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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글-친구가 사는 곳

Name  
   류은숙  (2004-11-18 13:33:32, Hit : 680, Vote : 84)
Subject  
   잡지 글-"친구가 사는 곳"
*'국경 없는 친구들'이 발간하는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친구가 사는 곳"

어디에 제일 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당신은 어디를 떠올리나요? 가고 또 가도 결코 지겨워지지 않는 그런 곳 말이예요.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단연코 "Mae Hong Son"입니다.
그 마을이 아주 풍경이 좋고 작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민족의 풍부한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Mae Hong Son"이라 하면 으레 떠올리는 상징은 "긴 목을 가진 카렌족(목에 고리를 끼워 길게 늘이는 종족으로 유명한 것이 카렌족임)"입니다. 사람들은 카렌족과 그들의 가족이 버마에서 온 난민이란 것을 모른채 관광객으로서 그들의 목걸이를 떠올릴 뿐입니다. 내가 Mae Hong Son을 아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내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고, 그 친구들 때문에 Mae Hong Son에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일들 말고도 더 많은 얘기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한 친구를 여러분에게 소개하지요. 그녀의 이름은 빅토리아입니다. 빅토리아는 가족이 버마에서 도망쳐 나온 후에 타이에서 태어난 Kayah족 소녀입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녀는 버마군인들이 얼마나 잔인했는지와 Mae Hong Son에 살고 있는 만 명이 넘는 Karenni족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얘기합니다.

Karenni는 버마의 7개 소수민족국중에 가장 작습니다. Karenni는 많은 소수종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일 많은 인구가 Kayah족이고, 그 다음이 Karen, Kayaw, 그리고 Kayan 또는 Paduang 족으로, 이들은 타이 사람들에게 "긴 목을 가진 카렌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arenni 왕국은 Kayah족의 지도 하에서, 역사적으로 Lanna와 버마 제국 둘다와 외교적 유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영국이 버마에 대한 지배를 수립했을 때 Karenni국은 여전히 독립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성공적으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버마의 정치엘리트들은 버마연방을 만들었고, 이 연방은 소수민족 국가들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버마군은 새로운 국민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정당화하고, 타 민족들에 대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소수민족의 영토를 느슨하게 통치했던 고대 버마 제국의 권리 주장을 해왔습니다.

소수민족을 향한 혹독한 폭력은 소수민족을 겨냥한 전쟁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청취하지 않는 많은 개발 프로젝트(특히 댐 공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댐으로 인해 농사짓고 살던 땅에 악영향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쫓겨나거나 강제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슬프게도, 그들이 타이로 이주하게 되자, 그들 중에서 "이국적"이고 뭔가 달라 보이는 사람들은(긴 목을 한 카렌족처럼) 타이 장사꾼들의 표적이 됐습니다. 이 장사꾼들은 이 사람들의 문화를 팔아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데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만약 버마정부가 헌법을 기초하기 위한 의회를 소집하게 돼서, 전쟁이 끝나게 되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Mae Hong Son의 관광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이들 장사꾼들의 속내입니다. 빅토리아가 이런 뉴스를 읽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빅토리아의 꿈을 생각합니다. 그 고향에서는 산 속에 마을들이 있고, 사람들은 소박한 삶을 살고, Mae Hong Son에서보다 더 아름다운 문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나에게도 빅토리아와 똑같은 꿈이 있습니다. 모든 난민 친구들이 고향으로 즐겁게 돌아간다면, 나에게는 방문하고 싶은 "친구가 사는 곳"이 하나 더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또 나는 희망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의 그들 사회에서는 더 이상 지역주민들을 싼 노동력이나 문화상품으로만 취급하는 개발 프로젝트와 관광산업을 볼 수 없게 되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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