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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갔구나.

아, 어제가 상왕의 49재였구나. 잘 모르고 있었다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상왕 관련 기사가 좀 보이더라....벌써 49재라니 시간 참 빠르다.

 

현 정부를 향한 상왕의 마지막 필살기는 어쨌든 눈에 보이는 확연한 변화를 추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실패가 아닌 것이,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과 반발감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이것이 또 어떠한 방향으로 터져 나올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생각을 해보면 이번 일은 상왕의 정치적 실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적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잡힌 것 자체가 그 진위여부가 어떤 지간에 상왕의 치명적 오류였다. 일평생 도덕성을 외친 사람이, 그 도덕성 때문에 자신이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마저 위태로워졌다. 이것은 그의 실수이고 그가 자초한 일이다.

 

민주세력은 상왕을 미화하는 일은 과도하게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실패를 봐야 하고, 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제가 이른바 친노파로 분류되었던 이들에게 남아있다. 신당을 창당하든, 민주당에 참여하든지 간에 말이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보자면, 거대 한나라당이 있고, 군소 야당만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재력이 있는 사람들, 영향력이 있는 학자들, 전문가들 모두 한나라당의 인재 풀을 형성하고 있고, 그만큼 우리나라의 엘리트 계층의 상당수는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한나라당의 이름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만 보자면 모두들 뛰어난 사람들이다.

 

마치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위나라를 보는 것 같다. 삼국지 연의의 한장면에서 제갈공명은 자신의 재야 시절 같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위나라에서 말단직에서나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 저 나라는 얼마나 인재가 많기에 저러는가.'하고 촉나라의 인재 없음을 한탄한 모습이 나온다.

 

민주 세력으로서는 그러한 탄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민주당 정도야 전라도 자본, 전라도 재벌, 전라도 학자, 전라도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에 사정이 조금 나을 뿐이다. 지방으로 따져서 미안하지만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서의 야당의 모습은 아직 요원하다. 사실 민주당의 정치적 정체성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정책에서의 차이만이 있고, 한나라당보다는 약간 서민 지향적, 민주주의 질서 수용, 중소기업 우선 정도로 표방될 뿐이지 신자유주의 추진의 측면에서는 한나라당과 그다지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신자유주의의 충격은 최소한이 복지정책 확충으로 보완하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적어도 진보진영과 말이라도 통하는 중도우파이긴 하다.

 

창조한국당은 아직 너무나 군소해서 어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불명확하다. 그저 대통령선거에서의 문국현의 발언들을 보자면, 유럽의 좌파 사민정당과 비슷한 정당을 표방하는 것 같긴 한데, 그의 발언은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개인적, 도덕적인 측면에 국한된 점이 많아 자신의 이상을 어떻게 실현시키려 하는지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대안이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한 것 같다. 과거의 '민족주의 경제관', 내수위주의 경제체제를 내세우고 있기에 그러한 대안이 제대로 기능이나 할지 막막하다. 이러한 경제관이 통용되려면 블록 형성을 통한 다른 나라와의 연대가 필요한데, 중국과 일본이 이러한 방식의 경제운용에 찬성할 지는 미지수이다. 신자유주의를 되려 환영하는 중국과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일본이 이러한 20세기적인 경제관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만을 외칠 뿐, 이렇다 할 대안이 없으며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정규직 노동자들, 도시의 서민들, 농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은 7,80년대에난 가능할 수 있었던 민족주의 경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통일 문제에 사활을 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에는 민족주의, 구좌파의 사상, 내수 위주의 국가경제지향이라는 혼재된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 주로 민족주의에 기반하여 급진적인 통일과 북한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것이 하나이고, 민주노동당 내 다함께로 대표되는 이들은 구좌파적인 사상에 입각하여 민주노동당을 혁명정당으로, 전위당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이다. 이들 간의 교묘한 긴장이 그저 민주노동당을 내수 위주의 국가경제, 보호무역이라는 이상한 타협점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은 또하나의 분열을 예고하는 지도 모른다. 다함께가 언제까지 민주노동당에 안주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전위당을 만드는 것인데 말이다. 민주노동당의 패러다임을 진보신당에서 비판했듯이 자주파가 계속 가지고 있다면, 다함께는 떨어져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다함께는 자주세력을 중요한 연대세력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멘셰비키라든가 나로드니키 정도로 이들을 보는 다함께는 통일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주장하며 민주노동당을 나오거나, 아니면 민주노동당을 자신들이 차지하려 시도할 것이다.

 

자주파는 구좌파의 사상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기존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닌, 기존의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시각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그들은 북한과의 끊임없는 접촉으로 인해, 제3의 좌파로 잉태될 수도 있다. 이것은 희망사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자주파는 진보진영에서 무시할 수 없는 다수이며 그만큼의 파급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주파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확연히 할 필요성이 있다. 단순한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그들에게 걸림돌은 될 지 언정,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은 될 수 없다. 통일이 어떠한 창조적인 변수를 잉태할 수 있는지는 자주파의 역량에 달려 있다.

 

진보신당은 신좌파, 문화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무정부주의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전진'과 같은 구좌파 세력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식 사민당을 지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앞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할 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 생태문제, 여성문제의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역시나 진보신당의 대안도 제각각이다. 사민당을 지향하는 건지, 가족철폐, 군대철폐, 국가철폐와 같은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건지 매우 혼란스럽다. 뭔가 진보신당도 정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은 현실감각이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빈약한 답안지조차 없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를 쓰라고 한다면 진보신당은 뭐라고 쓸 수 있을까. 68혁명 같은 혁명을 지향한다고 쓸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해서 민주노동당은 채점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진보신당은 답안 작성을 거부하는 바람에 점수 자체를 줄 수 가 없는 형국이다. 누가 좀 알려주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확립이 그 첫번째 일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범 야당이 힘을 모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러한 과정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도 없는 신자유주의 반대는 인민들을 진보의 논의에서 소외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뭔소린지도 모르는 말들을 떠들에 대니 당장 살 길이 막막한 인민들에게 어떤 메리트가 있을 수 있을까?

두번째 과정은 복지정책의 확립이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없다면 그러한 충격을 어떻게든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데에 진보진영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개량이니 뭐니 말들이 많겠지만 순서가 있지 않은가? 개량 뭐량 떠드는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세번째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현실적인 문제로 표면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이다.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자와 같은 식의 계급의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정치적 연대여야 한다. 여기에서 북한문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역할,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문제점, 테러와 관련된 국제문제들을 아시아의 시민사회, 아시아의 정치인들이 만나 그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한 아시아 공동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모두가 기다리는 혁명일 텐데, 이것은 우리의 힘과 이성을 떠난 문제이다. 1,2,3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야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우리의 힘을 떠난 알 수 없는 상황을 위한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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