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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아픈 날

Name  
   류은숙  (2005-02-23 21:37:56, Hit : 682, Vote : 22)
Subject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아픈 날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아픈 날

글쓴이 Shine Shan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우리는 행복한 순간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소중한 꿈이 땅바닥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그건 당신 때문일 겁니다. 당신은 내가 무너질 때마다 항상 거기에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공허함을 느끼는 날마다, 내가 돌아오기를 항상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상기시켜줬습니다. 그곳은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는 곳이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그들을 떠나 있었다할지라도 결코 나를 내버려두지 않을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아픕니다. 내 모든 신경이 타버렸고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마치 돌멩이와 모래가 가득찬 듯이 목구멍이 아픕니다. 피로감이 눈을 짓누르지만 들뜬 열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때, 나는 내가 다시 깨어날지 말 지에 개의치 않습니다. 단지 영원히 잠만 자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도 알거나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국경에서 들려온 고통스런 뉴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는 그 소식이 단지 악몽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상 Karenni 민족이 사는 곳에 어떤 전투도 없고, 군인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가족들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그 뉴스는 사실입니다. 새해가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버마군대가  Karenni 민족진보당의 기지를 포격했고, 이곳은 2만명이 넘는 난민이 있는 Mae Hong Son과 Karenni 난민캠프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이 전투 때문에 나는 Anthony와 Sebasian을 생각합니다. 2년전에 그들을 만난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습니다.

Anthony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Karenni족 친구입니다. 오늘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가 '버마 내'로 들어갔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가 난민 캠프를 떠나 Karenni 주로 갔다는 얘깁니다. 우리는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가족이 너무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난민캠프에서 성장한 사람이 되돌아가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버마군부는 전쟁에 이기려 하고 소수민족을 불신하기 때문에 끝없는 억압, 고문, 인권침해가 자행됩니다. Anthony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큰 전투가 시작됐기 때문에, 나는 Sebastian이 자원하여 전선에 나가지 않았을까 염려됩니다. 지금쯤 고등학교를 마쳤을 텐데, 졸업하고 나서 영어선생님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는데...다른 한편, 그는 평화가 오지 않는 한, 총을 드는 일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를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가 지뢰밭과 전장의 잔인함에 생명을 걸 필요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 어떤 사람도 그런 위험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깨고 잠들기를 반복하는 속에 꿈과 현실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나는 갑자기 종족간의 화합을 기뻐하는 갈채소리를 들었습니다. 전쟁으로 한번 찢겨졌던 땅에 평화가 정착하기로 했습니다. 난민들은 행복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이 함게 살았던 옛시절을 재건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Anthony가 들판에서 어머니의 일을 돕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봅니다. Sebasian이 지역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걸 봅니다. 어떤 공포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도 거기에 있습니다. 따뜻한 햇볕아래, Karenni 주의 아름다운 농촌 풍경속에...

그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영원히 잠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병에서 벗어나서, 그런 아름다운 광경이 단지 내가 열에 들떠 꾸었던 꿈이 아닐 수 있도록 뭔가 일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나는 뭔가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던 집에 돌아가는 날이 되면, 나는 이 아름다운-꿈이 아닌 현실을-가족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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