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The Referendum and Democratic Centralism] 당원 전체 투표와 민주집중제

국민투표를 통해 전쟁 문제를 결정할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이 요구는 제국주의 국가기구의 중앙 통치력을 마비시키거나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원 전체의 투표를 통해 당의 문제들을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인가? 이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대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당원 전체 투표를 지지하는 동지들은 당 전체의 결정이 지부 결정의 산술적 총합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한결같이 동의한다. 그런데 지부들은 불가피하게 조직력과 경험에 있어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지부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지부의 정해진 입장에 따라 투표하도록 강제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역시 이들 동지들은 동의한다. 그렇다면 이들 동지들은 전당대회가 당의 최고 의결기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 전당대회 대신 지부의 표결 내용을 합해서 당의 행동을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당의 집중제는 실종된다. 당원 전체 투표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가장 경험이 풍부하여 넓은 전망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가장 선진적인 지부들이 가장 후진적이며 경험이 부족한 지부들과의 표 대결에서 밀린다.

당연히 우리는 각 지부와 세포조직이 모든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의거하여 표결하는 행위를 지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부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에 제출되는 모든 주장들을 견주어 보고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투표할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만약 대의원들이 자신들을 선출한 지부 다수파의 견해에 반대되는 결정을 했을 경우 전당대회가 끝나면 지부로 돌아가 자신들의 입장이 올바르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할 경우 그는 정치적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신뢰를 상실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당원 전체 투표를 통해 당의 중앙기구가 강제되거나 지부 다수파에 의해서 지부 대의원의 정치적 의사가 강제되는 제도보다는 훨씬 낫다. 하나의 조직인 당이 완전히 파괴되는 비극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39년 10월 21일

[6. A Letter to Sherman Stanley] 셔먼 스탠리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스탠리 동지에게,

동지의 10월 11일자 편지에 대한 답장이 이렇게 늦었습니다.

(1) 러시아 문제에 관한한 "심각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동지는 말하고 있습니다. 동지의 말이 맞다면 왜 당내 다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에 대항하여 지독히 경계하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까? 전국위원회의 소수파는 이 문제가 심각하고 시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 발발 순간인 지금 이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지 자신의 견해를 소수파의 견해와 같은 것으로 보면 안됩니다.

(2) 나의 견해가 맥스 섁트먼(Max Shachtman) 동지의 견해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동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근본적인 사항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ㄱ) 소련의 사회 성격 (ㄴ) 소련의 방어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 섁트먼 동지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즉 당의 기존 입장을 거부하면서도 새로운 입장을 공표하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혁명정당은 이런 식으로 같은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을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소련 영토나 독일 또는 영국에 대항하여 적군이 새로 점령한 영토를 방어하는 문제에 관해서 섁트먼 동지는 스탈린과 히틀러 모두에 대항하는 혁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추상적인 입장은 구체적 상황에서는 이들 영토를 방어하는 노선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제 항공우편으로 전국위원회에 보낸 나의 새로운 논문은 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3) 진지한 토론만이 문제점을 명확하게 한다는 동지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다수파의 견해와 섁트먼 동지의 견해를 동시에 표결에 붙이는 것은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4) 동지는 편지에서 주요한 사안은 소련 방어 문제가 아니라 다수파의 "당 운영(internal regime)"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우리 운동이 시작한 때부터 다수파에 대한 이런 비난을 들어왔습니다. 표현 방식은 약간씩 다르고 구성 분파들도 다르지만 많은 수의 동지들은 항상 "다수파의 당 운영" 방식을 반대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 동지들은 우리 조직이 사회당에 입당한 전술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곧 입당전술이 아니라 당 운영 방식이 "주요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이제 소련 방어 문제에 있어서도 똑같은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5) 사회당 입당 전술은 우리 당의 발전과정에서 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술을 구사한 다수파 지도부의 "당 운영" 방식도 당의 정체 현상을 드러낸 반대파에 비해 옳았습니다.

(6) 전쟁 초기인 지금 소련 방어 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대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수없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소련 방어 입장은 올바른 것으로 확립되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입장이 영원히 변치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도부의 어느 동지가 기존의 결정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문제를 당 전체에 공개하기 전에 주요 당기구 내부에 새로운 연구나 토론을 촉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내놓는 것이 당에 대한 의무입니다. 더욱이 정교화된 새로운 결론이 아니라 의심을 나타내는 형태로 문제를 드러내야 합니다. 물론 당 규약에 의하면 당원 모두와 심지어 정치위원도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권리가 그동안 당 운영의 개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올바르게 행사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7) 주도성이 부족하다 등의 식으로 전국위원회가 과거 자주 비난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전국위원회는 해야될 일들 가운데 하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비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즉 동지들은 주도성이 결여된 소속 지부의 활동에 대한 불만을 전지전능 해야하는 전국위원회에 대한 비난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8) 현재 전국위원회는 "보수적 행태"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강령적 결정이 나기까지 기존의 결정을 방어하는 것이 전국위원회의 임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적 행태"는 당이라는 조직을 보존해야 할 필요에 의해 나온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9) "당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동지들은 지난 시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올바르지 못한 정치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당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올바른 정책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이 틀린 것으로 판명날 경우 정책을 주도한 동지들은 정책이 아니라 전반적 당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좌익반대파와 제4인터내셔널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수백 번이나 반대해 왔습니다. 베레컨(Vereecken), 스니블릿(Sneevliet), 심지어 몰리니에(Molinier) 같은 동지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자 제4인터내셔널의 전반적 문제는 이러저러한 결정사항이 아니라 당운영 전반에 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10) 미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현재 소수파 지도부를 베레컨, 스니블릿과 같은 동지들과 연상시킬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소수파 지도부 동지들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우호적인 방식으로 함께 일해나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 동지들이 추종 분파들의 지지를 업고 과거와 같은 오류를 매번 범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토론을 통해 이런 오류가 분석되고 당 전체의 입장으로 단호하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당은 현재 엄청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원칙한 정치 행동은 명확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1939년 10월 22일

동지애를 전하며

트로츠키

추신 : 이 편지는 전국위원회의 다수파와 소수파 특히 섁트먼 동지 결의안을 지지하는 동지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이 편지의 사본을 캐넌 동지와 섁트먼 동지에게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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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21:21 2005/10/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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