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태국여행기 5- 암파와 수상시장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다. 드디어 기대하던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날. 
여행 오기 전 보았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나를 가장 들뜨게 만드는 장면이 수상시장이었다. 사두억은 관광용으로 조성된 데 반해 암파와는 태국인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이라는 점에 끌렸다. 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시장, 물 위에 떠 있는 시장, 시끌벅적하고 사람냄새나는, 무엇보다 먹을 것이(!!) 많은 시장.
수 많은 식재료와, 사람과, 가스통과, 진하게 우러나온 쌀국수용 국통을 싣고 뾰족한 앞코가 미끄러지듯 부드하게 빠져나가는 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뜬다.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 숙소를 나선다. 벌써부터 방콕은 후끈 달아올랐다. 태사랑 맵을 따라 짜끄라퐁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신남부터미널(콘송 싸이따이마이) 가는 길을 묻는다. '싸이따이마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하면 소통이 안 되고 조금 된발음을 쎄게 모음은 들릴 듯 말듯 빠르게 말하자 대화가 통한다. 어색하게 현지인 발음을 흉내내다보니 제법 입에 붙는다. 사람들이 30번을 타라고 일러준다. 맵에 없는 버스 번호인데 마침 30번이 오자 후다닥 일단 타고 본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안내양에게 물어보니 이 버스가 아니라고 한다. 미안하다 말하고 바로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물어보니 또 30번을 알려준다. 흠~~ 아마도 30번 버스는 지금은 사용 되지 않는 구남부터미널에 가는 버스가 아니었을까?? 그 때 함께 버스에서 내린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와 124번을 타라고 일러준다.  
 

>> 신남부터미널 가는 124번 버스. 대체로 시내버스 7밧이었는데 조금 외곽으로 빠져서 그런지 8밧이었다.

방콕 외곽 지역으로 빠지는 것인지 제법 이동해서 신남부터미널에 내렸다.

터미널이 꽤 커서 매표 창구가 엄청 많다. 담넘사두억+암파와는 같은 창구를 사용한다. 창구에 가보니 태국말로 뭐라 뭐라 쓰여 있다. 오직 11이라는 숫자만 인식가능. 인포에 물어보니 11번 ??로 가란다. 11번 매표소로 가보니 여기도 아니고...다시 물어보니 11번 탑승구로 가라는 말. 11번 탑승구로 가서 또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고 터미널 바깥쪽에 별도로 마련된 11번 탑승구로 가란다.



>> 암파와 매표소. 건물 밖에 따로 마련된 11번 탑승구를 찾아가세요. 롯뚜 가격은 70밧. 터미널 바깥 쪽에 롯뚜 정류장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 생전 처음 롯뚜를 타봤는데(매번 모든 게 처음이다) 10인승 정도 되는 미니 봉고. 흐~~에어콘 잘 나오고 승차감 최고에 가격 저렴.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다~ 여친은 아예 뒷자석에 퍼져 잔다.



>> 1시간 정도 달리자 암파와 수상시장 입구에 내려준다.
 

>> 조금 들어가자 드디오 수상시장 도착.

오후 2시쯤 암파와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좁다란 수로를 꽉 채운 배들이 부딪칠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담넌 사두억을 가면 된다. 암파와에는 태국인들이 많다. 마치 강촌에 엠티온 것처럼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다. 연인들도 많이 보이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다. 반면 해외 여행자들은 많지 않아 태국인들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고 적당히 시끌시끌 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수로 양쪽으로 상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생각보다 사고 싶은 게 많았고 또 수로 바깥쪽으로도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먹을 것 천지다.

그러나 일단은 흥분을 뒤로하고 숙소부터 찾아나섰다. 현지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아서 숙소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금요일 오후 2시였는데도 대부분 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비싼 숙소를 구했다. 여행 경비도 많이 남았으니 배짱 한 번 부려봤다. 무엇보다, 덥다. 점점 더위에 지켜가는 저질체력...
나중에 반딧불 투어를 할 때 알았지만 조금 배를 타고 나가면 숙소가 여기저기 엄청 많다. 그러나 정보를 미리 얻을 길이 없다. 아고다말고 뭐 아는 곳이 있어야 말이지... 태국인들은 미리 전화해서 예약도 하고 하겠으나... 쩝. 거의 시장 초입에 있었던 분홍색 게스트하우스를 가고 싶었지만 이미 남은 방이 없었고 주인 아줌마는 쌀쌀하게 고개만 젖는다. 다른 숙소라도 좀 가르쳐주시지...주변에 방이 없을거라고만 한다. 에이~~바로 옆 숙소에 방이 있구만...

어쨌든 방을 얻었으니 고민해결. 짐을 부려놓고 수로를 따라 나선다.



>> 빨래하신다. 줌으로 댕겨서 찍어봤다. 시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 새우 100밧, 오징어 100밧, 조개 30밧. 바로 식사 들어가신다.
 

>> 엄마는 굽고 아들은 배달하고...



>> 이렇게 식당처럼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 이 근처에 사람이 제일 많다.
 

>> 해산물 외에도 다양한 육수의 쌀국수도 있고 팟타이나 쏨땀 등 여러 가지 요리를 판다.

이제 제법 배도 부르겠다. 물길을 따라 시장구경에 나선다.



>> 내 마음을 완전 사로잡은 가게. 봉제인형 코끼리 샀다.



>> 티셔츠를 사려는데 맘에 드는 색상의 티셔츠가 다 팔렸나부다. 아쉬운 마음에 가게를 뜨지 못하고 계속 불쌍한 얼굴을 하고 있었더니 급기야 직접 현장제작 해주신다. 오미~~감동



>> 계속 그 가게. 암파와에서 뭘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암파와에서 이것 저것 의외로 많이 샀다.

 

>> 시장을 조금 벗어나면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배들도 보인다. 꽃을 파시는 할머니.



>> 외곽쪽으로 빠져 시장구경. 저 생선이 진짜 자주 보이던데...심지어 저 생선모양의 열쇠고리도 봤다. 말린 요리도 정말 많다.



>> 그리고 또 먹는다.

재미지게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는데 헉..예상치 못하게 디카 배터리가 다 됐다. 그런데 여분의 배터리는 없고,
처음부터 1박할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큰 짐은 방콕에서 나올 때 동대문에 맡겨두고 온 상황. 진짜 아쉽게도 이후부터 사진을 못 찍었다.

해가 지고는 반딧불 투어에 나섰는데 사람들마다 평이 분분해서 오기 전에 고민 좀 했다. 암파와에 가면 당연히 반딧불 투어도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요게 1박을 하느냐 마느냐랑 연관이 되니까 한 번 또 생각하게 됐다.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암파와 투어보다 직접 오는 게 비용이 훨씬 싸다. 롯뚜 왕복 140밧에 버스비 정도만 더 내면 되니까 엄청 절약이다. 근데 문제는 반딧불 투어까지 하고 밤이 되면 방콕으로 돌아올 차가 없다. 그래서 1박을 하게 되었고 디카 배터리를 안 챙겨오고 숙소도 얼레벌레 비싼 곳을 얻게 되고 이런 계획 못한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암파와는 좋아 좋아~~

반딧불 투어 난 참 좋았다. 누군가 크리스마스 트리 보는 거 같다던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되게 화려한 빛을 원하는 사람은 좀 실망할 수도 있겠다. 반딧불이 엄청 많거나 불빛이 화려하거나 그렇지 않다. 그래도 난 반딧불을 처음보는 거라 신기했고 특히 반딧불이 점멸하며 순간 이동하듯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꿈결처럼 이뻤다. 깊은 밤 허공에 점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로맨틱하다~~ 그리고 배를 타는 것도 좋았다. 원래 물을 무서워하는데 더구나 물의 출렁거림을 몸으로 다 받아내는 쪽배는 더 무섭다. 그런데 희한하게 무서운 게 좋다. 다 집어삼킬듯 음습한 물 속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식물들. 진짜 가끔은 무섭게 느껴지는 그 원시적 생명력이 묘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동굴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이런 경험들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태국 여행을 하다보면 상인 가운데 여성이 많은데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중이 꽤 높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역사적, 지리적 맥락이 있을텐데...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데 아는 게 없다. 예전에 유럽 자전거여행을 갔을 때 자전거를 멈추고 쉬는 날마다 뭘할까 생각해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참 많은데 아는 게 없으니 그닥 욕구도 생기지가 않더라. 근데 고흐랑 에셔는 어쩌다 알고 있었는데, 정말 딱 고흐박물관과 에셔박물관만 가게 되었다. 미술이 내 생활에 뭔 상관있냐는 태도였는데 막상 알고보니무지 재밌고 설레였다.
다음에 동남아시아로 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조금 공부를 하고 가야겠다. 그래서 마음껏 먹고 자고 쉬고 이런 것도 좋지만 뭔가 깊이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관련 책들을 사보고 있다. 그러니까 다시 또 가고 싶어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