망. 진실을 말하지 않음 혹은 대면하지 않음, 말하지 않는 가운데 끊임없이 말함. 공간의 확보. 부지불식 간에 진실을 말해 버리기. 잊어버리기. 늘 말하되 영원히 말하지 않은 채로 두기. 한 발자국도 절대로 먼저 움직이지 않기. 하지만 늘 먼저 말하기. 견디되 다가서지 않기. 열어 두되 끌어당기지 않기. 그리하여 종국에 도달하려 함이 무의미인 걸까? 그것으로 된 걸까?

이러다 또 갑자기 면을 뒤집어 버리면 안 될 텐데. 스토리를 강요하는 건, 바깥일까? 아니면 안일까? 여하간 몸 아픈데 마음을 다치니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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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9 00:22 2009/09/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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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 주말: H들과 함께

2009/09/07 00:01 생활감상문

금요일 저녁엔 전 직장인 H출판사 출신인 편집자 선후배들과 모임을 했다. 2003년에 시작된 6년의 인연, 나를 포함해 6명의 편집자들. 선배 네 분에 후배 한 사람, 누구와도 일대일로도 가깝고, 누구에게라도 언제든 내 이야기(일, 가족, 애정문제, 돈문제)를 그냥 있는 그대로 할 수 있는 관계의 모임. 생각해 보니 놀라운 성격이로군. 매일매일 얼굴 보고 살아서 친해지기도 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뭐랄까... 어떤 집안의 딸, 어떤 계층 출신, 어느 동네/지역 출신...... 그런 것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내 능력, 경제적 독립 등이 실현된 초창기에, 게다가 참으로 좋은 분들을 만나서 이리 된 것 같다. 그래서... 휴가 후 출근 첫 주, 집 알아보고, 업무 복귀해서 몸도 안 좋아... 안 마시려던 술을 새벽 2시까지 마시게 된 것이다. 결과는... 어깨에 힘 다 빼고, 그냥 편안하게 자기 사는 얘기들/고민들을 나눠 놓아 속은 후련하나 간장은 무리하여... 이틀간 삭신이 쑤시고, 눈에 열이 올라 계속 뻑뻑하다. 주말에 검토할 원고도 있고, 글 쓸 것도 2편이나 있었는데... 힘들어서 제대로 못했다. 내일 점심 회의용 문건이라... 오늘 다 쓰고 자야 하는데.... 갑자기 블로그에 들어와 또 이러고 있다.- -;;

 

토요일 점심엔 동네친구 H군의 여동생 결혼식에 다녀왔다. 나도 올 겨울에 동생 Y양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고, Y양과 H군은 Y양이 예전에 과제물로 만든 단편영화 제작을 H군이 도와준 인연으로 나름 친분이 있는 사이라 H군이 Y양의 결혼식에 오게 될 것은 당근지사. 뭐 그래서 사전 보답 차원으로 간 건 아니지만...... 서로 비슷한 시기에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다는 사실에 떠오른 생각이긴 하다. 3년 전 H군 아버지가 갑자기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 손님들은 별로 안 오실 터. 게다가 고향은 포항인데, 서울에서 올리는 결혼식. 세 남매 중 첫 결혼, 이른바 개혼(開婚)인데... 신부 쪽 하객이 너무 없으면 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오빠라는 H군은 아직 결혼 전인 데다, 사회적으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좀 허둥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래서 나 혼자 쫌 오바를 해서 결혼식에 간 것이다. H군과 같이 일하는 남자들 몇 명 오고, 학교 친구들은 한 명도 안 옴. 군이 멋쩍다며 제대로 연락도 안 한 데다가 사실 친구 동생 결혼식까지 다니는 일은 요즘 별로 없으니까. 게다가 학교 졸업한 지도 한참 되었고... 그러니까 나는 대학 동기 H군의 여동생 결혼식에 다녀온 게 아니라 동네 친구 H군의 집안 경사를 축하해 주러 간 셈이다. 가서 아는 사람 없는 결혼식 가서 혼자 밥 먹고 온 게 세번째인가 네번째인데... 이젠 뭐 그럭저럭 익숙해진 거 같다. 식당에서 동석하게 된 하객 아주머니들과 음식 맛도 평가하고, 어느 쪽(신랑/신부) 하객이시냐고 묻기도 하고, 상대방 집안 얘기를 슬쩍 나누기도 하고... 10월엔 결혼식이 세 건인데 여긴 그나마 아는 사람들이 몇 명은 올 테니... 이번 같지는 않겠지. 여튼...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미아리까지 다녀오는 데 오며가며 너무 피곤했다. 돌아와서 오후 4시 반에 바로 씻고 쓰러져 한숨 깊게 잤다. 덕분에 밤에 잠이 안 와 오늘까지 몸이 계속 안 좋았지만.

 

오늘 오후엔 절친 H양의 병문안을 갔다. 본디부터 허리가 안 좋아 4년 전 수술을 한 적 있는 H양, 상반기에 일 많아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무리를 하더니만, 7월에 삐끗해서 도진 허리가 도무지 낫지를 않아 정밀검사를 받으러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본래는 어제 결혼식 다녀오는 길에 문병을 갈 생각이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받을 검사가 많다며 오늘 오라고 하는 바람에 오후에야 건너간 것. 어제 밤잠 설치고 9시에야 일어나 밥 먹고, 잠깐 소화시키고 있었더니만, 다시 졸음이 몰려야 오후에 간다고 전화하고 다시 자고 있다가.... 금요일에 소개해 준 맛집 위치 물어보느라 P팀장이 전화하는 바람에 겨우 1시에 깨서... 비몽사몽. 다시 잠 깨느라 대학원 선배 H언니와 근황 통화 40분. 봄에 막연히 미뤄졌던 소개팅 11월쯤 할 수 있을 거라며... 기대하란다. 쩝~ 지난 번에 들어본 프로필&캐릭터론 내 스타일 아니었는데... 자꾸 만나보라니... 이거 뭐 사양할 수도 없고;; 여하간 그렇게 잠을 깨서 H양이 좋아하는 도너츠에, 먹고 싶다는 원두커피 사가지고 병원을 갔다. 내가 H양 병문안을 간 건지, 그냥 또 평소 그렇듯이 그녀에게 일기 쓰러 간 건지... 이사 갈 집 배치도도 그려 보이며, 가구 배치 어케 할지 연구하다 보니... 뭐 그렇게 2시간이 훌렁 가버렸다. 밥 하기도 귀찮아 집 앞 카페에서 오니기리 하나 사 들고 들어와 물 한 잔, 사과 반 개 더해서 저녁 때우고... 책 보고 TV 보고 그러고도 계속 찌부둥해서.... 절두산공원까지 왕복 1시간 산책.

 

써야 할 글은... 현재 내가 어떤 상태의 편집자인가...하는 주제인데, 무엇을 욕망하는가에 관해서라기보다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이것밖에 안 되고.... 뭐 그런 기준으로 평가할 것을 산책하는 동안 궁리하다 보니.... 내 삶도.... 내가 욕망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대응밖에 안 되지 않나 싶어서... 잘 대응하는 것이 잘사는 방법이긴 하지만... 분명히 내가 흘러가는 것은 아닌데... 동안이라고 주장은 하지만... 얼굴에 기미는 늘어가고, 술 좀 마셨다고 이틀이나 힘들어하고, 마감은 닥쳤는데, 그것만 하자니 다른 일들은 또 쌓여 가고...... 뭐 그러니까 욕망만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올해는 뭔가 축적하기 위해 자제하는 한 해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해의 3/4가 곧 지나고 내년을 준비할 시점이 되니까..... 이래도 되나 싶기는 한 것이다.

여하간 가족을 제외하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그냥그냥 편하게 만난 주말인데... 에~ 뭐 이러고 사는 게 별일 없이 사는 거겠지. 휴가 이후로 운동을 소홀히 했는데... 휴가 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약간 생겨서... 이걸 다시 정상 체제로 바꿔야 한다. 아침 운동하고, 저녁에 불어 공부하고, 밤에 요가하는 시스템을 잘 지키며... 무사고 마감(!)이라는 고비 넘기기만 넘으면.... 그렇게 별일이 없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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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00:01 2009/09/07 00:01

200만 원에 대한 다른 태도와 파란만장 이사 준비

2009/09/03 01:42 생활감상문

이사라는 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으려고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은 돈의 문제다. 이번 주  본격 이사 준비 모드에 돌입하니,  요즘 마포구에서 몇천 이하로는 전세는 꿈도 못 꾼다느니 하는, 아직 내 수준에서는 추상적인 단위를 제외하고도 돈 얼마 때문에 별 일이 다 생긴다. 오늘 점심엔 200만 원짜리 사기를 당할 뻔했고, 오후엔 3천만 원 때문에 대박으로 화를 냈고, 저녁엔 2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작년 가을에도 한 번 반성한 적이 있긴 한데... 돈이 걸린 문제일 때 못된 성격이 역시 튀어나온다는 것을 재확인하기도 했고, 사람마다 돈에 대한 감각이 정말 다를 수 있구나 알기도 했고, 돈 때문에... 사람이 밉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하루였다.

 

독립하고 6년 사이 이미 세번째 이사이니, 어떤 항목으로 어떤 규모의 돈이 필요한지는 대충은 알고 있다. 어느 수준에서는 미리 마련해 둔 이사비용으로 충당하고, 어느 수준까지는 현금 서비스로 일단 땡겨 오고, 적금으론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고, 그걸로 모자라면 연금 담보로 조금 더 조달하고,  그걸로 모자라면 직장인 신용담보 대출이니, 부모님 신용으로 더 낮은 이자로 얻을 수 있는 액수가 얼마인지... 가능성은 다 열어두었지만, 미리 계산하기는 귀찮고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 동생이 재작년에 작업실 얻어 나간 다음에 월세를 내며 살고 있던 하우스메이트가 그새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의 임직원 대출을 이용하여,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단다. 음, 일단 방 보여 주고, 이런 번거로움은 하나 덜었군. 10월 초에 이사해야지 하고 혼자 결심만 해놓고는 휴가 내내, 이사 관련해서는 아무것1도 안 했다. 내가 이런 식이지. 휴가 끝난 이번 주에야, 그것도 화욜인 어제 아침부터 인터넷 직거래 카페에서 방 알아보았다. 저녁에 일단 월세는 확실히 싸지만, 만만치 않은 차비가 들 응암동, 그리고 보증금은 낮고 월세는 터무니없이 높은데.... 일단 방을 보고 마음에 들면 집주인에게 조정해 볼까 한 성산동. 두 군데 가봤다.  급하게 나가야 하는 집들인데... 회사에서 너무 멀거나 구조가 마음에 안 들었다. 아, 역시 집 구하는 일은 어렵구나. 실의에 빠져서 길도 잘 모르면서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역시 돈을 좀 들여야 하나 싶어서 그냥 길가에 있는 동네 부동산에 덜컥 들어갔다. 방 두 개짜리 보여 주세요. 밤 8시에 볼 수 있는 집은 달랑 하나.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낮에 한 번 더 가봐서... 괜찮으면 바로 가계약하고, 오늘밤 지금 사는 집주인과 하우스메이트가 새로 계약서 작성하면, 나한테 이사할 계약금을 받기로 했으니 내일 계약하면... 일단 집은 구해 놓는 거다. 이사 준비는 임박해서 하면 되겠지? 자, 이제 다시 마감과 학업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2

그래도 좋은 집 구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눈도 빠르고, 판단도 정확하고, 인상은 살짝 무서워서 어디 가서 계약할 때 나름 유리할 법할 H군을 어젯밤 급히 섭외했다. 점심에 같이 집을 보러 가 달라고. 점심 시간에 다시 부동산을 방문했더니 상황이 또 달라져 있다. 어제 내가 방을 보고 계약할 것 같다니까... 그 집주인 하룻밤 만에 마음을 바꾸었단다. 보증금 천만 원 올려주던지, 보증금 오백에 월세 오만 원 더 내란다. 안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사 결심하고 예산 정하느라 대략 뽑아 둔 생활비+지출 목록(가계부는 안 쓰고, 부문별 할당액만 대강 정해져 있다)에 한 달치 월세를 대입해 보니... 음~ 남는 게 정말 없군. 그렇다고 저축이나 책값, 기부금을 줄일 수도 없고.... 내년에 월급 올라봐야 대학교 들어갈 막냉이 용돈도 주겠다고 이미 말도 해 놨고3 뭐 이런 상황인데, 내 보기엔... 어제 제시받은 금액도 오백에서 천은 깎아야 정상이겠더구만. 뭐 이렇게 부동산 사장이랑 투덜거리면서4

어떻게 집주인 구슬러서 그냥 어제 조건으로 다시 낮추나 어쩌나 하다가... 아는 부동산이랑 제휴로 따로 보여 줄 집이 있단다. 보증금은 아까 그 집보다 천만 원 싸다. 그러면 지금 사는 집이랑 금액은 같은데, 조건은 좋은 편. 일단 가봤더니 그럭저럭 괜찮다. 사실 이번 이사의 원래 목표 중 하나는 전세로 전환하는 것이었는데... 그 놈의 전세대란 때문에 직거래 카페든, 부동산이든, 지금 사는 집의 보증금 2.5배 이하로는 전세가 나오질 않는다. 그건 너무 무리데쓰. 분리형 원룸쯤을 구해 볼까도 생각도 해봤지만, 이번 이사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인 공부방+손님초대용 공간 확보도 포기할 수 없다. MSG 샘에게 "데리다의 환대" 강의 들을 때 "환대를 위한 집"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지 않았던가. 그래서 투룸 월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독립해서 거의 대부분, 하우스메이트에게 월세를 받거나, 아니면 동생이랑 살면서 부담없는 수준에서 내다가 한 달에 몇십 만원씩 내려니 큰 일이긴 하지만, 또 그만큼의 가치도 있다 생각했다. 내가 집값 상승 바라고 무슨 타워팰리스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에고, 또 딴소리로 빠졌군.여하간... 그래서... 어제보다 천 만원 올리겠다는 집 말고, 부동산 사장이 동네 유지인 할아버지가 하시는 다른 부동산과 제휴하여 어제 본 집보다 천 만원 싼 집을 보여 줘서... H군과 상의하여 그쪽으로 하기로 하고 사무실 오자마자 가계약금을 입금했다.

 

이때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이사와는 무관하지만, 나의 최근 생활과는 관련이 있다. 사실 목포 사는 B군과는 평소 서로 바빠서 메신저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용건 있을 때만 채팅하는 법인데... 이번에 목포도 다녀왔겠다, 와서 임대아파트 입주한 거 축하한다고 티스푼&과일포크 세트까지 사 보낸 상황이라 나름 친목이 도모된 상황. 그런데 B군이 갑자기 말을 시킨다. "바쁘냐?" (집 보고 점심까지 먹고 점심시간 초과해서 들어와) 바쁘다고 용건만 빨리 말하라니... 자기가 공인인증서 들은 USB를 안 들고와서 지금 급하게 결제할 게 있는데 못하는 상황이니... 나 보고 좀 해달란다. 저녁에 입금해 준다고.... 내 추론으론... 한 10만 원짜린가 했다.5 그래서 "알았다. 얼마냐?" 했더니... 200만 원이란다. 아니, 이 눔이... 날 뭘로 보고... 내가 그리 큰돈이 있을 거 같아?

고등학교 때 엄마가 아버지 친구에게 돈 빌려서, 엄마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떼이는 식의 사고를 내셔서... 걸려온 독촉전화에 시달린 나머지, 나한테는 약간의 빚쟁이 알레르기가 있다. 특히나 친구 간의 돈거래는 안 하자는 강박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  친구들과 금전 문제로 얽혀봐야... 밥값 나눠내기, 생협에서 공동구매하기, 길에서 장신구 살 때 만 원 빌리기, 가끔 직원가 할인으로 우리 회사 책 사주고 나중에 받기 수준이거나... 친구가 정 급할 때... 당장 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이삼십 만원 수준에서...(그것도 정~말 몇몇 친구에게만) 빌려주는 "간덩이 작은 친구"인 나한테 아무리 몇 시간이지만 몇백을 빌려달라고혀야? 얘가 이렇게 나를 모르지 않는데... 음~ 여튼 남한테 잘 꿔주지는 않으면서, 또 있으면 쓰고 보자는 나인지라, 얼마 안 되는 수입이나마 모두 7년, 10년, 13년짜리 장기 적금에 묶여 있고.... 유동자금이라 해봐야 이사 비용으로 마련해둔 100만 원 정도. 그것도 이미 집 계약 직전 단계에 돌입했으니... 쓸 돈이 아니다. "나 그 정도는 안 되는데?"  "그럼 얼마나 해줄 수 있는데?"(물건 결제할 애가 금액을 조정해? 이거 뭐 좀 이상한데? 마침 메신저 창엔 해킹 사기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뜨는 참)  "그, 글쎄... 한 십몇만 원?" 슬쩍 미안하긴 했지만... 조금 과장 보태서... "방금 집 계약하고 왔어"라고 쐐기까지. 그랬더니 "이런 부탁해서 미안해"란다. 여튼... 나도 못 빌려줘서 미안하긴 했다만.  그런데 정말 수상한 건 그 대화 직후다.  이 녀석이 인사도 없이 바로 로그오프한 것이다. 어허~ 이것 봐라.  아무래도 미심쩍은데?

넘어갈까 어쩔까 싶다가 옆자리 진쿤과 의논해 보니... 역시 의심스럽단다. B군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안 받는다. 그래서 "방금 전에 돈 빌려달라고 한 거 너 맞지? 혹시나 도용인가 해서" 하고 문자를 찍고 있는데...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끝고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몇 시간 후 다른 문자 치려다가 아까 보류된 임시 메시지가 떠서... 그제서야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메신저 일촌이 80명에 달하는 자기 같은 아이디가 해커들의 주요 목표라고. 해킹 당해서... 오후 내내 "너 맞냐"는 문자/전화 받느라 완전 전화기 불났다고...

에효~ 돈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봄에 엄마 돌아가시고 고아된 B군에게 뭐라도 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사실 그 해커가 첨부터 몇십 만원 불렀으면 그냥 입금했을지도 모른다. 200만 원이면 나의 콩알만 한 스케일로는 곧장 못 받으면, 밤에 의심증/울화병으로 잠 못잘 정도로 컸기 때문에 의심한 거다.봄엔가 Y양 친구 중에 메신저 사기 당한 사람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서지만. 어쨌든 처음에 못 빌려준다고 했을 땐... 친구 B군에게 못 빌려준다 한 거고, 의심은 그 다음 대화에서 한 거니까... 내 스케일은 딱 고만큼인 거지. 하여간 B군에게는 한편 미안하기도 해서... 여차저차해서 못 빌려줬다 하니까... 무조건 잘했단다. 사기 안 당한 나는 똑똑한 친구란다. 다행이다. 우정이 금 갈 일 안 생겨서.

 

B군에게 전화가 오기 직전에(그러니까 B군에게 문자를 보내기 직전에) 나의 임대계약을 물려받겠다는 하우스메이트가 전화를 했다. 알고 보니 사회초년생인 이 친구... 서울에 올라온 지가 이미 5~6년인데... 하숙&자취 수준 생활만 해보았기에... 몇 천 만원이 오고가는 임대차 계약의 진행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 없었던 것이다. 임직원 대출도 있다는 것만 알지 본인이 그 자격이 언제부터 되는지, 확실히 되는 것인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나한테 계약을 물려받고 싶다 한 것이다. 10월 초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해서, 어제 방 보고 들어와 월세 내는 날인 10월 5일에 이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사실은 10월 6일에야 입사 6개월차로 대출 자격이 생기고, 그러고부터 4~5일은 걸리고... 뭐 어쩌고 해서... 집주인한테 이사한다는 말을 7월 초에 했는데... 무슨 이사가 이리 힘드나 싶어 열은 받았지만... 10월 17일로 날짜를 정했다. 그 친구가 내가 갈 데 있으면 10월 5일에 집주인한테 먼저 보증금 받아서 이사하고, 자기네는 이미 살고 있으니 살다가 열흘 후에 대출 받아서 집주인한테 주면 되지 않냔다. 그래서 "집주인 마인드는 그런 게 아니다."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돈이 무서운 거다. 계약서에 쓴 날에 꼭 그 돈이 있어야 하는 거다"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 사회 생활을 가르치는 흉내를 냈다.심지어... 나한테 보증금을 이사할 때 한꺼번에 준다면서... 이사할 집의 계약금은 알아서 하면 안 되겠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까지 하는 처자를 믿고 내가 이사를 하려 했으니... T T

여튼... 그래서 어제 나의 집중 교육에 군기가 바짝 든 이 아가씨... 오늘 다시 회사 인사과랑 거래 은행에 가서 대출일정을 재차 확인했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학자금 대출이 남아 있어서, 전세 혹은 월세 대출이 안 될지도 모르는데... 확실한 가능 여부인 입사 6개월차인 10월 6일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오우, shit~. 지난 1년간 잘 숨기고 살아왔든 이 놈의 못된 성질 10초 만에 튀어나와... 이죽거리고, 사람 무시하고... 조곤조곤 지난 1년 반 동안 이 친구에게 나름 잘 숨겨온 까칠한 성질 다 보이고 말았다. 이 와중에 이 아가씨 전화기 배터리 떨어져 전화 갑자기 끊기더군.(그래서 전화기 켜면 전화하라고 문자 보내려다가 B군에게 아이디 도용을 문의하는 문자를 보내게 된 거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길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니... 낮에 가계약한 집이 최상의 선택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걸어다닐 수 있고, 마을버스도 있고, 동네 조용하고, 생협이랑 반찬가게도 있고, 보증금과 월세도 적정수준인 편. 이 집을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놈의 전세대란(탓인지, 떠드는 매스컴 탓인지)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보증금이 오른다는 걸 오늘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제라도 사는 집을 내놓고 이사 올 사람을 찾든가, 정 안 나가면 신용대출이라도 해서 먼저 이사를 하든가, 특단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걸려온 하우스메이트와의 전화에서 이런 나의 결심 통보하고, 아까 나의 성질부림에 눌려 납작 사과하는 그녀에게... 또... "큰돈이 걸린 일일수록, 남과 관련된 일일수록, 모든 절차를 끝까지 알아봐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다시 장광설로 훈계. 나도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아이고 골치야. 할 일도 많은데... 오후에 이런 식으로 30분씩 통화를 하고 있으니, 시간도 아깝지만 속상하다. 그동안 꽤 착한 척하고 지냈으니 이 아가씨랑 막판까지 좋은 얼굴로 잘 헤어지고 싶었는데.6

 

이러느라 못한 일을 퇴근시간 이후에 회사에 남아 뭉기적거리며 슬슬 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은근 수다도 떨었다. 일이 남아서 저녁도 안 먹고, 일하는 진쿤한테 한바탕 푸념을 늘어놓기까지. " 내일 당장 계약하러 가야 하는데, 계약금 300만 원도 읎다. 가지고 있는 현금에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야 보탤까 보다." 상냥한 진쿤, 생각지도 못한 답을 한다. "XX 선배님한테 빌리세요," "엥? 그 큰돈을? 말이 돼?" 들어보니... 작년에 회사에 퇴직연금제가 되입되면서 근속연수가 2년 이상되는 직원들은 이전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현금으로 받았는데... 직장 생활 7년 동안 그 흔한 청약부금 하나, 적금 하나 들어본 적 없는 이 양반, 6년치 퇴직금을 그냥 자유통장에 넣어놨다는 게다.7 더욱 놀라운 것은... 그래서 내가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이 양반한테... "저 돈 좀 빌려주세요."라고 말해 봤더니 대번에 "그러죠 뭐. 얼마나요?" 하는 것이다. 맙소사. 나는 15년지기 친구한테도 안 빌려 준 2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입금하다닛. 필요할 때 별 말 없이 빌려줘서 정말 요긴하게 쓸 거고, 참 고맙긴 한데... 그렇다고 뭐 그것이 가슴으로 짜안~ 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라웠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이렇게 친한 사이였네' 혹은 '이 냥반이 나를 정말 아끼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흑~'이라기보다는 "정말 돈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이로군",  또는 "역시 매일 얼굴 보는 회사 동료가 돈 떼먹고 도망가진 않겠지라고 믿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더군. 먹을 거 욕심은 많지만 돈 욕심은 별로 없는 사람이니... 이자 대신 밥&술을 사고, 이사 후 집들이를 해서 초대하기로^ ^.  

퇴근 전까지 정말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를 했고, 앞으로도 여러 번 할 테지만... 하여간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 집에 오면서 친구한테 돈 안 빌려준 나를 반성해야 하는가, 평소 선물경제에 관한 나의 이상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었구나. 딱 자본주의형 인간이네... 집에 오면서 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돈은 무서운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아무래도 이 냥반처럼은 못 될 거 같다는 것이... 이 긴 글을 쓰고 난 다음에도 드는 생각.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뭐 다른 건 다른 거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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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 알아보기, 대출 문의하려 은행 가기, etc텍스트로 돌아가기
  2. 이것도 사실은 턱 없는 생각이었다. 마감 말고도 검토해서 원고보완의견서 쓸 원고가 두 건, 이후 기획 진행해야 할 시리즈가 네 가지인데... 마감만 집중한다는 것은 휴가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는 나의 순전한 착각이었다.텍스트로 돌아가기
  3. 이런 말 하면 남들한테는 착한 언니라는 소리를 듣는데... 사실 지난 7년 간 3개월 제외하고 줄곧 직장생활을 했는데도 내 대학/대학원 학자금 융자를 갚는데 한 푼도 안 낸 데다, 독립할 때도 아버지 퇴직금 담보로 이천만 원 대출받아 나온 거라... 이렇게라도 해야 덜 죄송할 거 같아서 결심한 일이다. 내년에도 올해만큼(많으면 더 좋고^ ^) 월급이 올라야 할 텐데....텍스트로 돌아가기
  4. 알고 보니 부동산 사장 나랑 동갑. 어제는 내가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라 거의 대학생 취급했는데, 나이보다 두엇은 더 들어보이는 H군이랑 같이 가서 친구라니까 비로소 내 나이를 물어보더니 동갑이란다. 이제 부동산 사장님을 큰언니, 큰오빠처럼 생각하고 어리버리한 척 징징/살살거려서 좋은 집 얻던 시절도 지난 것이다텍스트로 돌아가기
  5.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전자 결제는 30만 원 이상임을 깜빡하고 있었음. 하루에도 한두 번 이상 그날 그날 체크카드로 쓴 통장 잔고 조회하느라 메신저 로그인하듯이, 공인인증서로 인터넷 뱅킹 로그인하는 습관이 있어서.텍스트로 돌아가기
  6. 사실 이사를 하려는 데는, 청소도 안 하고 너무 늦게 다녀서 막 잠들었을 때의 내 숙면을 방해하는 이 아가씨 자매와 헤어지고 싶은 이유도 있다.텍스트로 돌아가기
  7. 어쩐지, 해외여행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애인이랑 파리로 여름휴가를 가더라니...텍스트로 돌아가기
2009/09/03 01:42 2009/09/03 01:42

오욕은 그의 몫이었다.

2009/09/02 02:16 베껴쓰기

그가 하나뿐인 전등을 켜자, 젤리빈이 정비소에 들어설 때 어슴푸레하던 동쪽은 이제 짙고 선명한 푸른빛이 되었다. 그는 다시 스위치를 내리고 창가로 가 창턱에 팔꿈치를 괴고 깊어지는 아침을 응시했다. 감정이 깨어나면서 그가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하찮다는 느낌, 그의 인생이 철저하게 어둡다는 데서 오는 둔한 통증이었다. 갑자기 벽 하나가 불쑥 솟아올라 그를 둘러쌌는데, 황량한 방의 흰 벽처럼 확실하고 손에 만져지는 벽이었다. 이 벽을 인식하게 되자, 그의 존재의 로맨스, 태평함,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즉흥성, 삶이 부여했던 경이로운 관대함, 지금껏 있어 왔던 이 모든 것들의 빛이 바래 버렸다. 느릿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잭슨 가를 어슬렁거리던 젤리빈, 가게마다, 노점마다 그를 모르는 곳이 없었고, 가벼운 인사와 동네 특유의 재치로 가득했던 그, 슬프기 위해서만, 그리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만 슬펐던, 그 그 젤리빈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밀려오는 통찰력으로 그는 알 수 있었다. 메릿이 그를 경멸하고 있었음을, 새벽녘 낸시의 키스조차 질투가 아닌, 낸시가 스스로를 낮춘 것에 대한 경멸만을 불러 일으켰음을, 한편 젤리빈, 그는 낸시를 위해 정비소에서 배운 속임수를 사용했다. 즉 낸시의 도덕성을 세탁해 준 것이다. 오욕은 그의 몫이었다.

어스름이 푸르스름해지며 방을 밝히고 채워 왔다. 짐은 침대로 건너가 그 위에 몸을 던지고는 거칠게 침대 가장자리를 움켜 쥐었다.

"난 그녀를 사랑한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맙소사!"

이렇게 말하고 나자 그는 마치 목 안에서 응어리가 녹아 내리듯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공기가 맑아지면서 여명과 함께 빛을 발했다. 그는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묻고 소리 죽여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_스콧 피츠제럴드, 「젤리빈」, 『재즈 시대 이야기』(1922); 박찬원 역,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이상하게도, 점점 더 철이 없어져서 동안이란 소리를 듣는 일이 늘어가는데도... 속은 여지 없이 그대로 늙어 간다. 아니, 살아보니 별 거 없다는 거, 자기 자신을 견디는 거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서 그럴까? 아니, 그래서 철 없이 사는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 소리를 하려고 쓰기 창을 누른 건 아니고... 퇴근하고 방 보러 돌아다녔더니... 또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스트레스/흥분이 불면증을 부른 참에... 뭐라도 타이핑하자 싶어서 휴가 때 읽은 소설 한 대목. 어제 오후에 떠난 여배우는 이런 말을 했었지. "여기까지 오려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정~말 잘하고 싶다고." 악바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해. 난 생애를 통틀어 독종이었던 기간은 1년이나 될까? 그렇다고 내가 오래나 사는 건 확실할까?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라고 말로는 잘도 떠들지만, 내 자신의 죽음은... 잠들다가도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이렇게 죽는 건가 싶어 화들짝 놀라 깰 정도로 두렵지만, 이상하게도 나 죽었다고 누가 우는 건 싫다. 아무도 안 울면 이상하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죽음에 울어준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나 죽으면 세상이 알기나 할까... 그런 생각도 잠깐. 워워... 우울증에 빠진 건 아니고. 어쨌든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뭘 얻으려고가 아니라 오늘만큼 나가는 수밖에 없어서...니까 그냥 나 생긴 대로 살다가 나 가야 할 때 별로 흉하지 않게나 가면 좋겠다...라는 생각 잠깐.

 

퇴근하고 두 시간 만에 방을 세 군데 보았는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쾌락 원칙이 현실 원칙을 이길 것 같다. 돈은 들지만... 어차피 누릴려고 버는 건데 뭐. 쪼까 벌어 유흥비로나 탕진하던 때보다야 진일보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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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02:16 2009/09/02 02:16

가을 앞에서: 하반기 일정

2009/08/31 10:18 생활감상문

임인 허림(1919~1942), <목포 만호동>

 

휴가를 마치고 업무 복귀한 월요일. 9월8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날씨는 이미 가을 같다. 처음에는 꽤 조용하게 보내리라던 휴가가 결국 의도와 달리 상당한 체력 소모로 이어졌다. 1박2일짜리 여행 1건, 학원 2회 출석, 스터디 1회, 사람 만나기 4건, 영화관람 3회, 1박2일짜리 부모님댁 방문... 밀도가 꽤 높았다.1

오늘부터 다시 정신 바짝 차리고 숨가쁘게 일해야 하고... 9월엔 처음으로 인디자인으로 편집한 책을 마감해야 하니... 평소보다도 몇 배 더 바짝 긴장해야 해서, 마감을 챙겨야 한다. 오늘부터 재교.

추석 연휴 전후로 이사해야 하는데... 휴가 기간에 방도 안 알아봤다. 전세금은 오른다고 그렇게 야단들이니 사실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T T 어차피 빚 얻어 할 이사... 이번 주에 방 알아보고, 다음주쯤 돈 융통하는 거 알아보고 그러지 뭐. 휴가 기간을 이용해 목표한 불문법 복습과 평소 못 만난 사람들 만나는 시간도 내겐 소중했다. 일년의 한 번이라 생각하다 보니 좀 무리를 한 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_ _;;

이번 주말엔 나와 이름이 같은 H군의 동생이 결혼하고, 10월 17일, 18일, 24일에 양양, HN양, 조양 결혼식에다 10월 23~25일은 무주 오클라샘 별장 방문하여 쌤과 함께 덕유산 등산하기로 한 계획까지... 일도 많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무슨 행사가 이리 많으냐. 헥헥

11월엔 다시 마감과 함께 문제의 불어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한 번에 고득점(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이면 무조건 통과인데... 70점 넘기는 게 목표)을 해서 통과하려면 11월까지 이 긴장을 꾸준히 끌고 가야 한다.

12월엔 워크샵이 있고... 겨울휴가엔 물과 소금만 먹는 단식을 시도해 볼 예정. 이렇게 또 한 해 가겠구나. 나이는 계속 큰 변화는 없다는 게 가끔 좀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는, 혹은 변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는 큰 변화에 대비하며 일상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흘려보내지는 말자...가 또한 나의 주의(主義)니까 뭐 이렇게 한 번 또 적고 가는 거지. 뭐 아직은 동안이라는 소리를 들으니까 초조해하지는 말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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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일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와 그 사이의 박물관촌까지 모두 흝은 목포 관광을 하며 "목포 사람" 김대중을 나름 애도 →  월욜 하루 휴식+Y양 결혼준비 상담+휴가 후반기 모임 잡기 →  화욜 불어 스터디 준비+충무로영화제 가서 <알파빌> 관람 →  생태학 공부 위해 프랑스 유학 준비중인 K대학 생물학과 학생 J씨와 불어스터디 개시 → 명동PC방에 놓고 온 USB 찾으러 간 김에 광화문까지 걸어가서 버스 타려다 정류장에서  우연히 YS선배를 3년 만에 만남. 마침 같은 방향이라 홍대까지 동행하면서 셀프 퍼블리싱 상담해 주기  → 수욜 쇼핑 →  서점 구경 →  브라질 보사노바 영화 <아웃 오브 튠> 관람 →  귀가 후 불어 자습  →  목욜 오클라샘 뵙고 6시간 간 수다(정말 별 얘길 다함) →  불어 수업 →   금욜 H군과 점심회동. 전부터 가 보고 싶던,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국수집 탐방. 독신남 H군에게 반찬 너댓 가지 싸줌 →  M군과 <안녕, 나의 집> 보고 술 마시고 노래방까지 풀코스 도느라 할증 풀린 다음 귀가 →  토욜 다섯 시간 자고 씻고 나가 과 여자 선배+동기+후배들 만나 내 동기인 양양과 조양의 결혼소식(얘들은 암만 친해도 그렇지 무슨 결혼을 1주일 차이로 하냐구. 살다 보면 결국 낼 부조금이긴 하지만 흑... 부담이...)에 결혼 풀 스토리 궁금한 척 열심히 들은 후 나로서는 도무지 현실감 없는 J언니 두 아들 양육기까지 듣다가 그예 졸기 →  부모님 댁 가서 매년 휴가 때마다 그렇듯 엄마가 해주시는 밥 먹으며 먹고자는 응석 부리기 →  일욜 집에 와서 정신 못 차리고, 휴가 마지막에 해결할 청소+빨래 모두 방치하고 업무 복귀 준비도 하나도 못한 채 내내 자다가 TV 시청하다가 밤 되서 잠 안 와 또 고생텍스트로 돌아가기
2009/08/31 10:18 2009/08/31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