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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잘 하고 있나...

홍아에게 화를 냈더니 마음이 불편하다.

 

홍아가 갑자기 나를 물었다. 아마 바지를 물려다 다리를 함께 문 것 같기는 하다.

졸려하면서 낮잠을 못자더니 아드레날린이 머리 끝까지 뻗쳤나보다.

 

그런데 종종 홍아는 나를 문다.

이를 닦아주려고 가제수건을 입에 넣으면 꽉 물어버릴 때가 있다.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도 계속 문다. 그러면서 재밌다고 웃는다.

나는 화가 난다.

아니 나를, 엄마를 아프게 하다니!

그러고 웃다니!

우리 사이에 네가 나에게 이리 하다니!!!!

 

잘못한 것을 알기는 하는지 홍아는 계속 웃으면서 상황을 무마하려고 한다.

나는 혼내는 말을 하고 정색을 하고 홍아를 쳐다봤다.

홍아가 웃어도 계속 엄청 무서운 눈빛으로 봤다.

그러자 홍아가 운다.

울면서 자겠단다.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가 잘못하면 혼내는 게 맞지?

그런데 화를 내는 것과 혼내는 것은 같은 것인가?

아직 아이가 잘 모를만한 것을 혼내면 알아들을까?

그런데 정말 잘 모를까?

 

여직 아이 키우면서 내 마음 다스리게 하는 몇 가지 생각이 있다.

 

1. 아이가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지 말자.

홍아는 밥을 먹다가 잘 뱉는다. 졸릴 때 심하게 짜증을 낸다. 나는 아프고 힘든데도 안아달라 하고 젖을 먹겠다 한다. 베란다에 나가 발을 더럽혀 닦아달라고는 또 금세 베란다에 나가 발을 더럽힌다. 다 논 장난감을 치워놓으면 어느 새 와서 주르륵 다 쏟아버린다. 물 컵의 물을 잘 엎지른다.....

 

이건 홍아가 아직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저러한 게 좋다고 설명은 하겠지만 당장의 실현을 바라지는 않는다.

먹다 아직 삼키기 힘든 까칠한 것이 있으면 뱉는 것이고, 아직은 엄마가 힘든 것보다 제 마음의 위안이 더 중요하다.

 

2. 내겐 귀찮거나 아까운 시간도 아이에겐 필요한 시간이다.

홍아는 잠 들기 전에 한 시간 반 이상은 뒹굴뒹굴 한다. 피곤하게 놀다가 혼자 푹 쓰러져 자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부럽다. 하지만 홍아는 늘 자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래서 자기 전에는 짜증도 는다.

엄마 안경 벗어, 눈 떠, 다리 이렇게 올리고 비행기 태워 줘. 이리로 뒹굴뒹굴 와. 마루로 나와. 여기 이렇게 앉아. 물 줘. 기저귀 이걸로 채워 줘. 이 옷 입을 거야.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 줘. 아가 멍멍이 찾아 줘. 사슴 베개 베 줘. 곰 이불 덮어 줘. 엄마 이불이 깔렸잖아....

안 들어주면 또 막 짜증을 내며 울고, 그런다고 일찍 자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는 게 더 힘들어져서 가능하면 홍아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잖니. 졸립고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싶잖니...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화를 내게 된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을 때 생각한다. 홍아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한가봐. 아직은 이래야 하나봐. 그럼 쪼금은 마음이 다스려진다.

 

3. 이 시간도 간다.

그래. 이렇게 힘이 들어도 이 시간은 간다. 28개월의 시간 동안 홍아는 얼마나 많이 컸는지!!! 앞으로 있는 많은 시간 동안 홍아는 더 클 것이고 지금의 문제들은 많이 해결이 될 것이다. (새로운 문제가 생길 거란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ㅜㅠ)

이렇게 자기 전에 괴로워도 홍아는 잔다! 그럼 나도 컴퓨터도 하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알바도 할 수 있다!

그러면 또 조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4. 홍아가 날 보고 배운다.

얼마 전 홍아가 인형들과 놀면서

'왜! 왜!' 그런다. 그래서 뭐하나 봤더니 '홍아가 화 내는 거야.' 그런다. 헉!

또 갑자기 '엄마가 화가 났어.' 그런다. 그래서 왜? 하고 물었더니 '홍아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그런다. 헉!

다 새기고 있던 거야? 아 그럼 미안한데....

 

그런데 이런 생각들로 마음을 잡으려 해도 내가 피곤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없으면 성이 난다.

 

홍아는 당황스러울 거다. 잘 웃고 놀던 엄마가 소리지르고 무섭게 보면...

 

우리 사이에 일체감이 깨지는 느낌이 드는 게 슬프다.

 

나의 아빠는 화를, 나의 엄마는 짜증을 잘 내셨기 때문에 나는 안 그러려 노력하는데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홍아가 어여 속이 깊어져서 엄마도 짜증을 내는 인간이구나,를 알아 주면 좋으련만,

지금은 아직 너무 아기라서 두려움만 느낄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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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가 깨서 다시 재우고 왔다.

잠에서 깬 홍아는 섧은 표정으로 입을 삐죽삐죽한다.

아까 혼난 것이 여직 슬픈가...

 

아이 마음을 알아주는 것과 (부정적인 의미에서) 오냐오냐 키우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혼을 내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혼을 내고 그 다음에 좋게 푸는 방법은 뭘까.

이렇게 종종 끊어지는 일체감은 금이 없이 끈끈하게 붙을 수 있을까..

 

사람 하나를 몸과 마음으로 키우는 것은

내 바닥을 다 보게 하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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