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스 에너지 전략 연구소

 

 

 

지난 17일, 60일간의 재검토끝에 미국 정부는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에 10여 개의 지상 배치 요격 미사일과 전진배치 (forward-based) X-band 미사일 레이다 시설을 배치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애초 이 계획은 이란이나 북한 같은 소위 '불량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지난 부시 정부 시절부터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해오던 것이다.

이번 미국의 발표에 대해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전향적인 조치로 보도했으며, 그동안 해당 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유럽 지역의 각종 운동 단체들은 환영을 표시했다.

더 나아가 한국 언론들은 관련 보도를 통해 이번 미국의 조치를 핵없는 세계로 가는 중대한 일보 전진으로 평가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미사일 방어체제와 관련하여 동북 아시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번 본 연구소의 글, <확장되는 미국의 국제적 미사일 패권>:http://blog.daum.net/sibad/203 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관측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 '희망에 근거한 보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철회' 발표를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중요한 위협이 된다고 한 점에 있어서 옳았다. 

이 때문에 나는 21세기의 위협에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입장은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부터 강조해왔던 것으로, 오바마 정부는 부시 시절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 미국 정부는 미사일 방어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하고 비용면에서도 가장 저렴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미 이번에 '철회'하기로 결정된 폴란드의 요격 미사일의 경우, 지상 고정식 배치라는 점이 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는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요격 미사일 배치 계획에 대하여 자신들도 폴란드 국경과 바로 접한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동성이 좀 더 원할하고 적들의 탐지에 덜 노출되는 시스템을 강구하기 위하여 부심해왔던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미사일 방어 기술과 관련한 특정한 부분에 있어 발전을 이루어왔다. 특별히 지상과 해상 요격 미사일과 이를 지원하는 센서들에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의  새로운 접근은 이전의 시스템보다 더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음이 입증된 기술을 배치하는 것이다"라고도 말했던 것도 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에 따르면, 이번 '철회' 결정과 관련하여 미국의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SM-3(Standard Missile-3) 요격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급 전함들의 배치를 특정해서 말했는데, 이것들은 "필요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요격 미사일을 이동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장착한 15개의 구축함과 순양함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런 시스템을 노르웨이와 스페인, 호주, 일본, 남한과 연결시켜 해상에 기반한 세계적이면서도 신속배치가 가능한 미사일 방어 구조를 구조화하고 있다.
결국 폴란드와 체코의 미사일 배치 '철회'는 강조점의 이동일 뿐, 유럽에서의 미사일 방어체제의 제한이나 약화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닌 셈이다. 

 

이런 방어 구조망은 미국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설치한 각종 미사일 추적 레이다 기지들과 상호결합되게 되어있다.

예컨데, 영국 North Yorkshire의 레이다 조기 경보 시설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과 일본과 이스라엘에 배치한 X-band 레이다 등이 그렇다. 

이밖에도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64 킬로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노르웨이의 바르도(Vardo)에도 관련 시설이 있고, 그린랜드 툴레(Thule) 공군기지에도 이와 유사한 시설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MD 계획 전반에 걸친 검토와 함께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정되었던 체코와 폴란드 미사일 및 레이다 기지의 철회가 해당국과 지역에 커다란 안보 공백을 초래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다.

는  미국 국방부가 이미  SM-3와 기타 이 시스템의 다른 요소들의 지상용 버전을 폴란드와 체코 양국에 배치하는 문제를 가지고 양국과 협의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가 폴란드와 체코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에는 96개에 이르는 PAC-3(Patriot Advanced Capability-3) 미사일을 폴란드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 아무런 철회 언급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은 PAC-3 미사일들이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중층화된 나토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통합되기 위하여 운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발표가 있던 날, 나토 사무총장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미국의 계획은 미사일 방어의 확립과 관련하여 차후에 나토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들일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나는 이번의 계획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발표로 새롭게 구상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나토 헌장 5조의 상호 방위 조항-나토 소속 한 국가가 침공받으면 다른 국가들 모두의 침공으로 간주, 이에 대응하는 것-의 정신과 일관된다고 강조했다. 

상호 방위라는 점에서 폴란드와 체코에 대한 미국의 방어는 여전히 확고하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이 조항을 러시아가 에스토니아에 대해서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사이버 공격에까지 확대하려고 했고, 더 나아가 비나토 국가인 그루지아와 이스라엘에까지 적용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그루지아나 에스토니아가 이란이나 북한의 위협을 받는다고는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오바마가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새삼스레 나토 헌장 5조를 언급했다는 것은 근본에서 러시아같은 국가들을 겨냥한 기존의 미사일 방어 체제 개념과 달라진 점이 별로 없음을 나타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새로운 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조는 미군과 유럽의 동맹국들을 위하여 더 강력하고 영리하며, 신속한 방어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에 제안한 시스템은 이전의 시스템보다 더 포괄적이다. 이번 시스템은 능력이 입증되었을 뿐 만 아니라,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들이다......이번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나토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을 확실히 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언론들의 일반적인 보도와는 달리, 체코 공화국 외무부장관인 얀 코후트(Jan Kohout)도 비록 미국이 예정대로 X-band 미사일 레이다를 체코에 배치하지는 않지만, "좀 더 유연하고, 효과적이며, 비용이 저렴한" 새 시스템이 "유럽 전체를 방어할 것"이기에 "체코 공화국은 미국이 나토내에서 만들고자 하는 이번의 새로운 시스템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도 체코와 폴란드에 대한 요격 미사일 및 레이다 기지 설치 '철회' 계획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유럽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폐기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을 잘못 알고 있거나 그릇되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는 게이츠가 "내가 3년 전에 제안한 프로그램보다 [새 시스템이] 더 나은 미사일 방어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부언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게이츠는 부시 시절에 국방장관에 임명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철회' 발표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보인 '공식적인' 환영 발표와는 달리, 주요한 러시아 언론매체 중 하나인 는 미국 정부의 '철회' 발표 당일날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예상대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그 무엇도 포기하거나 보류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반대로 '현재의 위협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입증되고 비용 절감적인 기술'에 근거한 '새로운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채택하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시스템은 체코와 폴란드와 연관된 이전의 시스템보다 '더 광범위한 것'이다."

 

또한, 이 보도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분석가인 옥사나 안토넨코(Oksana Antonenko)의 분석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는 부시 시절에 제안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유럽의 전체 영역을 다 커버하지 못했을 것이고,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시스템의 애초 배치 예정지는 이상적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란에 더 가까운 지점에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고, 유력한 후보지로 이스라엘이나 터키를 지목했다. 

에서 러시아 정치학센터의 분석가인 드미트리 폴리카노프도  "미국 정부가 이란과 더 가까운 영역에 해상 배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이동시키거나 코카서스 지방에 이런 시스템을 배치한다면, 이는 당연히 러시아에게는 우려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이번 '철회' 발표가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미국의 '철회' 발표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이번 '철회'는 더욱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비전을 염두한 것이기도 하다. 
에 따르면, 러시아 전 참모총장인 레오니드 이바노프는 이번에 미국이 추진하려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레이다 및 요격 미사일 기지 대신에 군사 위성과 레이저 무기를 실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예측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이미 미국 국방부는 공중 발사 레이저(Airborne Laser:ABL) 미사일 요격 프로그램을 운용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지난 8월 미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issile Defense Agency)은 개량된 Boeing 747-400F 시제품 원형을 성공적으로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종은 탄도 미사일 발사 후 수 초안에 이를 탐지, 추적, 레이저로 요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레이저 무기들이 24시간내 지구상 어디든 배치 가능한 20톤짜리 이동식 요격 미사일 발사대와 SM-3 미사일 체제와 결합, 미국과 나토가 추진중인 중층화된 미사일 방어 계획과 통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장차 어떤 모양새를 띄게 될 지는 소위 '중거리 방공체계'(Medium Extended Air Defense System :MEADS)가 잘 보여준다.

MEADS란 미국-독일-이탈리아-나토간 합동 전역 요격 미사일 프로그램인데, 이는 현재 나토 사령부하의 유럽에 구축된 패트리어트나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시스템를 업그레드시킨 것이다.

이 시스템은 전진배치 X-band 레이다와 360도 감시 레이다, 미사일 발사대들과 차세대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포함한다. 
지난 8월 17일, 해리티지 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MEADS는 다른 방어 시스템들과 상호 작전이 가능하며, 이 중에는 고고도 지역 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THAAD)시스템과 이지스 해상 배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포함된다고 한다.
 

영국 지도 이번 오바마의 '철회' 발표를 지난 1983년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스타워즈 계획의 진전과 연관시켜 보도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 또한, 앞서 언급했던 공중 발사 레이저 무기 실험 및 배치에 대하여 레이건이 처음 공표한 '스타 워즈' 계획이 기술적으로 거의 현실화에 가깝게 진행된 것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결국 이번 미국 정부의 '철회' 발표는 한국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미국의 MD  계획은 포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의 목표인 '스타 워즈' 계획을 위해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최근의 미국 정부의 발표는 그러한 목표로 가기 위한 과도적인 것으로, 내용적으로는 방어망이 더욱 촘촘해지면서 그 역량 또한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적성국으로 지목한 국가들로서는 이번 미국의 새로운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을 실제로는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폴란드와 체코의 MD 기지 철회 결정은, 기존 언론들의 보도와는 달리,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패권 강화를 위한 재구조조정으로 간주해야할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32% 정도의 지지율을 누리면서 내년 연방 선거에서 승리가 점쳐지고 있는 체코 사회민주당도 단지 미국과 체코 양자간의 미사일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지, 유럽 전 대륙을 관할하는 나토 차원의 미사일 방어체제 시스템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발표가 당장에 체코와 관련한 미국의 이해에 큰 타격을 준다고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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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18:40 2009/09/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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