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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국경없는친구들에서-여기는 주변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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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5-17 14:40:12, Hit : 221, Vote : 25)
Subject  
   [잡지]국경없는친구들에서-여기는 주변부가 아니다
여기는 주변부가 아니다
Chana Damnern

우리가 그날 목적지에 다가가자, 모든 것을 딴 세상에 두고 온 것 같고, 지구가 둘로 쪼개진 것 같았다. 국경을 넘어선다면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11월의 차가운 바람이 그날의 마지막 햇살에 인사를 했다. 한걸음씩 디딜 때마다 먼지가 작은 원을 그리며 흔들리다가 조용히 땅으로 떨어졌다. 땅 밑 깊은 곳에는 차가운 기억이 묻혀있었다. 공포와 상실의 비명과 흐느낌, 대나무 오두막을 태우는 무너지는 소리, 살려고 도망치는 사람들의 발자국. 하지만 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기에는 땅의 울림이 너무 고요했다.

가까이 갈수록 수백명 아이들의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피난민들의 마을이 손님을 환영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전투 상대방의 영향아래 있는 11개 마을에서 온 학생, 교사, 부모들이 손님이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걷거나 버스와 보트를 타고 지뢰지대와 버마군의 감시를 피해 카렌 주 국경에서 매년 열리는 학생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 민간인에게 길을 터주라고 쌍방의 군사 지도자들과 협상하는 일이 젊은 교사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소리가 불태워졌던 땅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각 지역의 민요가 어울린 소리는 총성과 지뢰와 헬리콥터보다 더 강력했다. 빈랑나무 열매와 담배 냄새는 폭탄소리에 흩어졌던 야생의 새들을 불러들였고 다시 노래하게 했다.

노인들의 얼굴에 조용히 울려퍼지는 미소는 TV와 라디오에서 넘쳐나는 권력자들의 목소리를 덮어버렸고 그런 소리들은 의미없는 중얼거림이 됐다.

공포는 사라졌다. 우정과 사랑이 입장했다. 이제 모든 것이 가능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상호 연관돼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버려질 것은 없다. 언덕에서 맨발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세상과 월드컵 축구장이 있는 세상은 똑같은 세상이다. 산, 초고층빌딩, 농장, 번화가, 별, 전화전신주, 하늘, 지붕, 돔구장이 모두 하나의 대지에 있다. 이들은 주변부에 서있지 않기 때문에 주변부로 결코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결코 국경이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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