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일 없이 진보신당 자유게시판에 들어갔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돌아 왔다. 내가 한 이야기는 아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내가 관심있어 하는 단체에서는 굳이 특별히 입장을 내지 않은 것 같다. 아래 생각이 학부 수준의 문제의식에서 발전이 없어, 내 스스로도 안타깝다. 독일에서는 국제여론에 따라 진보신문이라는 TAZ에서조차 인권, 민족자결권 옹호로 나가는 것 "같고", 일부 좌파 인터넷 신문에서는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면서 중국에 일정정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 "같다." 왠지 쌈박한 제목이 없어 정독하지 않고 대충 훓어봐, 느낌으로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진출처: TAZ.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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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4 21:21:53 진보신당 자유게시판에 작성

 

진보신당 성명서 중, "아울러, 티베트 망명정부와 중국 정부의 평화적 협상이 티베트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것 같네요. 티벹 망명정부라 해봐야, 티벹 민족지배계급의 일파가 운영하는 것일텐데 말이죠.

중국이냐 티벹이냐의 이분법에 갇히지 말고, (反중국지배계급, 反티벹지배계급을 외치는) 티벹민중해방세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없다면) 육성하고, 지지하는게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요? 

또한, 중국 내 反지배계급-해방세력세력 - 미국과 연계된 중국인권운동세력이 아니라 - 을 새롭게 발견하고 육성하고 지지하며, 그들을 티벹 내 민중해방세력과의 연대의 길에 나서도록 매개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겠죠. (더 나아가 북한문제, 대만 문제, 오키나와 문제, 버마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코소보 문제, 스페인 바스크 문제, 이슬람권 문제, 아프리카 문제 등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물론 길고 험한 길인 걸 알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긴급한 과제는 중국의 유혈진압을 저지하는 것이겠지만, 따라서 간단한 구호는 그 정도를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성명서는 그래도 a4 한 장은 되는 글이니, 기본 입장은 서술하고, 실천해야죠. 이중적 해방 즉, "티벹의 (정교분리를 포함한) 계급해방과, (민족자결, 민족해방이 아니라) 자율적 공동체 구성을 위한 권리"를 말이죠. 혹은 더 나아가 다중적 해방을 외쳐야할 것입니다. 티벹 여성해방도 포함해서 말이죠.

(사족: 단계론적 혁명론[선부르주아화-후사회주의, 선독립-후사회주의, 선사회주의-후여성해방 등]은 사람들의 해방욕망이 다차원적으로 분출되는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노자문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총체적 규정력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런 총체적 인간해방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이 21세기 코뮤니즘 아닌가요? 그리고 각 국의 이런 총체적 인간해방 운동-공동체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인터내셔널"의 계승이겠죠. 일단 동북아에서는, 한국-조선-중국-일본-몽골 등 동북아 각지의 계급/공동체해방적 운동의 연대, 상호지원과 네트워크화로부터, 결국은 정교분리를 포함한, "계급", "민족", "성억압" 없는 동북아의 해방적 자율공동체 구성이 목표겠군요.)  

저 아래 직녀에게 님으로 대표되는 스탈린주의-주사파는 중국 지배계급을 우리편, (미국 지배계급의 지원을 받는) 티벹 독립투쟁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미 과잉되어 있어 딱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와 반대로 중국 자체를 적, 티벹을 옹호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것도 문제라 봅니다. 직녀에게 님을 비판하는 논리가, 사실은 직녀에게 님과 같은 민족주의(민족자결) 논리이니까요.

또한 순수 인권옹호 논리는 당장의 중국 지배계급의 유혈진압을 막는데 유용할 수는 있어도, 티벹 내부의 피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는데는 너무 추상적이고, 박노자 선생이 잘 묘사한 티벹 내 봉건지배에 눈멀게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블랙 타이거님은 티벹의 계급적 해방의 문제를 지적해 주셨으나, 티벹의 물질적 조건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없으면서, 선험적으로 티벳해방의 물질적 조건이 미성숙되어 있고, 중국 지배계급의 티벹지배가 그 물질적 조건을 충족시켜 준다고 가정하면서, 티벹 사람들(계급-공동체 해방적 티벹 민중과, 티벹지배계급 지도 하에 있는 사람들)의 독립투쟁의 첨예화, 모험주의를 경계하고 있는데,

이는 1) 첫째로 블랙 타이거 님이 후기 맑스의 "러시아적 사회주의의 길"에 대한 통찰없이 지나친 경제주의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2) 둘째로 티벹의 독립이 달성된다면,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이나 EU에서 티벹에 본격적으로 경제지원을 할 것이기 때문에, 티벹의 물질적 조건으로 독립투쟁의 고조를 무마하려는 블랙 타이거 님의 주장은 그 근거 자체가 취약한 것입니다. 3) 게다가 블랙 타이거님은 티벹 내 계급해방의 필요성과 중국 지배계급의 티벹 억압의 부당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국 중국의 지배계급이 미국의 지배계급 보다는 좋다는 변질된 저항민족주의를 수용하는 꼴이 되면서, 자신의 논의의 의의를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다함께의 성명서는 국가자본주의론의 관점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비판하면서, 티벹의 민족자결권을 지지하고 중국의 노동자·농민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민족자결을 존중하는 "고전적" 맑스주의에는 충실하나, 여전히 단계론적 혁명론에 갇혀있있음으로써 티벹 피지배계급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민족주의-국가주의를 여전히 유용한 틀로 간주함으로써 자신이 스탈린주의와 동전의 양면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입장이 연 판도라의 상자, 즉 수많은 소수민족의 독립요구와 갈등 속에서, 어떻게 계급의 이익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티벹옹호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세밀하고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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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00:03 2008/03/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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