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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

Name  
   류은숙  (2004-11-22 17:40:12, Hit : 447, Vote : 73)
Subject  
   '국경없는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한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타이에서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를 지원하는 모든 분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고, 저는 국경지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곧 국경에 가게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1년 동안, 우리는 "우정과 인권을 위한 카렌(Karen)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권의 향상과 카렌족의 네트워크를 향상하기 위함입니다. 소수민족인 카렌족은 타이-버마 국경에 의해 찢어져 있습니다. 버마쪽에 사는 카렌족은 독재치하와 무력분쟁지역에 살고 있고, 타이쪽에 사는 카렌족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온갖 종류의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카렌족 중 한 집단에 의해 운영됩니다. 이들은 우리가 양 진영의 카렌족을 모아 함께 진행했던 풀뿌리 인권교육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사람들입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그들 스스로가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계속하길 원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만 옆에서 보조하고 있습니다.

올해에 세 번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국경지대에 참가지원서가 배포됐고, 18명이 선발됐습니다. 자기 마을로 돌아가서 인권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지원자의 마을에서 3번의 워크샵을 완전히 참가하도록 허락한 경우를 선발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성평등을 고려했고, 난민인 카렌족과 타이 시민권을 가진 카렌족도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 워크샵들은 난민 캠프와 국내유민캠프에서 열렸습니다. 사람들은 인권의 원칙과 메커니즘, 타이법과 타이의 인권 메커니즘, 소수민족과 난민의 권리, 갈등해결과 평화건설, 발전권과 공동체의 권리, 미디어의 이용, 지역사회조직, 인권활동가에 대한 훈련에 대해 배웠습니다. 18명 중에서 10명만이 과정을 완수했습니다. 탈락자들에게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재정문제도 있었고,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렌 프로젝트 팀과 저는 이 10명의 사람들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힘을 기르는데 정말 열심이었습니다. 8개월 동안 6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인 이들 10명은 가까운 친구가 됐습니다. 이들은 자기 마을에서 진행할 4개의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것을 지원합니다. 둘 이상의 워크샵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결합하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저는 다음주에 이 워크샵 중 하나를 방문할 것입니다. 그것은 분쟁지역에 있는 학교의 교사들을 위한 인권워크샵입니다. 다른 프로젝트는 난민캠프의 청소년들을 위한 인권교육, 타이에 사는 카렌족·난민캠프와 국내유민캠프에 사는 카렌족에게서 수집한 인권상황에 대한 책입니다.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들이 무슨 일을 진행하고 있는가를 들으면 아주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아주 신이 나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정적 어려움을 포함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쓰기 직전에, 저는 2003년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에게서 온 작은 보고서와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Naw Mary이고, 난민캠프에 살고 있습니다. 27살인 그녀는 그녀 인생의 13년을 난민으로서 폐쇄적인 캠프에서 살아왔습니다. 작년에 훈련워크샵을 마친 후에, 올해 초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특히 분쟁지역의 여성을 위한 워크샵을 조직하고 싶다고요.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녀가 워크샵을 여는 데 필요한 425달러를 위한 재정지원을 알아봤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Naw Mary가 우리에게 전해온 소식은 타이 당국이 더욱 엄격해져서, 난민캠프내에서 워크샵을 조직하려는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버마로 가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편지를 받아보고, 얼마나 기쁘고 그녀가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그 일을 해낸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15명 정도의 카렌 여성만이 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32명이 참가했고 그중에는 5명의 남성도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변 마을에서 왔는데, 그 지역은 버마군부가 아주 날뛰는 곳이라서, 매우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워크샵 둘째날 군인들이 마을에 왔습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흩어져서 도망쳐 숨었습니다. 모든 서류와 종이들을 급히 치웠습니다. 군인들은 2시간여동안 마을을 수색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때 참가자들은 아주 겁이 났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워크샵을 계속하기 위해 되돌아왔습니다.  

평가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에게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이런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상황을 분석해봐야 하고, 세상을 더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좀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무력분쟁 때문에 아주 고립돼 있는 그들에게 이러한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들을 알게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참가자들은 후속프로그램이 또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전쟁 속에서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이런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저는 Naw Mary의 편지를 읽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제게는 '국경없는 친구들'이 또한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한 역할이 극히 미미하다 할지라도요.

어떤 사람들은 난민들이 인권에 대해 알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얘기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그들이 배우는 것은 국제인권법으로서의 인권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에 대해 배우는 것이요, 뭔가 변화를 일굴 수 있는 자신들의 힘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고요, 둘째, 인권교육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인권피해자인 그들 자신이 고립과 침묵의 문화를 깨뜨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호기심을 느끼고, 자극을 받고, 배우기에 열심이고, 그로부터 나오는 힘을 확산시키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한국의 친구 여러분, 이것이 제가 새해가 오기 전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활동은 여러분의 지원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난민과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제 동료들, 그리고 저는 우리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핌(Pim)
국경없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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