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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6일째,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날을 보낸다. 그 동안 너무 몰아쳤는지 슬슬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지고 게을러진다. 오후 4시 30분에 기차를 타고 다시 방콕으로 가는데 그 때까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여기 저기 어슬렁거리다 조금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가 인기가 많다고 해서 미리 예매를 해두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갈 때는 한인업소 동대문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소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직접 예매했다. 치앙마이에서도 여행사들이 대행업무를 한다. 수수료는 대략 80밧~100밧 정도였던 것 같다.가격표는 태국관광청에서 발행한 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나와 있다. 기차마다 전부 침대칸이 있는 게 아니라서 미리 확인을 해둬야 할 거 같다.
생각보다 여행 경비가 많이 남기도 했고 좀 더 좋은 기차도 타보자는 생각에 방콕으로 돌아갈 때는 더 비싼 기차를 탔다. 두 기차를 비교해보자.
방콕 -> 치앙마이 : ex/2등석/선풍기(팬)/Low -> 531밧+수수료
치앙마이 -> 방콕 : sp ex/2등석/에어콘/Low -> 881밧
결론은 돌아올 때 기차가 훨씬 좋았다는 거. 사람들 반응을 보니 같은 상품이라도 매번 기차종류가 다른 모양인데 어쨌든 비싼만큼 좋았다. 위에 기차는 가운데 통로 기준으로 양쪽으로 침대가 배치되는데, 아래 기차는 한쪽에 통로가 있고 반대쪽에 침대칸이 있다. 고속버스과 일반과 우등의 차이랄까? 공간도 훨씬 넓고 흔들림도 덜하다. 수납공간도 넉넉해서 도난 걱정도 덜하다. 이래저래 다음에는 돈 좀 더주고 아래 기차를 타야겠다. 근데 에어콘을 너무 틀어대서 춥다. 긴팔 필수다. 적당히 틀다가 시원해지면 꺼도 좋을텐데 가는 내내 에어콘을 튼다. 또 하나, 가격표를 보면 팬/에어콘, up/low, 1등석/2등석 사이에는 가격 구분이 있어도 ex/sp ex 사이에는 가격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시는 분 댓글 좀...
제일 위에 등을 보이고 있는 친구는 윗층 침대를 썼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데 직장 관두고 7개월째 여행 중이란다. 최대한 육로만 이용해서 동남아 일대를 돌고 있다는데 대단해보였고 부러웠다. 언젠가 나도...끝을 알 수 없는 무작정 장기여행. 항상 꿈꾸는 로망이다. 티벳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흥분하더라. 꼭 가봐야겠다. dslr을 들고 다녔다. 멋진 일몰 광경을 찍으려고 저렇게 계속 창가에 앉아 있었다.
>> 나도 한 컷. 좋은 사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럴 때 참 똑딱이로 부족한 순간이다.
다시 방콕 훨람풍 역에 도착한 건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여행 7일째) 벌써부터 도시는 덥고, 분주하다. 출퇴근 시간 트래픽 잼이 엄청나다고 하더니 정말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방콕 중심 시내에 국한된 이야기라서 서울의 교통체증에 적응된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는 잘 지내지 싶다.
예전에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 도착지가 프랑스 파리였다. 유럽은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자전거여행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대도시는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파리는 교통이라는 측면만 보자면 가장 서울과 닮아 있는 서유럽도시다.(그래도 파리 크기도 서울보다는 훨씬 작다. 서울은 정말 매머드급 도시다.) 그 때 한 프랑스 친구가 '파리에서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니 미친 짓이다.'라고 얘기하자 우리들은 '괜찮다. 서울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차를 안몰아 봐서 모르지만 아마 서울에서 차를 운전한 사람들도 다른 나라가면 비슷한 느낌이 아닐지.
태국에서 며칠 살아봤다고 이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주는데 종종 태국어로 말하는 숫자들이 들리기도 한다. 한자에 기초한 발음들이라 우리가 쓰는 언어와 비슷하게 들린다. 태사랑에서 다운받은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기차역에서 53번을 타고 카오산으로 가는데 버스가 공짜란다. 시내버스는 대략 7~8밧 정도 했고 에어콘 버스는 10밧~12밧 했는데 공짜버스를 어떻게 식별하는지, 왜 공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 버스 안내양들이 철제 원통을 들고 다니는데 그 안에 돈도 있고 표도 있다. 두 명이 타면 저렇게 버스표를 두 번 찢어서 준다.
카오산 로드에 도착해서 한인업소 동대문에 가방을 맡기고 마분콩과 씨얌 일대 구경에 나선다. 씨얌 디스커버리, 씨얌 파라곤 이쪽이 백화점이라면 마분콩은 밀레오레 분위기다. 치앙마이에서 득템을 하기 좋은 이유는 지나치게 토속적이지도, 지나치게 평범하지도 않은 상품들이 많다는 점. 태국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적당히 변용되어 태국을 벗어나도 일상적으로 쓰기 좋은 물건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분콩에서는 아무래도 구경만 하게 되지 별로 살 건 없다. 서울에도 많이 있는 것들이니까. 치앙마이 나이트바자에서 봤던 물건들과 비교해보면 가격도 살짝 비싸다. 그제서야 또 후회를 한다. 아아아~~거기서 살 걸. 마지막 희망은 짜뚜짝.
그래도 구석구석 뒤지면 득템은 하기 마련. 마분콩에 아주 이쁜 신발 매장이 있었다.
>>가운데 하얀 신발이 마분콩에서 득템한 것. 매장과 상표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사진도 희끄무리해서 잘 안보이는구나. 아쉬비... 보자마자 딱 저거다 싶었는데. 발레용 슈즈 느낌이 나는 플렛슈즈였는데 적당히 세련돼 보이고 적당히 가벼워 보여 좋았다.
그러나 역시 전체적으로 쇼핑의 기운이 떨어지자 바로 폭풍 식사 들어가신다. 샤브샤브 부페를 찾았다. 치앙마이 물가에 익숙해져 있어 처음엔 좀 주저주저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250밧이면 만원 이내인데 한국에서 언제 저 가격에 샤브샤브 부페를 가보나 하는 생각이 들자 용감해졌다. 들어가서 엄청 먹었다. 시간 제한이 있는 게 좀 색달랐다. 다음에 방콕에 가면 또 가야지...진짜 맛있다.
배터지게 먹고 해질녘 카오산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내일은 금요일. 기대하던 암파와 수상시장을 가는 날이다. 숙소는 람부뜨리 빌리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냥 적당히 얻었다.
>> 마분콩 내부 모습. 익순한 분위기다. 사람들 많다.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느끼는 거지만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배치가 상당히 불편하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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