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너무 많은 반찬

2009/09/20 17:31 생활감상문

집에 너무 먹을 게 없어서 지난 주말에 시장을 조금 봤다가... 고3인 막냉이 수시지원 자소서 고쳐 주고, 집에 들고 온 교정지 쬐끔 들여다보고, TV 봤더니 그냥 냉장고 신세가 되어 버렸다. 생협에서 주문에서 냉동실 들어간 지 2달 된 우거지 삶아서 불려서 껍질 벗겨서 엄마가 보내 주신 그대로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사골국물 합쳐서 사골우거지국 끓인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했다.

이번 주 금요일엔 외할머니 1주기여서 제사 지내러 화성에 있는 외가에 다녀왔다. 10시에나 제사 지내고, 야근하고 11시에 오신 아버지와 외삼촌들의 일잔 끝나고, 12시에 출발하여 외가 근처 사시는 둘째 고모한테 제사떡이랑 전 가져다 드리고(울 엄마, 아부지는 형제들 챙기는 걸 꽤 좋아하신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반... 토욜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새로 담근 총각김치, 찐 양배추, 찐 가지를 싸주신다. 냉장고엔 아직 휴가 때 담근 오이피클, 우엉피클, 고추피클로 비좁건만. 술 마신 다음날 마시려고, 칡즙도 4팩 받아 오고, 사과랑 배도 큼직한 상품으로 한 개씩 싸 주신다. 배달시켜 먹는 1리터짜리 저지방 우유가 밀려 있길래 그것도 한 팩 얻어 왔다. ㅋ 그렇게 바리바리 싸서, 엄마가 버스 정류장까지 손수레로 끌어다 주시고, 버스를 타고 거리 느낌이 좀 낡은 편인 구로동, 신도림동, 영등포, 당산을 지나 한강까지 동생이랑 같이 건너오니 시골 처녀라도 된 거 같다.ㅋ

다음 주엔 아버지와 막냉이의 생일이라서1 오늘 점심에 연희동 중국집에서 회동을 했다. 엄마는 그 와중에 새로 담근 배추김치에 씀바귀나물, 집 옥상에서 키운 어린 고추와 고춧잎 나물, 봄에 담그신 매실 엑기스까지 싸다 주셨다.

점심 먹고 들어와 반찬 정리하다 보니 냉장고가 비좁다. 오래된 김치며, 사 놓은 지 한 달 넘은 우엉이며, 지난 주에 산 버섯이며 정리를 해야겠다. T T내일부터 본격 마감 모드라 어제도 사무실 나가서 일을 잠깐 했고, 오늘도 할 일 들고 들어왔는데... 냉장고 정리 핑계로, 쉰김치는 꽁치 사다가 찌개 끓이고, 버섯은 양파랑 당근에 볶아 내고, 우엉은 간장에 졸이고, 각종 피클은 내일 회사 갈 때 도시락 싸 가려고 도시락통에 넣고... 그렇게 두 시간이 훌렁 갔다.

다시 정리하자면 지금 우리 집엔... 버섯볶음, 꽁치김치찌개, 찐 양배추, 찐 가지, 우엉피클, 오이피클, 고추피클, 깻잎김치, 씀바귀나물, 고춧잎나물, 지난 주에 끓인 우거지국, 사과, 배, 짉즙과 각종 양념 그리고 힘들어서 손도 못 댄 감자와 달걀 등 남은 요리재료가 있다. 정작 오늘 저녁은 점심의 과식(중국집 코스)를 보상하려, 아침에 구워 놓은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때울 참인데... 에효... 교정지 펴니까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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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집은 특이하게도, 나는 음력으로 엄마와 생일이 같고, 막냉이는 아버지와 음력 생일이 같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양력 생일을 챙겨 먹는다. 텍스트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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