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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래~아몰래몰래몰래~아몰래~

우두커니 앉아 있다. 내가 무슨 '좌선 우둑헌' 선생도 아닌데 말이다. 서원 근무를 하고 있는데 방학이라 적막하기만 하다.

 

방학 동안의 일을 정리해보자.

1. 여름불경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내 자리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거기 절간 소속 스님들은 다 책상에 노트북 한대씩 있었는데 말이다. 초빙 스님이라고 차별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공강 시간에 인터넷도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 좌선 우둑헌 선생의 사상을 실천할 뿐이었다.

 

2. 개학한 절간에 가서 또 한곡조(수업) 뽑아주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우리집 초인종은 고장 났다. 그러자 이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한창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나는 평소대로 그냥 쌩까버리는 방식을 버리고, 도전적으로 '누구시오~'하고 물었다. 그러니 들여오는 말이 참 황당했다. '애기 엄마 계세요오오? '

나는 참 황당하고 짜증이 나서 문을 열어서 뭔소리냐고 했다. 그러니 젊은 주부 두명이 서 계셨는데 애기엄마 모임을 한다고 했다. 처음보는 분들이었다. 나는 거칠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그런 사람 없어요.'

이렇게 얘기하고 문을 닫았는데 말해 놓고 보니 참 이상했다. 애기엄마 같은 사람 없다고 한 나도 좀 말이 엇나기도 했거니와, 지들은 누구길래 이 동네 애기엄마들을 소환한단 말인가? 민주 애기엄마 모임 혹은 민주주의 민족통일 애기엄마연합이라도 만들려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교회에서 애기엄마 부흥회라도 따로 개최하는 것인가? 참으로 요상했다.

 

3. 방학 중에 대로를 만났다. 대로께오서 방학 이후 자신의 모든 제생들에게, 지금까지 논문을 위해 연구한 것을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선언하였기 때문이다.(8.3 선언) 그래서 제생들이 비상이 걸려서 허겁지겁 하지도 않은 연구를 했다고 생쑈를 해야 했는데 나 역시도 이제 막 첫 학기를 지났을 뿐이거니와 제대로 공부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예전에 읽은 헤겔에 대한 책 한권을 요약해서 제출해버렸다. 아니나다를까 어느 한적한 여름날 다음 tv팟이나 보며 놀고 있는 나에게 연구조교 서생에게 전화가 와서 대로의 호출이 있다고 빨랑 서원으로 오라고 하였다.

서원으로 달려가서 대로를 뵈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앞으로 무슨 논문을 쓸 것인지 상담을 한바탕 하고 왔다. 그래서 어물쭈물 설랑말랑 꿍얼쭝얼 얘기했는데 대로깨오서는 곧바로 더 공부해서 보고서를 연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하셨다. 오 마이 가앗!!!

 

4. 나로호 발사를 할 당시에 TV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발사는 순식간이었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발사 실황 중계를 하는 아가씨의 러시아어 발음이었다.

10. 9. 8. 7. 6. 5. 4. 3. 2. 1. 발사~!! 하는 목소리와 함께 고도 몇, 속도 몇, 1단 분리, 2단 분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과 함께 곧바로 러시아어로 그말을 반복했는데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고도 545도, 속도 1만 6천 킬로미터, 꼬또뿌릅트까 모라부르끄르말다."

난 그때 러시아어에 반했다고 좌선 우둑헌 선생을 두고 맹세할 수 있다. 아가씨도 만나보고 싶다. 정말이다.

 

 

이렇게 방학이 끝나간다. 요즘 손담비의 '아몰레드'를 가끔 듣는다. 난 첨에 이게 CF노래인 건 알았으나 아모레 화장품 광고노래인 줄 알았다. 나도 많이 늙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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