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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6/03
    태국여행기 6 - 매끌렁 기차역 + 방콕 수상버스
    칸나일파
  2. 2011/06/03
    태국여행기 5- 암파와 수상시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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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6/03
    태국여행기 4 - 치앙마이에서 다시 방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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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6/03
    태국여행기3 - 치앙마이 님만해민 +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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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1/05/09
    태국여행기2 - 치앙마이 나이트바자+선데이마켓(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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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1/05/07
    태국 여행기 1 -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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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1/04/21
    1박 2일 덕유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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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1/04/05
    술자리에서...잘하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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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1/02/17
    세시봉,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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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1/02/11
    세시봉에 대한 반응을 접하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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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기 6 - 매끌렁 기차역 + 방콕 수상버스

아참...여행기 끝내기 어렵다. 막판가니까 왜 이렇게 흥미가 급 딸리는지...11일짜리 여행이라 다녀온 후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도 딱 그 정도 가는 것인지...한 달 지나니까 뭐 언제 여행 갔었냐 싶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마무리는 해야 기분이 깔끔한 법. 항상 이렇게 힘들게 마무리는 된다.
이래서 사진은 많이 남기는 게 좋다. 그나마 사진보면 조금 그 때 기분이 살아나긴 한다.
그래도 온전히 집중은 안 되는 관계로 모니터 한 편에 최고의 사랑 9편을 틀어놓기 수기를 쓰기 시작...
(차승원이 '띵똥' 시작을 알리네...)

여행 9일째. 암파와에서 1박하고 돌아오는 길에 매끌렁 기차역(위험한 기찻길)을 보려고 했다.
이 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계획대로 되지 않은 건, 계획도 많지 않았지만, 위험한 기찻길이었다.
파다다닥...익숙한 표현대로 모세가 바닷길을 가르듯 시장길이 열리는 그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너무 더워서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 왼갖 생선과 고기들이 내뿜는 냄새가 더위와 결합하여 머리가 어질어질...카메라도 두고 와서 그 장면을 찍을 수도 없고...결정적으로 매끌렁 기차역은 간이역이라 기차가 자주 오지 않는다. 이걸 미리 생각했어야 하는데. 2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기차가 온다는 말에 처음엔 기다려보려 했으나 더위먹고 빌빌대느라 곧 포기하고 말았다. 에휴~~



>> 이 날은 좀 지쳤다. 그냥 숙소 잡고 맥주나 들이켰다. 벤또라고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매콤했다.
그냥 그랬다. 쏘쏘~~

암파와+매끌렁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암파와에서 매끌렁까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 성태우로 10밧이면 이동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라지만 치앙마이에서 타패 근처 돌아다닐 때 20밧 내던거에 비하면 가격 대비 상당히 먼 거리인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고민 고민 끝에 처음으로 팁이란 걸 줘볼까 고민했다. 팁 문화를 전혀 이해 못하는 관계로 고민이 들긴했지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쩝 5밧짜리 동전을 내미는 순간 기사가 고개를 젓는다. 내가 요금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나부다 싶어 한 번더 '팁'이라고 강조하며 돈을 내밀었다. 순간, 상대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이미 후회를 시작했다. 괜히 상대를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수 많은 여행을 했어도 팁은 처음이었는데 어설펐다.

매끌렁 기차역에서 다시 썽태우를 타고 암파와로 돌아온 후 전 날 롯뚜에서 내렸던 맞은편에서 다시 롯뚜를 타고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사람이 꽉찬 썽태우는 처음 타 봤다. 자리가 없어 차에 오를 때 사용하는 접합된 철계단에 서서 탔는데 처음엔 좀 후달리고, 이거 용접이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닌가? 머릿속으로 쓸데없는 상상까지 하더니...좀 지나니까 시원하고 상쾌하니 좋다. 자리가 없는 관계로 8밧에 탔다. 

원래 계획은 미리 알아둔 킹로얄 호텔에서 숙박하려고 했으나 미리 예약을 못한 관계로 이 날은 카오산에 있는 람부뜨리 빌리지에서 1박했다. 숙소 예약하기 전에 동대문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갔는데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처음으로 한식을 사먹었다. 외국가서 한식 사먹는 거 난생 처음이었다. 2인용 양푼비빔밥이 300밧이었으니 25밧짜리 팟타이 먹다가 명품 비빔밥 가격을 보니 이거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더위 먹고 지쳐서 그냥 시켰다. 먹는 거보다 그냥 거기 눌러 앉아서 쉬고 싶기도 했다. 진짜 미친듯이 먹었다. 김치국이랑 반찬 4가지 정도 나왔는데 캬~~신기하게도 그 모자란 재료들로 평소 먹던 음식 맛을 내는지 신기하더라. 암튼 미친듯이, 게걸스레 다 먹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건 그닥 많지 않은데(아마 재료 구하기가 힘들고 또 비싸서 그런 거겠지??) 고추장이랑 쓱싹쓱싹 비며 먹으니 맛 있고 기운도 좀 났다. 태국이 1, 2위 하는 쌀 수출국이라더니 밥값은 엄청 싼가부다. 태국 음식은 싼 대신 양은 조금씩 나온다. 이 때는 푸지게 먹어야 될 타이밍이었는데, 비빔밥은 아주 양 많아서 좋았다. 외국 가면 거기 분위기에 취하려고 한식은 찾지 않았는데...힘들 때 한 번 왕창 먹어주니 좋네 그랴.

다음 날 오전, 짜뚜짝 주말시장 가기로 한 날. 예약해 둔 킹2 호텔로 간다. 싸톤지역에 있는 호텔인데 정보는 태사랑에서 얻었다. 카오산에 있는 숙소는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못했고 카오산의 북적거림은 그닥 내 취향도 아니었다. 킹2 호텔은 외곽 지역에 위치한데다 수상버스를 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 카오산 근처에 있는 파아팃 선착장. 가늘 길 중간 중간 배를 타라고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 많은데 다 바가지. 인제 분위기 파악 한 관계로 다시는 바가지에 안 속지..

 

>> 깃발 색깔로 배의 종류를 구분한다. 노선은 그냥 하나인데 멈추는 역의 개수만 다르다. 특급 말고 그냥 일반 탔는데 14밧이었다.
 

>> 방콕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수상택시 빠르고 운치 있어 좋다. 한국에서도 억지로 수상택시를 만들었지만 기본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 싸여 접근권이 최악인 한강에서는 일상화되기 어려운 풍경 같다.



>>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배 안.
 

>> 엄청 유명한 사원이라던데...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 카메라도 물 만난건가? 색조가 온통 푸른색 일색이다. 날이 흐려서 더 그런 거 같기도...



>> 짜오프라야 강의 다양한 모습들...



>> 운전석



>> 싸톤 선착장 도착
 

>> 숙소를 향해 다리를 건너간다. 여기는 그 동안 보아 온 태국과 또 다른 세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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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기 5- 암파와 수상시장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다. 드디어 기대하던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날. 
여행 오기 전 보았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나를 가장 들뜨게 만드는 장면이 수상시장이었다. 사두억은 관광용으로 조성된 데 반해 암파와는 태국인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이라는 점에 끌렸다. 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시장, 물 위에 떠 있는 시장, 시끌벅적하고 사람냄새나는, 무엇보다 먹을 것이(!!) 많은 시장.
수 많은 식재료와, 사람과, 가스통과, 진하게 우러나온 쌀국수용 국통을 싣고 뾰족한 앞코가 미끄러지듯 부드하게 빠져나가는 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뜬다.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 숙소를 나선다. 벌써부터 방콕은 후끈 달아올랐다. 태사랑 맵을 따라 짜끄라퐁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신남부터미널(콘송 싸이따이마이) 가는 길을 묻는다. '싸이따이마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하면 소통이 안 되고 조금 된발음을 쎄게 모음은 들릴 듯 말듯 빠르게 말하자 대화가 통한다. 어색하게 현지인 발음을 흉내내다보니 제법 입에 붙는다. 사람들이 30번을 타라고 일러준다. 맵에 없는 버스 번호인데 마침 30번이 오자 후다닥 일단 타고 본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안내양에게 물어보니 이 버스가 아니라고 한다. 미안하다 말하고 바로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물어보니 또 30번을 알려준다. 흠~~ 아마도 30번 버스는 지금은 사용 되지 않는 구남부터미널에 가는 버스가 아니었을까?? 그 때 함께 버스에서 내린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와 124번을 타라고 일러준다.  
 

>> 신남부터미널 가는 124번 버스. 대체로 시내버스 7밧이었는데 조금 외곽으로 빠져서 그런지 8밧이었다.

방콕 외곽 지역으로 빠지는 것인지 제법 이동해서 신남부터미널에 내렸다.

터미널이 꽤 커서 매표 창구가 엄청 많다. 담넘사두억+암파와는 같은 창구를 사용한다. 창구에 가보니 태국말로 뭐라 뭐라 쓰여 있다. 오직 11이라는 숫자만 인식가능. 인포에 물어보니 11번 ??로 가란다. 11번 매표소로 가보니 여기도 아니고...다시 물어보니 11번 탑승구로 가라는 말. 11번 탑승구로 가서 또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고 터미널 바깥쪽에 별도로 마련된 11번 탑승구로 가란다.



>> 암파와 매표소. 건물 밖에 따로 마련된 11번 탑승구를 찾아가세요. 롯뚜 가격은 70밧. 터미널 바깥 쪽에 롯뚜 정류장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 생전 처음 롯뚜를 타봤는데(매번 모든 게 처음이다) 10인승 정도 되는 미니 봉고. 흐~~에어콘 잘 나오고 승차감 최고에 가격 저렴.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다~ 여친은 아예 뒷자석에 퍼져 잔다.



>> 1시간 정도 달리자 암파와 수상시장 입구에 내려준다.
 

>> 조금 들어가자 드디오 수상시장 도착.

오후 2시쯤 암파와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좁다란 수로를 꽉 채운 배들이 부딪칠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담넌 사두억을 가면 된다. 암파와에는 태국인들이 많다. 마치 강촌에 엠티온 것처럼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다. 연인들도 많이 보이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다. 반면 해외 여행자들은 많지 않아 태국인들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고 적당히 시끌시끌 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수로 양쪽으로 상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생각보다 사고 싶은 게 많았고 또 수로 바깥쪽으로도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먹을 것 천지다.

그러나 일단은 흥분을 뒤로하고 숙소부터 찾아나섰다. 현지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아서 숙소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금요일 오후 2시였는데도 대부분 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비싼 숙소를 구했다. 여행 경비도 많이 남았으니 배짱 한 번 부려봤다. 무엇보다, 덥다. 점점 더위에 지켜가는 저질체력...
나중에 반딧불 투어를 할 때 알았지만 조금 배를 타고 나가면 숙소가 여기저기 엄청 많다. 그러나 정보를 미리 얻을 길이 없다. 아고다말고 뭐 아는 곳이 있어야 말이지... 태국인들은 미리 전화해서 예약도 하고 하겠으나... 쩝. 거의 시장 초입에 있었던 분홍색 게스트하우스를 가고 싶었지만 이미 남은 방이 없었고 주인 아줌마는 쌀쌀하게 고개만 젖는다. 다른 숙소라도 좀 가르쳐주시지...주변에 방이 없을거라고만 한다. 에이~~바로 옆 숙소에 방이 있구만...

어쨌든 방을 얻었으니 고민해결. 짐을 부려놓고 수로를 따라 나선다.



>> 빨래하신다. 줌으로 댕겨서 찍어봤다. 시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 새우 100밧, 오징어 100밧, 조개 30밧. 바로 식사 들어가신다.
 

>> 엄마는 굽고 아들은 배달하고...



>> 이렇게 식당처럼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 이 근처에 사람이 제일 많다.
 

>> 해산물 외에도 다양한 육수의 쌀국수도 있고 팟타이나 쏨땀 등 여러 가지 요리를 판다.

이제 제법 배도 부르겠다. 물길을 따라 시장구경에 나선다.



>> 내 마음을 완전 사로잡은 가게. 봉제인형 코끼리 샀다.



>> 티셔츠를 사려는데 맘에 드는 색상의 티셔츠가 다 팔렸나부다. 아쉬운 마음에 가게를 뜨지 못하고 계속 불쌍한 얼굴을 하고 있었더니 급기야 직접 현장제작 해주신다. 오미~~감동



>> 계속 그 가게. 암파와에서 뭘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암파와에서 이것 저것 의외로 많이 샀다.

 

>> 시장을 조금 벗어나면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배들도 보인다. 꽃을 파시는 할머니.



>> 외곽쪽으로 빠져 시장구경. 저 생선이 진짜 자주 보이던데...심지어 저 생선모양의 열쇠고리도 봤다. 말린 요리도 정말 많다.



>> 그리고 또 먹는다.

재미지게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는데 헉..예상치 못하게 디카 배터리가 다 됐다. 그런데 여분의 배터리는 없고,
처음부터 1박할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큰 짐은 방콕에서 나올 때 동대문에 맡겨두고 온 상황. 진짜 아쉽게도 이후부터 사진을 못 찍었다.

해가 지고는 반딧불 투어에 나섰는데 사람들마다 평이 분분해서 오기 전에 고민 좀 했다. 암파와에 가면 당연히 반딧불 투어도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요게 1박을 하느냐 마느냐랑 연관이 되니까 한 번 또 생각하게 됐다.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암파와 투어보다 직접 오는 게 비용이 훨씬 싸다. 롯뚜 왕복 140밧에 버스비 정도만 더 내면 되니까 엄청 절약이다. 근데 문제는 반딧불 투어까지 하고 밤이 되면 방콕으로 돌아올 차가 없다. 그래서 1박을 하게 되었고 디카 배터리를 안 챙겨오고 숙소도 얼레벌레 비싼 곳을 얻게 되고 이런 계획 못한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암파와는 좋아 좋아~~

반딧불 투어 난 참 좋았다. 누군가 크리스마스 트리 보는 거 같다던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되게 화려한 빛을 원하는 사람은 좀 실망할 수도 있겠다. 반딧불이 엄청 많거나 불빛이 화려하거나 그렇지 않다. 그래도 난 반딧불을 처음보는 거라 신기했고 특히 반딧불이 점멸하며 순간 이동하듯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꿈결처럼 이뻤다. 깊은 밤 허공에 점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로맨틱하다~~ 그리고 배를 타는 것도 좋았다. 원래 물을 무서워하는데 더구나 물의 출렁거림을 몸으로 다 받아내는 쪽배는 더 무섭다. 그런데 희한하게 무서운 게 좋다. 다 집어삼킬듯 음습한 물 속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식물들. 진짜 가끔은 무섭게 느껴지는 그 원시적 생명력이 묘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동굴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이런 경험들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태국 여행을 하다보면 상인 가운데 여성이 많은데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중이 꽤 높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역사적, 지리적 맥락이 있을텐데...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데 아는 게 없다. 예전에 유럽 자전거여행을 갔을 때 자전거를 멈추고 쉬는 날마다 뭘할까 생각해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참 많은데 아는 게 없으니 그닥 욕구도 생기지가 않더라. 근데 고흐랑 에셔는 어쩌다 알고 있었는데, 정말 딱 고흐박물관과 에셔박물관만 가게 되었다. 미술이 내 생활에 뭔 상관있냐는 태도였는데 막상 알고보니무지 재밌고 설레였다.
다음에 동남아시아로 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조금 공부를 하고 가야겠다. 그래서 마음껏 먹고 자고 쉬고 이런 것도 좋지만 뭔가 깊이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관련 책들을 사보고 있다. 그러니까 다시 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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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기 4 - 치앙마이에서 다시 방콕으로

여행 6일째,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날을 보낸다. 그 동안 너무 몰아쳤는지 슬슬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지고 게을러진다. 오후 4시 30분에 기차를 타고 다시 방콕으로 가는데 그 때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여기 저기 어슬렁거리다 조금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가 인기가 많다고 해서 미리 예매를 해두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갈 때는 한인업소 동대문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소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직접 예매했다. 치앙마이에서도  여행사들이 대행업무를 한다. 수수료는 대략 80밧~100밧 정도였던 것 같다.가격표는 태국관광청에서 발행한 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나와 있다. 기차마다 전부 침대칸이 있는 게 아니라서 미리 확인을 해둬야 할 거 같다.

생각보다 여행 경비가 많이 남기도 했고 좀 더 좋은 기차도 타보자는 생각에 방콕으로 돌아갈 때는 더 비싼 기차를 탔다. 두 기차를 비교해보자.

방콕 -> 치앙마이 : ex/2등석/선풍기(팬)/Low -> 531밧+수수료
 



치앙마이 -> 방콕 : sp ex/2등석/에어콘/Low -> 881밧





결론은 돌아올 때 기차가 훨씬 좋았다는 거. 사람들 반응을 보니 같은 상품이라도 매번 기차종류가 다른 모양인데 어쨌든 비싼만큼 좋았다. 위에 기차는 가운데 통로 기준으로 양쪽으로 침대가 배치되는데, 아래 기차는 한쪽에 통로가 있고 반대쪽에 침대칸이 있다. 고속버스과 일반과 우등의 차이랄까? 공간도 훨씬 넓고 흔들림도 덜하다. 수납공간도 넉넉해서 도난 걱정도 덜하다. 이래저래 다음에는 돈 좀 더주고 아래 기차를 타야겠다. 근데 에어콘을 너무 틀어대서 춥다. 긴팔 필수다. 적당히 틀다가 시원해지면 꺼도 좋을텐데 가는 내내 에어콘을 튼다. 또 하나, 가격표를 보면 팬/에어콘, up/low, 1등석/2등석 사이에는 가격 구분이 있어도 ex/sp ex 사이에는 가격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시는 분 댓글 좀...

제일 위에 등을 보이고 있는 친구는 윗층 침대를 썼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데 직장 관두고 7개월째 여행 중이란다. 최대한 육로만 이용해서 동남아 일대를 돌고 있다는데 대단해보였고 부러웠다. 언젠가 나도...끝을 알 수 없는 무작정 장기여행. 항상 꿈꾸는 로망이다. 티벳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흥분하더라. 꼭 가봐야겠다. dslr을 들고 다녔다. 멋진 일몰 광경을 찍으려고 저렇게 계속 창가에 앉아 있었다.
 

>> 나도 한 컷. 좋은 사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럴 때 참 똑딱이로 부족한 순간이다.

다시 방콕 훨람풍 역에 도착한 건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여행 7일째) 벌써부터 도시는 덥고, 분주하다. 출퇴근 시간 트래픽 잼이 엄청나다고 하더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방콕 중심 시내에 국한된 이야기라서 서울의 교통체증에 적응된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는 잘 지내지 싶다. 

예전에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 도착지가 프랑스 파리였다. 유럽은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자전거여행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대도시는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파리는 교통이라는 측면만 보자면 가장 서울과 닮아 있는 서유럽도시다.(그래도 파리 크기도 서울보다는 훨씬 작다. 서울은 정말 매머드급 도시다.) 그 때 한 프랑스 친구가 '파리에서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니 미친 짓이다.'라고 얘기하자 우리들은 '괜찮다. 서울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차를 안몰아 봐서 모르지만 아마 서울에서 차를 운전한 사람들도 다른 나라가면 비슷한 느낌이 아닐지.

태국에서 며칠 살아봤다고 이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주는데 종종 태국어로 말하는 숫자들이 들리기도 한다. 한자에 기초한 발음들이라 우리가 쓰는 언어와 비슷하게 들린다. 태사랑에서 다운받은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기차역에서 53번을 타고 카오산으로 가는데 버스가 공짜란다. 시내버스는 대략 7~8밧 정도 했고 에어콘 버스는 10밧~12밧 했는데 공짜버스를 어떻게 식별하는지, 왜 공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 버스 안내양들이 철제 원통을 들고 다니는데 그 안에 돈도 있고 표도 있다. 두 명이 타면 저렇게 버스표를 두 번 찢어서 준다.

카오산 로드에 도착해서 한인업소 동대문에 가방을 맡기고 마분콩과 씨얌 일대 구경에 나선다. 씨얌 디스커버리, 씨얌 파라곤 이쪽이 백화점이라면 마분콩은 밀레오레 분위기다. 치앙마이에서 득템을 하기 좋은 이유는 지나치게 토속적이지도, 지나치게 평범하지도 않은 상품들이 많다는 점. 태국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적당히 변용되어 태국을 벗어나도 일상적으로 쓰기 좋은 물건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분콩에서는 아무래도 구경만 하게 되지 별로 살 건 없다. 서울에도 많이 있는 것들이니까. 치앙마이 나이트바자에서 봤던 물건들과 비교해보면 가격도 살짝 비싸다. 그제서야 또 후회를 한다. 아아아~~거기서 살 걸. 마지막 희망은 짜뚜짝.

그래도 구석구석 뒤지면 득템은 하기 마련. 마분콩에 아주 이쁜 신발 매장이 있었다.
 

>>가운데 하얀 신발이 마분콩에서 득템한 것. 매장과 상표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사진도 희끄무리해서 잘 안보이는구나. 아쉬비... 보자마자 딱 저거다 싶었는데. 발레용 슈즈 느낌이 나는 플렛슈즈였는데 적당히 세련돼 보이고 적당히 가벼워 보여 좋았다.  

그러나 역시 전체적으로 쇼핑의 기운이 떨어지자 바로 폭풍 식사 들어가신다. 샤브샤브 부페를 찾았다. 치앙마이 물가에 익숙해져 있어 처음엔 좀 주저주저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250밧이면 만원 이내인데 한국에서 언제 저 가격에 샤브샤브 부페를 가보나 하는 생각이 들자 용감해졌다. 들어가서 엄청 먹었다. 시간 제한이 있는 게 좀 색달랐다. 다음에 방콕에 가면 또 가야지...진짜 맛있다.

배터지게 먹고 해질녘 카오산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내일은 금요일. 기대하던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날이다. 숙소는 람부뜨리 빌리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냥 적당히 얻었다.
 

>> 마분콩 내부 모습. 익순한 분위기다. 사람들 많다.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느끼는 거지만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배치가 상당히 불편하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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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기3 - 치앙마이 님만해민 + 자전거

첫 날은 방콕 도착해서 기차탈 때까지 카오산 로드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다 시간이나 벌고
둘째날은 밤새 기차타고 달려 치앙마이에 도착한 후 타패 문 바깥쪽에 있는 각종 시장구경
셋째날은 타패 안쪽을 구경하고 오후와 저녁 내내 선데이 마켓에서 분주한 하루를
넷째날은 숙소를 타패 안쪽으로 옮겼다.

일단 코사무이를 포기하고 나니 일정이 넉넉하다. 치앙마이가 생각보다 맘에 들기도 해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한다.

뺑강 건너편에 있던 Imm eco resort는 대략 800밧 정도의 가격이다. 물론 가격대 성능비는 최상인데(다음에 또 갈 생각. 수영장 있고 정원 엄청 크고 조식이 빠방했다.) 그래도 배낭여행치고 너무 호사를 한다는 기분이 들어 셋째날 부터는 타패 안 쪽에 밀집해 있는 게스트 하우스 이용하기로 한다.

여행 정보를 보면 대부분 핵심 관광지 근처에 있는 숙소 위주로 소개가 되는데 좀 더 눈을 돌려 외곽으로 빠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외곽이라고 해봐야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다 시내까지 이동하는 교통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처음엔 뚝뚝이나 성태우를 탈 때마다 적당한 가격을 잘 몰라서 바가지를 좀 쓰기도 했는데, 흥정을 하다 보니 일정한 가격대로 수렴하더라. 시내에서 시내 이동할 때는 대략 20밧. 숙소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는 대략 30밧 정도(이건 치앙마이 물가. 동네마다 다르더구만요...). 뚝뚝보다는 성태우가 편하다는 것도 알았다. 뚝뚝은 운전사들도 무뚝뚝한 경우가 많다.(-.-;;) 과도한 일반화... 왠지 뚝뚝을 탈 때는 더 신경쓰인다. 성태우도 자꾸 타다보니 여러 종류라는 걸 알았는데, 성태우는 한국으로 치면 대략 시내버스와 택시의 중간쯤 되는 마을버스 분위기다. 며칠 다니다보면 대충 동서남북 방향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므로(태국은 도로 방향이 한국과 반대다.)목적지 방향으로 걷다가 지나가는 성태우를 잡아타면 된다. 주민들과 함께 타면 대체로 비슷한 가격을 내면 된다.


 

>> 타패 외곽에서 이박했던 숙소를 뒤로 하고...
 

>> 타패문 안쪽에 있는 반낫깐 게스트 하우스. 3층 선풍기방은 일박에 450밧. 비수기엔 350밧이란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4월까지 성수기로 분류하더라. 치앙마이는 방콕보다 덜 더워서 선풍기 방도 괜찮았다. ㅋㅋ...태국가서 '핫샤워'란 말이 입에 붙었다.

이 숙소 쥔장들이 굉장히 깔끔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숙소는 진짜 조용했고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여기서 2박을 하기로 하고 좀 더 여유있게 치앙마이를 즐기기로 했다.

넷째날은 님만해민에 갔다. 여행 수기들을 보면 홍대나 삼청동 분위기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그랬다. 
분위기 조용한 까페에 앉아 종일 책읽고 공상이나 하며 보내려는 사람들에겐 괜찮겠다. 치즈 크림 케잌 조각에 카라멜 마끼아또를 반값에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좋겠다.(그래도 거기 음식값과 비교하면 상당히 쎈 가격이다.) 같은 값으로 세븐 일레븐이나 맥도날드 가느니 여기 가는 게 낫긴 하겠지만 난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 날씨가 한국 한여름 날씨다. 그냥 동네 미용실에서 답답한 머리를 잘라버렸다. 사진첩을 보고 브래드 피트 머리를 해달랬더니 90년대 손지창 머리가 나왔다. 그래서 빅뱅 태양처럼 닭벼슬 머리를 만들어 다녔다.



 

>> 님만해민에 있는 까페에서 뒹굴뒹굴. 와이파이 잡고 있네. 새로 오픈한 가게라고 홍보 좀 해달라고 하는데...쩝 가게에 우리 뿐이다. 누워서 책읽었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먹을 거랑 술을 좀 샀다. 새우깡, 꽃게랑, 치토스, 꼬깔꼰, 썬칩 다 있다. 어떤 거는 맛이 거의 똑같고 어떤 거는 좀 다르다. 새우깡 모델이 투피엠. 닉쿤이 태국 출신이라 그런 거 같다. 아~~길가ek 보믄 투애니원 노래 종종 나오더라.




 

>> 돌아오는 길에 또 여기저기 시장구경. 가운데 품바 대박...멧돼지 기운차다.
 

>> 숙소에 딸린 해먹. 방마다 사람은 다 찬 거 같은데도 숙소는 조~~용하다.
 

>> 게스트 하우스 1층에 마련된 휴게 공간. 조~~용하다. 오후의 홍차도 보이고, 창 맥주도 보이고, 망고랑 바나나도 보이네..

다섯째날. 자전거를 대여했다. 여권을 맡기고 60밧에 24시간 대여. 자전거 종류에 따라 더 비싼 것도 있다. 60밧 짜리는 제일 싼 자전거였는데 동네에서 아줌마들이 타고 다니는 장바구니달린 무거운 철티비랑 비슷하다. 24시간 대여라 다음날 줘도 된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치앙마이 타패 바깥쪽을 돌아다녀보기로 한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서 방콕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기차표는 항상 전날 예매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기 때문이다. 올 때 경험을 거울삼아 갈 때는 좀 좋은 걸로 샀다. 가격이 조금 쌔다. sp.ex/2등석/에어콘/Low 로 구매했더니 881밧. 기차 시간표나 가격은 태국관광청에서 발행한 안내 책자에 소개된 것과 거의 똑같다.

여행을 가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속도가 다르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사람마다 자기에게 가장 적당한 속도로 세상을 본다. 나는 자전거 여행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자전거의 속도로 세상을 볼 때 가장 즐겁고 편안해진다. 처음 타패 시내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차가 많아서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일단 외곽으로 빠지면 한결 여유가 생기고 이때부터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기와 바람을 느끼고, 뜨거운 태양을 느끼고, 주변 경치를 느낀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언젠가 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일단 가능성을 품으면 그 때부터 실행을 향한 시계가 돌아가고 언젠가는 꼭 가게 되었다.
썬크림은 왕창 발라준다. 그리고 그냥 여기 저기 되는대로 갔다. 그러다 해가 지면 또 나이트 바자에 갔다.



>> 자전거로 기차역을 찾아가다 안내판을 놓쳐서 한 블록 더 갔더니 기차역 후문쯤 되는 곳이 나왔다. 예전에 역사로 쓰였던 곳인가?? 지금은 이렇게 아담한 간이역 분위기를 풍긴다. 예상치 못한 길로 가니 더 소담한 풍경을 만났다.
 

>>잠시 쉬면서 한 컷. 자전거를 탔다는 인증샷을 남기려고.
 

>> 기차역 주변에 전시된 모형 기차.



>> 학교가 보이길래 잠시 들어가 봤다. 체육시간인지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근데 무슨 놀이인지 애들이 전부 맨발이다.
 

>> 철교를 건넌다.
 

>> 치앙마이 주변에 생각보다 먹을 곳, 마실 곳, 살 곳, 잘 곳이 곳곳에 많더라. 골목 골목마다...
 

>> 공예품 가게에 들어갔다. 가격이 좀 쎄서 사진만 한 컷. 역시 쇼핑은 나이트 바자에서..

자전거를 타고 타패 외곽을 빙 둘러보다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치앙마이의 봄은 한국의 한여름같다. 엄청 덥고 습하다가 한차례씩 스콜이 좍좍 쏟아진다. 우산을 들고 다니거나 비옷을 입은 사람의 거의 없다. 그냥 어디라도 들어가 잠시 쉰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냥 비를 맞으며 달리기로 한다. 난 습기를 싫어해서 영 찝찝했는데 비 맞은 애인은 좋다고 난리다. 비가 자주 와서 생각처럼 덥지 않다.

생각보다 멀리 나왔는지 낯선 곳이 계속 나오더니 공항 근처까지 가서는 방향감을 잃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물어 다시 타패문 안쪽으로 들어온다. 자전거를 숙소에 두고는 다시 나이트 바자를 돌았다. 지난 번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구매의사를 갖고. 흐
 

>> 자전거를 타고 가다 비가 온다. 잠시 쉬고..
 

>> 나이트 바자로 향하는 매대. 바퀴달린 매대를 끌고 가는 저 생활의 달인을 보라. 한 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한 속으로 매대를 이동시킨다.
 

>> 비를 피하고 있다가 발견한 할아버지. 점 하나에 엄청난 양의 수염이...(죄송합니다.)

 

>> 배고프면 가다가 또 먹고...다시 잉(Eing)을 찾았다. 새우 카레와 팟타이
 

>> 나이트 바자에 들렀다.
 

>> 또 먹는다. 두부 부침
 

>> 또 장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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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기2 - 치앙마이 나이트바자+선데이마켓

원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 번 여행의 컨셉은, 돌이켜보면 쇼핑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행이었다. 슬슬 재미가 떨어지는 직장생활에, 심각해지는 인간관계, 게다가 하지정맥류~ 그냥 쉬고 싶었다. 쉬다가, 걷다가, 책이나 읽으며, 늦잠 자다가,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면서, 주섬주섬 먹고 싶음 먹고 마시고 싶음 마시고 그러려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는(!) 많이 돌아다녔고, 크, 정리하면서 보니 돌아다닌 게 거진 다 재래시장, 나이트바자, 선데이마켓, 와로롯, 쏨펫, 마분콩, 짜뚜짝, 수상시장, 위험한 기찻길 시장 등등등 그냥 온통 시장과 쇼핑몰이다. 내가 이렇게 상당한 쇼퍼홀릭인줄 처음 알았다. 뭐랄까? 래어 아이템을 득템하는 기분이랄까?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특이한 아이템을 얻는 재미가 너무 쏠쏠했다. 치앙마이에 또 가고 싶어진다. 다음에 가면 고민없이 지를 거 같다. 왼갖 아이템들을 무더기로 사다가 한국에서 장사도 할 거 같다. 기분상으론 그렇다. 머리굴려보면 가능 할 것도 같다.
  

 

 >> 일어나서 일단 숙소에서 간단하게 한잔 하고...
 

 >> 숙소는 뺑강 건너편이었다. 직접 걸어서 쁘라뚜 타패까지 가기로 했다. 주변 지리도 익힐 겸.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어 뺑 강을 건넜더니 꽃시장, 와로롯 시장,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플라자들이 계속 나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오후. 해가 지기도 전부터 나이트 바자가 속속 들어서고, 일찍부터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꽤 많다. 이 때까지도 여행의 컨셉 따위는 없었다. 그냥 물건값이나 대충 알아보다가 필요한 건 마지막 날 방콕 갔을 때 짜뚜짝에서 죄다 살 생각이었다.

근데 맘에 드는 게 있으면 여기서 다 사는 게 나을 뻔했다. 방콕보다 치앙마이가 전반적으로 물가가 싼데다 짜뚜짝은 너무 너무 커서 원하는 걸 못찾을 수도 있다. 다음에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땡기는 게 보이면 바로 바로 살 작정이다. 예를 들면 와로롯. 아래 사진이 말린 과일을 많이 팔기로 유명한 와로롯 시장인데 내가 다녀본 곳 중에는 여기가 젤 싸고 종류도 많았다. 만약 말린 과일을 사고 싶다면 여기서 미친듯이 사세요!! 
 

 

 

 

 

>> 와로롯 시장. 건물 지하에 있다. 이 일대에 왼갖 시장과 플라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정확한 시장의 이름을 구분하는 게 힘들기도 한데 와로롯 만큼은 성격이 분명해서 잘 구분간다. 말린 과일 살 분은 여기서 득템하시길.


나이트바자에서도 끊임없이 가격흥정만 하는 척 하면서 대략적인 가격대만 알아보고 실제 구매는 별로 하지 않았다.(뭘 얼마나 아끼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다음에 간다면 더 원숙하게 물건을 살 수 있으리라.) 나이트 바자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메인 도로를 중심으로 가지를 친 주변 도로와 주변 건물 곳곳 상가까지 구석구석 뒤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진 품목은 인테리어 소품과 공예품들이었다. 오기 전에 여행 다큐를 많이 봐서 태국이 온갖 공예품으로 유명하다는 건 알았고 가격이 쌀 거라고 예상도 했는데 현실은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매력적인 제품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았지만 많은 가게들이 미리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 다니다가 배고프면 그냥 쉬면서 먹고 마시고...어묵쌀국수 가격은 20~30밧 정도.

 

 

 >> 숙소에서 제공한 조식. 훌륭 훌륭~~
 

 >> 매일 한 시간씩 수영도 하고...

 

 

 >> 숙소에서 디카질..


일요일은 하루 종일 선데이마켓에서 보냈다. 아침 먹고 느즈막히 타패 시내로 나가서 사원보고 돌아댕기다가 오후가 되자 곳곳에서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타패 안 쪽 메인도로(랏차담넌 로드) 전부가 마켓으로 바뀌는데 정말 정말 길다. 그리고 해가 지면 진짜 진짜 사람이 많다. 그 긴 시장을 왔다갔다 두 바퀴를 돌았는데 뭐하나 놓칠새라 눈알 빠지도록 좌우를 둘러보고 다니느라 피곤도 했으나 마냥 즐거웠다.

여기 저기 둘러보고 나중에 내린 결론이지만 선데이마켓 상당히 싼 편입니다. 여러분~~땡기는 거 있음 그냥 왠만하면 선데이마켓에서 다 사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
  

>> 오후가 되자 슬슬 차량통제 시작. 장이 들어서기 시작.

 

 >> 돌아다니다가 근처 사원도 한 번씩 들러주고
 

 >> 유명한 삼형제 동상 옆에서 무슨 대회를 열던데, 당췌 뭐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대포처럼 생긴 북을 미친듯이 울려대며 경쟁을 하던데...

 

 

 >> 25밧 짜리 계란엊은 팟타이. 진짜 팟타이를 많이 먹었지만 이게 젤 맛있었다.

 

 >> 엄마와 함께 가판을 차린 애가 파리를 쫓고 있다.
 

 >> 태사랑 맛집코너에서 미리 알아보고 갔다. 랏차담넌 로드 소이(골목) 1에 있는 탁자 4개짜리 귀여운 식당 잉(Eing). 진짜 카레 맛있다. 태국 카레 달달하다. 여기꺼는 살짝 메콤한 맛도 난다. 양도 많이 준다. 쵝오~~
 

>> 이틀만에 발가락 다 까진다.

2편은 여기서 끝~~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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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행기 1 -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4년 전 일본 자전거 여행을 끝으로 10일 넘는 여행은 못 갔다. 직장에 올인하면서 가능한 모든 시간을 끌어모아서 자전거로 제주일주한 게 다였다. 해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놀러갔지만 여행은 점점 강한 중독을 필요로 하는지라...50일 유럽 자전거 여행 이후로는 좀체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갈 때가 되었다, 못 참겠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질렀는데 의외로 직장 동료들이 잘 이해해줘서 마음 편히 다녀왔다.

여행 기간은 4월 22일에서 5월 3일까지 총 11일이었고  비행기는 진에어. 조금 더 일찍 비행기표를 샀다면 더 싼 게 있었겠지만 미리 미리 여행을 계획할 처지가 아니라 다소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떠났다. 여행자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을 여행지로 선택한 건 첫째는 여행 기간 때문이었고(자전거 여행은 조금 무리일 듯하고, 너무 멀리가려면 최소 한 달은 생각하고 보니), 둘째는 여행자 천국이라는 태국을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결심을 하고는 여기 저기 미친듯이 블로그를 찾아다녔고 태사랑(http://www.thailove.net)을 많이 참고했다. 여행은 원래 준비가 반이라지만 어찌나 똑같은 글을 여러 번 읽었는지 나중엔 내용을 외울정도가 되었다. 아마튼 수 많은 정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 공항의 북적임이 좋다. 비행기가 처음 뜰 때 그 긴장과 설레임이 좋다.

 

>> 공항에 내려서 공항철도를 이용. 가격은 45밧. 티켓은 플라스틱 코인 형태.


처음엔 코사무이를 가려고 했다. 근데 10일 내내 바다에서만 뒹굴거린다는 건 기본 휴양을 컨셉으로 잡는다는 이야기인데...그건 또 성격에 안 맞고. 그래서 치앙마이 중심으로 북부도 가보려고 했다. 근데 내가 태국을 너무 몰랐던게지. 태국은 생각보다 컸다!!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기차로 15시간. 방콕에서 코사무이까지도 비슷한 시간. 그렇다면 방콕에서 코사무이와 치앙마이를 모두 간다는 건 이동으로만 거의 4일을 날린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 곳을 포기하기로 했고, 여행이 닥칠수록 역시 휴양보다는 배낭여행 컨셉이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치앙마이 위주로 계획을 잡았다.

수왈라품 공항에 내린자마자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방콕 시내로 이용. 다시 시내버스(7밧)를 타고 카오산 로드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택시를 타면 편하겠지만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중교통은 엄청나게 싼 편이다. 이용 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자꾸 묻고 알아내고 알아가는 것, 나에게 여행은 두려움인 동시에 발견과 이해의 기쁨이다.



>> 처음 본 방콕의 모습. 과거/미래/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기분.

방콕에 도착한 게 대략 오후 1시쯤이던가?? 훅~ 더욱 기운이 몰아친다. 긴팔은 뭐하러 싸왔을까?? 4월 말인데 벌써 35도에 가깝다. 한여름엔 45도를 오르내린다하니 난 죽어도 방콕에선 못 살겠다. 더위가 시작되는 4월 중순께 송끄란 축제를 정점으로 관광객이 빠지기 시작해서 비수기로 접어드는 이유를 알겠다.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더니 말 그대로 인산인해. 난 여행을 가기 전 정보를 모으기 위해 글과 사진을 엄청본다. 그리고 여행에 몰입하게 위해 다큐를 닥치는대로 다운받아본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 두 남자의 좌충우돌 태국여행기?? 뭐 이런 류의 다큐를 다 다운받아 본다. 그리고 레오나로드 디키프리오가 나온 '더 비치'(피피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미리 봤다. 거기에 나오는 카오산로드처럼 극단적인 이미지는 아니어도 사람은 정말 많더라. 자유분방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어지럽고 산만해 보이기도 하는 분위기. 내 스타일은 아닌고로 계획대로 곧바로 치앙마이로 뜨기로 한다.




>> 슬슬 해가 저물 무렵 카오산 로드. 뜨거운 낮을 피해 곳곳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 카오산 로드 근처 재래시장에서 저녁을 먹는다. 태사랑에 소개되어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식당을 찾았다. 카레에 게를 볶은 뿌파풍커리, 새우볶음밥(카우팟 꿍), 찐 새우를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저렇게 많이 먹었는데 전혀 물리지 않았다. 대체로 달아서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볶음밥은 중국집에서 시켜먹는거랑 비슷한 맛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격은 그다지 착하지 않다.(물론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는 게다리 하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싸지만..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자꾸 요령이 생기면 기왕지사 싸고 맛난 곳 찾게되지.)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는 기차로 대략 15시간. 야간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열차 종류, 1등석/2등석, 1층/2층 침대, 선풍기/에어콘 등등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밤에 출발한 열차는 밤새 달려 다음날 점심이 가까워서야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조금싼 열차를 타고 갔는데 많이 덜컹거리긴 한다. 백인 애덜 몇몇이 술먹고 노래부르고 온갖 쌩지랄을 해서 시끄럽긴 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이려니 생각하며 참았다. 덕분에 아..이제서야 낯선 곳에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 감사해야 하는건가?? 어쨌든 처음으로 침대+야간 열차의 로망을 실현했으니 기분이 좋지 않겠나? 잠 제대로 못자서 찌뿌둥해도 좋다.(아침에 열라 잤다.)




>> 1층 침대칸. 준비해간 소설책을 읽는다. 몇 년간 책 한 권 안 읽었는데 여행가니 잘 읽히네. 할 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여행이 좋긴 좋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 대충 이렇게 생긴 기차.

 

>> 아침이 오고 폭풍잠이 쏟아진다.


치앙마이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 둔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는 아고다에서 예약하니 현장 예약보다 조금 쌌다. 숙소 가격대만 비교해봐도 알겠지만 치앙마이는 방콕에 비해 물가가 훨씬 싸다. 그러니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곳에 머무를 수 있는 거 아니겠나~~




>> 잘 알려진 교통수단 썽태우. 택시와 버스 중간 형태로 한 10명쯤 탈 수 있다. 내리자마자 숙소로 이동하는데 숙소가 시내 중심부가 아니라 조금 외곽이라 우리 둘밖에 타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100밧을 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역시 바/가/지.

 

>> 아무튼 면세점에서 구입한 썬글라스 끼고 폼 한번 잡아본다. 동생이 생일 선물로 사줬다. 근데 똥배가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이제 가릴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인가...



>> 이틀간 머무른 숙소. Imm eco resort로 검색하면 나온다. 좀 더 싼 게스트하우스에서 잘 생각도 했으나 첫 날은 좀 좋은 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특히 수영장이 딸린 곳으로. 그래도 외곽에 위치해서 그런지 성능에 비해 가격은 무지하게 쌌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야~~~

1편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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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덕유산 산행

설연휴 때 모처럼 쉬게 되었다. 집에 있어봐야 재미도 없고 겨울산행도 너무 그립고 해서 모처럼 등산을 했다.

겨울산행에서 대피소를 운영하는 국립공원은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딱 세 곳.

지리산, 설악산은 가봤기 때문에 덕유산으로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 곳 중에 덕유산이 젤 별로다. 눈내린 직후에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설연휴 들어

갑자기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일부 눈이 녹아 기대만큼 멋쥔 산행은 아니였던 탓도 있다. 더 큰 이유는

스키장 때문인데 무주리조트 지역으로 하산할 때 사람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 동네가 제일 예쁘긴

하다. 그림같은 설원, 뭐 그런 게 있기는 한데 그 그림같은 설원에 개떼처럼 많은 사람도 있다.

설원도 다분히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흔적들이 있다. 바꾸어 생각하면 경치가 제일 예쁜 곳에 스키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되겠네.

 

구제역이 한창일 때 산행을 해서 경상북도 함양 쪽은 모두 입산통제되었다. 그래서 코스를 짜는 재미도

반감. 선택 루트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이 쪽은 지리산이나 설악산만큼 교통이 편하지는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가장 외진 코스로 산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설연휴라 더 없다. 설연휴 기간 동안 이용객이 별로 없어 그나마 몇 대 안되는 버스운행을 더 줄였다.

근데 터미널에 전화해도 당일까지 운행시간표를 알 수 없단다. 한마디로 운에 맡겨야 된다는 소리인데

쩝...운이 없었다!!!!!!!!!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찾아간 버스 정류장. 하루 2대 버스 다니는데

두번째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그리고 오후 들어 등산 시작. 반나절 정도

올라 대피소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역시 산장에서 먹는 밥맛은 일품이다.

 

>> 등산로 입구. 황점매표소 쪽으로 오른다. 다른 곳은 구제역으로 입산 통제.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루트인 듯 횡하다. 여기서 삿갓골 대피소까지는 대략 3시간 30분 정도 소요. 그냥 천천히 갔다.

 

>>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다. 산 아래쪽은 눈이 많이 녹고 있었다. 대피소 도착.

 

>> 산장에서 맛있는 저녁식사. 김치찌게를 찍었어야 하는데...집에서 대충 재료를 다 다듬어 왔다.

밥 옆에 보이는 건 채식 줄줄이 콩햄(이게 뭔 소리냐??). 이마트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맛있다.

 

>> 아침 일찍 출발. 떠오르는 해와 설경이 만나니 이쁘다.


 

>> 덕유산은 능선타기가 쉽다. 그냥 걷는 기분으로 천천히 가다보면 4~5시간 안에 스키장에 도착한다. 

근데 요 능선은 쬐끔 힘들었다. 은근 후달렸다. 천천히 길게 오르는 길. 힘들다.

 

 

>> 요기서부터 설경이 아름답긴한데 눈꽃은 시기를 놓쳤다. 스키장이 가까워졌단 뜻이기도 하다.

스 키장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개떼처럼 바글바글....

 

그냥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는 마음으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스키타는 거 처음 봤는데 타보고

싶긴 하더라. 급경사 코스는 진짜 속도 많이 나오겠더라....

 

덕유산, 그냥 편하게 가기 좋은 산이다. 산장에서 밥도 먹고 1박 2일로 쉬엄쉬엄 가기 좋다.

근데 딱 내 스타일은 아니라 다시 올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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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잘하자

0.

긴 정치적 왕따 생활 끝에 이건 아니다 싶어 덕후생활 출구전략으로 삼을까

싶어 진보신당에 가입한 지 좀 됐다. 그 고립이 자발적이든 아니든, 성찰의 시간이든 아니든 이젠 좀

현실 정치에 대한 욕망도 표출하고 싶었다.  '올바른 정치'(좀 오글거리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를

원하는 마음은 식욕과도 같더라.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합헌' 따위의 뉴스를

매일 보고 있자면 분노든 연대의식이든 미안함이든 표현하고 싶고 가장 가까운 수단은 관련 단체들의

활동에 함께하거나 지지해주는 것이므로 여기 저기 가입은 많이한 상태다.

그 가운데서도 정당이란 것은 최대치보다는 최소치의 욕망을, 즉 공약수를 현실화 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진보신당 당원 가입 한 이후에 돌아가는 분위기 좀 파악하려고 진보신당 당게를 자주 들어갔다.

그리고는 좌절 중이시다. 거기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있자니 화병걸릴 거 같아서 며칠 열심히 읽다가 요즘은

자주 안들어간다. 역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지나 해주는 게 최선인가 싶다.

 

1.

소위 '진보'든 '좌파'든 말이 통하지 않는 경험이 일상화되어 가다보니 이젠 인적 교류가 극도로 제한된

생활이 오히려 안락함을 주는 이 상황에 대해 갖고 있던 일말의 불안감마저 사라져가는 중이다. 이런 확인

과정을 밟으려고 진보신당 가입한 건 아닐테지만, 사춘기도 아니고 떠도는 욕망을 제어할 수 없는 유치한

상태까지는 가지 않으면 좋으려만. 분위기만 좋으면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보려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역시 내가 마음 둘 곳이 아니었던게지...

 

며칠 전 진보신당 당게에서 성폭력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심상정씨의 정치적 입장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언어 성폭력이 문제가 되었다. 당원들이 연서명을 받아 문제제기를 했고 이게 받아들여져 글을 게시한

사람은 게시판 접근이 제한되기는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고간 말들이 진짜 짜증스러웠다. 그걸 여기서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어쨌든 자칭 진보 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여성주의에 대한 혐오증만은

확실히 확인하게 되었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말들이 짜증났고, 말꼬리 잡으며 상대

얘기는 절대 듣지 않는 그 경직성도 짜증났지만, 제일 참기 어려운 건 당췌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그 방어적 공격성이었다.  

 

2.

어이없게도 요즘은 인류 공공의 적이라는 이명박 다음으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실망한다.

실망도 참 여러번 망설이다 완곡하게 표현한거지...

 

얼마 전 세시봉에 관한 글을 쓸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전혀 딴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겨레 신문에서 '김선주 칼럼'을 읽으며 이건 뭐냐 하는 기분이 든다.

김선주씨 참 깝깝한 사람이다(고 난 이미 결론내렸다.)

 

술자리에서...잘하자

 

제목부터 불안불안하다. 신정아씨의 황색 저널리즘을 비판하는 글인데, 문제는 신정아씨가 얼마 전 발간한

책에서 술자리 이야기를 과도하게 언급한 부분을 비판한 대목이다. 당사자 글을 인용해보자.

 

....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 신입생의 비율도, 판사의 임용 비율도 여자가 많은 세상이 되었다. 좋건 싫건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함께 밥 먹고 술 먹고 노래방도 가야 하고 여행도 출장도 같이 가야 한다. 여자는 이런저런 자리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직업상 젊은 시절부터 40년 넘도록 남자 사회에서 위에서 아래까지 온갖 술자리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신정아씨의 술회를 보면, 딱하고 분별없어 보이고 아니면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술자리가 대가 혹은 광범위한 로비의 자리여서 자신도 그것을 충분히 이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여기까지는 그냥 그저 그런 도입부. 그 다음이 대박이다.

 

.....

술자리 매너에 가이드라인은 없겠지만, 최소한 다부지고 단호하게 자르면 혹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면 어떤 사회지도층 인사도 더 이상 지분거리지 않는다. 달리는 택시 속에서 몸을 더듬으면 따귀를 때리거나 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아니다 싶으면 핸드백을 포기하고 차비만 꺼내서 화장실 가는 것처럼 술자리를 떠나야 한다. 술버릇 나쁜 사람이 밤늦게 불러내면 다시는 안 나가야 한다. 대가도 포기해야 한다. 술은 발동이 걸리면 제어가 안 되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으면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다.

.....

흔히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다’고 하는 말이 진리라면 ‘열 남자 싫어하는 여자도 없다’도 성립된다. 남녀 간의 호의와 그것의 표현은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호의와 애정, 혹은 희롱과 구체적인 폭력 같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 도둑놈 취급을 해도 안 되고 어정쩡하게 대처함으로써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그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확실하게 당시에 공개해버려야 한다.

.....

 

 

푸흡. 난 읽다가 짜증을 넘어서 거의 실소가 나오더구만. 우선 한겨레는 얼렁 칼럼 필진부터 교체해라.

요새 꼴통 마초라도 이런 식으로 신문에 컬럼을 쓰지는 않는다. 월간 조선 수준이나 되면 모르겠다.

 

참 세상 살기 피곤하다. 여자로 사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냥 상상만 해본다. 달리는 택시 속에서 몸을

더듬으면 따귀를 때리거나 차에서 뛰어내리는 정도는 해줘야 제대로 된 처신이라니. 이 정도는 해줘야

상대의 성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했다 하시니... 이건 너무나 어이가 없는 글이라

크게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당사자가 쓴 글을 여기 저기 보여주는 것 자체가 그냥 비판이 된다.

글도 생각도 정말 엉망이다. 이 쯤되면 이건 뭐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3.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오버래핑된 것이 최근 진보신당 게시판의 논쟁이었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사고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닌지...

가장 열심히 투쟁하고, 가장 치열하게 사고한다는 사람들의 이런 강인한 태도(?), 그래서 절대 어떤 대화의

가능성도 변화의 가능성도 없을 것 같은 이 답답함. 그래도 내가 가장 원칙적으로 살고 있다는 그 도덕적

자기 완결성. 그러니까 이들은 너무나 많은 빈틈에도 불구하고 그 빈틈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가장 완결적인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고 이렇게 자신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산다.

이게 매력도 없고 변화가능성도 안 보이는 '진보'의 현실인가? 만약 진보의 고정 지분이라는 게 있어서

야권연대고 통합이고 다 필요없고 열심히 싸우다보면 최소한 그 고정지분을 가진 이들 만큼은 우리를

지지해줄 거라는 확신은 존중한다. 진보신당은 정체성이 없는 집단이라 여기서 흩어지면 그야말로 해산,

화학적으로 용해 되지 싶다. 진보가 지분을 가져야 협상이라도 하는거지. 그래서 우선은 진보신당 스스로가

고립을 선택해도, 경직되었다고 욕을 먹어도 당장의 선택을 지지한다. 정치공학에 매몰되어 선거

시기만 되면 민주당 당선에 목을 매는 한겨레가 '당대회 독자파 완승, 진보통합 물건너 가나?' 따위의

제목을 뽑아 기사를 써대도 말이다.(한겨레 반성 좀 해라. 보수에겐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고유의

언어가 있듯, 한겨레에게 선거 패배감을 자극해 지지세를 확보하는 고유의 언어가 있다. 으이그...)

 

그러나 대대로 진보정당 20년 이상의 역사를 보건데 좌파는 좌파를 믿지 못한다.

자신의 존립근거를 제 식구가 아닌 옆동네에서 찾는다. 외부인을 상대로는 자기방어를 하고 정치는

자기들 안에서만 한다. 자기들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투쟁을. 자기들 내부에서 가장 섬세한

방어와 공격을. 그리고 절대 말을 듣지 않으며 변화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외로움을 고고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세상이 자기를 몰라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타협을 안해서 인기가 없는 게 아니다.  김선주 씨 글을 보면 그렇다. 지금 진보가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세상이 타락해서 사람들이 자기 먹고 사는 것 외에 관심이 없어서라고만 분석한다면 세상은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고정지분 얻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당장 나라도 표를 주고 싶지 않다.

이 고리타분함.아...정말 대화 안 통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자기를 지지해줄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답답함은 출구가 없다. 하다 못해, 트렌드라도 따라해라. 지금은 열린 사람이 사랑받는

민주주의의 시대고, 소통의 시대고, 다양성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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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2탄

남십자성님의 [세시봉, 오독에 기초한 비판 : 과연 누가 편협한가?] 에 관련된 글.

 

이렇게 말을 주고 받는 게 오랜만이다.

토론을 한다고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고 누군가 의견을 바꾸고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지식과 논리를 사용한다.

토론에서 최선은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열심히 듣는 것, 그리고 자신이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꾸미거나 비틀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듣고, 잘 인정할 수 있다면 이미 조금은 그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세시봉을 다 보게 되었고 굉장히 재밌었다. 언론에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이 때 김선주 씨와 김진숙 씨의 글이 나왔다. 세시봉을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들의 언어,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어떤 부분들은 공감이 가는 지적들도 있다. 

 

그런데 남십자성님이 지적한 대로 많은 블로거들이 김선주 씨 글에 불쾌함을 표현했다.

나 역시 불쾌감까지는 아니어도 글을 읽고 난 후 찝찝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할까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자기 감정이 한마디 말로 재단당하는 느낌이 불편한거다.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세시봉에 열광하면 좀 철없는 애 같은.

(아 물론 철없는 애라는 표현을 들은 적은 없지만 느낌이 그렇다고...)

 

김선주씨가 '타인의 취향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생각없이 세시봉에 열광하는 다수의 감성을 혐오한다"고 말한 적도 없다.

그러나 김선주 씨 글에 그런 말이 없다고 오독이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다.

내 글에서 표현에 과장이 있는 건 인정한다.

남십자성님 글 앞부분은 김선주 씨를 옹호하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오독'이란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이 말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안 좋다. 그래도 냉정을 되찾고...)

내 글이 단어 하나 하나 분해돼서 타인의 글을 오독했다는 결론을 보고 있자면

기자들이 자신의 입장에 맞게 글을 재조합하는 과정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서로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2.

남십자성님의 글 제목은 '세시봉, 오독에 기초한 비판 : 과연 누가 편협한가?'이다.

제목만으로도 전해져오는 어떤 느낌이 있다. 첨엔 대충 훑었는데 내 글에 대한 언급도 나와서

정독했다.

남십자성님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면 안되냐고 한다. 아니 된다. 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그럴 생각은 없다. 항상 그렇다는 게 아니고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해석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었다. 김선주 씨 글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걸 피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불편함은 거기서 비롯된 것이니까. 모든 의견에 동일한 무게를 두자는 말이 아니다.

그 이유는 변화의 가능성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다.

내 글은 한겨레든, 시사인이든, 김선주 씨든, 노래에도 계급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든...

그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글이다. 안타까움이 기본 감성이다. 옹호하기 위해 비판한다.

대상은 너무 명확하다.

그런데 비판의 대상이 있기나 한거냐고 지적은 또 뭔 뜸금없는 이야기인지...뭘 비판하려는건지 다 알면서...

 

남십자성 님은 홍대 상황이 여러 가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조차도 한겨레나 시사인 같은

진보 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언급해주었다.

우선 그런 상황은 김여진씨 블로그를 통해서 알았다.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한겨레나 시사인이 늘 그렇게 날카로운 건 아니다. 대체로는 그런 편이지만 조금 아쉬운 거고.

좋아하니까 아쉽기도 한거다. 좋아하니까 비판할 수도 있다. 

남십자성님이 진보 매체를 방어하려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굳이 그런 매체의 소중함까지

각인시켜줄 필요는 없다. 한겨레나 시사인 정기구독한지 몇 년 되었고 애정은 차고 넘치니까.

병역거부로 감옥까지 다녀온 처지라 그런 매체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절절한 편이다.

(근데 시사인은 정말 읽을 게 별로 없다. 진짜 편파적 애정이라고 밖에는...)

 

최근에 한겨레가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맥락이 있다.

한겨레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언론이

이명박 정부보다 노무현 정부가 국방비를 더 썼고, 무기 선진화에 애를 썼다고 말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집요하게 한나라당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것. 한겨레의 기본 컨셉이다.

한나라당 집권 반대라는 강력한 슬로건이 있으니 사태분석이 단선적이되고 풍부한 언어들이 실종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세시봉 사태를 바라보는 그런 단순함이다.

분석의 도구를 계급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계급적 관점(혹은 저항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풍요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그러나 계급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다른 얘기다.

음악이나 영화같은 문화적 현상을 한가지 관점으로 가치를 매기려 하는 건 더욱 조심스럽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김영하와 조영일의 논쟁, 그에 뒤따르는 김사과씨 글로 관심이 이어진다.)

저항의 측면에서 본다 해도 그런 해석은 오히려 잠재적 저항의 가능성들마저 반감으로 돌려세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김선주 씨와 마찬가지로 나는 무엇이 저항하게 만드는가에 관심이 많다.

늘 이 얘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민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동시에 그걸 극복하기 위해 우월감도 생기고 말을 거는 방식은 늘 꾸짖게 되는 것이라고.

'나도 세시봉에 드나들었지만...'이라고 운을 떼는건 처음부터 대뜸 섭섭하다고 말하기뭐해서 그런

거겠지만 김선주 씨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이 정도가 내가 글을 쓴 이유고 하고 싶은 말의 전부다.

안타까움과 답답함 속에 갈등하면서도 비판의 대상을 비판함으로써 옹호하고자 하는,

그래서 늘 자기번뇌의 연속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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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에 대한 반응을 접하고

0.

몇 달 전에 김종엽 씨의 '남보원 유감'을 읽고 비판글을 쓴 적이 있다.

오늘글은 맥락상 그 글의 2탄쯤 된다.

일관된 문제의식은 '문화현상에 대한 운동권의 도덕적 강박과 엄숙주의 에 대한 비판'이다.

간만에 불질을 자극한 직접적인 원인은 '세시봉 바깥세상'이란 김선주씨 칼럼(2월 6일자 한겨레)이다.

 

 

그러니까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시봉을 마냥 즐기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유인 즉,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마냥 세시봉을 즐길 수만은 없었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세시봉을 마냥 즐기기 어렵다.

그 독재자의 딸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맹위를 떨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의 이름으로 함께했던 이들이 세시봉 바깥세상에 노래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을 비판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

망설여지는 이유는 미안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안타까움이나 답답함에 가깝다. 

너무나 뻔한 언어구조인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이 언어구조에 어떤 대화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도 쓴다. 여전히 함께 대화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

한겨레 신문과 시사인을 정기구독하기 때문에 비슷한 언어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 비슷한 느낌을 받은 글은,

 

'홍대 청소노동자들 집회'에 나타나 학생들 공부에 방해가 되니 '집회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총학생회장

관련 기사들이다. 한겨레나 시사인의 초점은 한결같이 비정규직으로 계급적 각성 단계 있는 노동자들과

이들을 방해하고 나선 비권 총학생회의 대립에 맞춰져 있다. 너무나 뻔한 선악구도, 철없는 대학생과

척박한 세상을 탓하는 계몽적 시선. 자연스레 뒤따르는 도덕적 엄숙주의, 비관주의.

'너도 그 대학 나와봐야 비정규직밖에 더 되냐?' '대학도 자본주의에 물들어서 맛이 갔다'

따위의 꼰대식 하소연 내지는 충고가 기사에 달린 댓글의 거의 대부분이다.

 

이 답답한 프레임을 깬 건 당사자인 노동자와 총학생회장인데(대개는 어머니인) 어머니들은 "문제의"

총학생회장에게 날도 추운데 밥이나 먹고 가라고 말한다.(지혜로운 존재들이여...) 총학생회장은 복잡한

감정에 어쩔줄 몰라하며 순간 눈망울이 흔들린다. 삶의 진실성 앞에 선악의 대립구도는 손쉽게 KO당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배우 김여진 씨가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계급적 대립구도, 혹은 그 계급적 대립구도에 중간방해꾼으로 개입한 총학생회장의 존재라는 측면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의 조각들이 존재한다.

흔들리는 총학생회장의 눈망울이 대변하는 인간으로서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쉽게 보기 힘든

그  상황을 연출해 낸 복잡한 시대적 배경과 관계들. 이 간단한 한 장면 속에도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다양한 진실이 존재한다.

 

그것을 읽어내는 지혜로운 눈이, 또는 읽어내려는 의지가 간절했다.

 

2.

이런 엄혹한 시대에 시크릿 가든을 보며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이유는,

이런 엄혹한 시대에 아이돌을 보며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이유는,

이런 엄혹한 시대에 개콘이나 보며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이유는,

 

있다.  그러나,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이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에 머무를 때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자들이다. 세시봉 안과 세시봉 바깥으로 세상을

양분해서 생각할 때, 그리고 다수가 생각없이 세시봉에 열광한다고 다수의 감성을 혐오하는 순간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대중과 활동가들 사이의 벽(의도와 무관하게 만들어지는)은  더욱 견고해진다.

 

내가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제는 좀 이런 도식화된 분석틀을 버리자는 것이다.

 

 

세시봉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여러 가지 맥락만 늘어놓아보자. 내 능력은 여기까지다.

 

3.

관점 1)

놀러와를 연출하는 신정수 피디는 마봉춘 노조원으로 지난 파업 때 삭발을 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지만 신정수 피디는 나름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데다 조용하고 내성적

성격이다.(주워들은 얘기다.) 기존 버라이어티나 토크쇼와 다르게 놀러와는 철저하게 비주류들을

게스트로 초대해서 깨알같은 소소한 재미로 틈새 시장공략에 성공한 프로다. 그 중 가장 대박이

난 게 세시봉이다. 놀라와의 색깔은 신정수 피디와 무관하지 않아서 묘하게 변방의 이야기로

다수를 감동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점2)

세시봉 2편 오프닝은 장기하+윤도현+송창식이 함께 부른 담배가게 아가씨였는데,

이 공연은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장기하, 윤도현 조합이 갖는 의미.

철저하게 나이 든 가수를 외면하고 오래된 것은 무조건 폐기 대상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에서 송창식

조합이 갖는 의미. 이들을 섞어서 이렇게 폭발적인 무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발상인데

실제 공연 자체도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흐를 때 뒷배경을 가득 채운 김민기의 클로즈업된 사진은 묘한

감동과 회한을 불러 일으켰다. 그 무대는 양희은의 노래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 그 시대 함께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존경의 표시 같았다.

 

관점3)

서울대생임을 끊임없이 자랑하는, 머리부터 발끌까지 마초 자뻑 조영남

연세대+기독교+모더니즘+세련미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윤형주

자유로운 사고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 이장희

늘 막내 역할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 김세환

무일푼으로 노숙자처럼 살아 온 기이한 천재 송창식

내가 세시봉을 보며 느낀 캐릭터의 특징을 그냥 써 본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불편함도 있다.

 

종교 포비즘이 있는 나로서는 번안곡이나 팝송이 대개 서구적+종교적 감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

조영남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난 학벌에 대한 우월감, 입만 열면 윤여정을 언급하는 그 무례함 등

불편한 구석도 많았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그저 그런 옛날 가수로만 알았던 그들이 한국 최초의 싱어송 라이터 1세대를 형성했다는 점,

(특히 김세환 같은 가수는 그 존재감이나 있었겠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선두주자들이었다는 점,

(1910~20년대 가장 문화적 감수성이 예민한 엘리트들, 흔히 모던보이라 불리우던 이들은 대개 맑스주의자가

되었고 초기에 모더니즘이 서구로부터 이식되는 과정에서는 기독교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행동이나 삶의 패턴 역시 상당히 아방가르드 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되고 재해석되는 역사에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세시봉을 구성하는 요소들 자체가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듯이

세시봉에 열광했던 사람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최소한 전국노래자랑을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사람들보다는 세시봉에 열광하는 이들에게서

소통의 가능성을 단 1%라도 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

아이돌에 열광하는 고딩들이 촛불시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잊었나?

그렇게 '촛불로부터 배우자, 배우자' 그래놓고 왜 맨날 제자리인가?

아니 뭘 배워야 한다는 강박 자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 배우기는 커녕 늘 자신이 조종하고 관리하고

바로잡아주는 선지자라는 병적 계몽주의부터 좀 어떻게 하시지...

어떤 사건이, 현상이라 불릴 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 사건으로부터

'내 편에게 유리한가? 저쪽 편에게 유리한가?" 혹은 "그들은 각성된 자들인가? 아닌가?" 따위의

잣대를 들이미는 게 얼마나 고리타분한 일인가?

그 근거없는 도덕적 자신감+우월감은 열등감+피해의식과 동전의 양면이다.

 

양희은은 무릎팍에 나와서 아침이슬이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가 되었는데 당시 느낌은 어땠냐는 질문에

'난 그저 노래랑 포크송이 좋아서 부른거지.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거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 사람처럼 평가를 받는게 좀 그렇다. 난 그냥 무서웠다. 감히 나설 엄두를 못냈다.'

고 대답했다. 그런 노래가 시대를 대변하는 노래가 되기도 한거다.

세시봉 전반이 불편하고 유일한 감동은 오직 '아침이슬', 오직 '양희은'이라고 말할 때

그 감동 역시도 심하게 단선적으로 왜곡된 것이며, 문화를 걸러내는 감수성은 지나치게 빈곤하다.

 

좀 그러지 마라. 더 많은 것들을 품어안기는 커녕 휑하니 독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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