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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의 촬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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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5-10 17:02:00, Hit : 228, Vote : 31)
Subject  
   핌의 촬영일기
핌이 한참전에 보내온 글인데 제가 차일피일 하다가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핌이 요즘 하고 있는 일은 난민들의 생활을 알리기 위한 비디오 제작입니다. 이 비디오에는 난민들이 스스로 기획과 배우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핌이 영화를 찍으면서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고전하고 있나 봅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면 우리가 한국에서 상영회를 한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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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i!-Take(again)-나의 촬영 일기

“O-Bwo(침묵)”---나는 지시대로 입을 다물었다.
“카메라 준비, 테이프 준비...Ma-Di 5(장면 5)-비디오 슬레이터가 쳐졌다.
“Sa-Tauh! (시작!)---나는 Muga(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며 그녀 옆에서 다섯을 셌다.

하나-둘-셋-넷-다섯.
Muga는 Mae Wa Pa를 향해 몸을 돌렸다.
“Pathee(아저씨)는 집에 자주 오지 않아요. 이번에는 2년정도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왔어요”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비췄다. “우리 셋만 여기 살아요. Gloh가 공부를 마치려면 멀지 않았는데, 그녀가 부모님과 같이 살러 버마로 돌아갈지 아닐지는 모르겠어요.”

Mae Wa Pa는 구석에서 조용히 기타를 치며 앉아있는 10대 소년을 향했다. 그 아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Eh Doh shi 요?” Muga는 Mae Wa Pa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 애 부모님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아요.”

“Ba-Lee(됐어요)”

나는 촬영하는 동안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촬영팀은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면 5가 끝났다. 박수를 쳤고, Muga는 낄낄 웃었고, Mae Wa Pa는 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조그만 더하면 우리는 쉴 수 있다.

편집팀이 나더러 카렌 친구들의 비디오 촬영팀을 수행하라고 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내 유민과 난민 캠프에 사는 이 사람들은 오직 도시로부터 오는 정보와 얘기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사람들인데 이들이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얘기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약간의 영화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장비에 익숙해지고 영화 촬영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말하는‘영화’를 성취했다.

Muga는 다음 장면을 위한 옷을 접고 있었다. 그녀의 민속의상은 예전에 입었던 것과 똑같이 다채로왔다. “아저씨는 내가 이 영화에 출현한다는 걸 듣고 좋아해요”. Muga가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나이 들어서 이런 기회가 내게 왔네요” 그녀는 크게 웃었다. “어쨌든, 최선을 다할래요. 이 영화는 우리들 모두에게 유익한 거쟎아요.”

“아저씨가 보고 싶으세요?” 나는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Muga는 남편이 국경지대의 군인이라 말했었고 그들은 거의 서로 만나지 못했다.

“많이 보고 싶어요. 아저씨는 정기적으로 내게 편지를 보내요. 우리가 젊은 연인이었을 때부터 편지를 써왔어요” 그녀는 미소지었다. “난 이 편지들 모두를 간직하고 있어요. 나는 가끔 아저씨에게 우유를 보내요. 건강에 좋으라구요. 아저씨는 이미 늙었어요.”

그녀 눈에 눈물이 비쳤다. “아저씨는 내게 잘해요. 전혀 변치 않아요. 날 사랑해요. 지역사회를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하건 그이는 날 지지해요. 언젠가 평화가 오면 우리는 다시 같이 살 수 있겠지요.”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만나본 여성들 중에서 가장 강인한 여성 중 한명이다. 그들은 모두 지역사회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아직 제목을 정하지 않은)의 배우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다. 카메라와 몰려든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인물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들 자신이 그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

“커서 뭐가 되고 싶니, Eh Doh Shi?”
“군인이요”. “하지만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선생님들도 그랬구요. 나보고 학교를 먼저 마치라고 했어요.”
“몇 학년까지?” Eh Doh shi는 학교에 약간 늦게 들어갔다. 그애는 이제 3학년이다.
“10학년이요.” “내게 돈이 있다면요. 나하고 내 동생이 기숙학교에 다니려면 1년에 300은 필요해요.” 그건 고등교육을 끝까지 마치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나서 군인이 될거니?”
“학교를 다닌다면 아마 선생님이 되겠죠. 또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해요. 내 선생님들은 모두 좋아요. 아이들을 이해해줘요.” “난 또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기타를 더 잘 치고 싶어요. Thra Law처럼 키보드를 치고 싶고,  Thra Kaw Pi처럼 베이스 기타를 치고 싶고, Thra Kae처럼 노래하고 싶어요.”

....
이 높은 언덕에서, 전체 난민 캠프가 Eh Doh shi의 노래를 듣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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