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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_"4대강은 살리고 아이들은 죽인다?" - 2010년 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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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평론가)











4대강 살리고 아이들은 죽인다?


 


24분만에 통과된 예산, 재정적자는 어찌 될까?


지난 12월 31일 저녁 8시 39분, 김형오 국회의장은 예산안을 직권상정해서 불과 24분 만에 통과시켰다.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속기사석 부근에서 보고를 했고, 반대토론을 신청한 박선영의원(자유선진당)은 마이크도 잡지 못했다. 예산부수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기도 전에 예산안을 심사했으니 국회법 84조를 어긴 불법이고, 자기들이 의원총회를 하던 곳으로 회의장을 급히 변경시켰으니 한나라당은 예의 후안무치를 또 한번 과시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를 위해서 이런 날치기를 부추겼다는데 예산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예산안이 통과되자마자 7분만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기획재정부의 “보도참고자료”와 예산안 Q&A의 친절한 설명부터 들어 보자. 두 자료 모두 맨 앞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의 재정적자가 51조원으로 GDP의 5%였고 이 정도의 수준이면 외적 조건에 따라선 외환위기를 맞기 십상이다. 다음 그림을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수지와 국가부채 문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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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 예산안 Q&A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재정적자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세계 최고의 속도로 재정적자가 증가한 탓을 미국발 위기에만 돌릴 수는 없다. 경제위기가 닥쳤는데도 작년에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번 세법을 바꾸면, 다시 개정하지 않는 한 그 효과가 매년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다음 표를 보면 2009년에 통과된 세제개편안에 따라 금년부터는

 

2008년 세제개편안 세수감소 효과 (단위: 조원)

 

 

2008 

 2009

 2010

 2011

 2012

 합계

전년 대비방식 

 5.5

 10.5

 13.3

 3.8

 0.4

 33.5

 기준년 대비방식 

 5.5

 12.4

 23.2

 24.6

 24.4

 90.2

* 국회예산정책처 2009

 


 

기준년 대비 25조원(GDP의 2.5%)내외로 매년 세수가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지난 두 정부 동안 거의 균형을 이뤘던 재정이 펑크날 수 밖에 없다(그림 참조).


금년에 정부가 예상하는 적자규모는 30조여원으로 금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세제개편안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는 작년 대비 13.3조원인데 적자규모는 오히려 20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지출을 바짝 죄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총지출(예산+기금)은 작년 301.8조원(추경예산 기준, 정부 발표는 본예산 기준인데 이건 눈속임이다)에서 금년 292.8조원으로 9조원 감소했다. 나머지는 세수를 증가시켜 메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항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먹구구요(금년에 명목으로 6.6%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할 거란다), 조삼모사(내년에 받을 세금을 미리 거둬 들인단다)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세출 9조원은 어디서 줄어들었을까?


줄어든 건 복지와 교육 예산이다


작년 추경예산과 대비해 볼 때 확연하게 줄어든 부문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다. 액수로 5.7조원, -27.4%이다.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는지 기획재정부는 친절하게 내역을 설명했다. 작년에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더해서 08년에 비해 무려 65%(8.2조원)을 늘렸는데 대부분 자금경색 완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긴급경영지원 자금의 증액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평균 2% 미만으로 늘어나던 액수를 갑자기 30배 이상 증가시켰으니 패닉 상태를 벗어난 지금 액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 수준도 여전히 08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다음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SOC, 즉 토목건설부문인데 액수로 25.5조원에서 25.1조원으로 4000억원(약 -1.6%)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 역시 참여정부 때 평균 2%남짓 늘어나던 예산을 작년에 무려 30% 이상 증가시킨 바 있다. 그리곤 위 분야와 달리 거의 감액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우리는 토목건설에 목매고 있는 것이다.


교육예산도 줄어들었다. 작년 추경예산 39.2조원에서 금년 38.3조원으로 9000억원(약 -2.3%) 감소했다. 교육예산은 참여정부나 이명박정부나 똑같이 매년 9% 내외로 증가했는데 금년에는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사교육비는 매년 10% 이상 뛰고 있는데 공교육비는 기는 정도를 넘어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금년 예산의 자랑은 복지분야이다. 금년 복지지출은 81.2조원으로 작년 본 예산(74.6조원)에 비해 6.6조원(8.9%) 증가했고 총지출 증가율의 세배에 가깝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Q&A의 두배가 훨씬 넘는 분량으로 이명박 정부의 “맞춤형 복지”를 계층별로 친절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복지천국이다. 그러나 추경예산(복지분야 80.4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복지예산은 8000억원(1.0%) 증가했을 뿐이다. 더구나 복지지출에는 자연증가분이 있다.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 복지 지출은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정부가 제아무리 줄이고 싶어 안달을 해도 결코 줄일 수 없다. 그 액수가 금년에 3조원이 넘는다. 또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건설 관련 융자금도 복지예산에 포함시켰는데 그 액수는 2.6조원이다. 조금 싸게 빌려 줬다고 해서 원금과 이자 차액을 모두 예산에 포함시킨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새로 책정한 예산이 실제로는 5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가짓 수는 늘었는데 거기에 쓰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화려한 홍보는 눈속임 아니면 언발에 오줌누기다.


이나마 정부의 뜻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모든 수치가 내년 실질 경제성장율 4%(명목으로 6.6%)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는 민간소비가 금년에 비해 3.6%나 늘어나고 설비투자 역시 두자릿 수 감소세에서 11.4% 증가로 급반전해야 한다(한은 2010년 경제전망). 금년 소비가 0.3% 증가를 달성한 것도 자동차 세제혜택 등 특수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과연 사람들이 이제 살만 하다며 내구재 소비를 늘릴까? 세계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기업인들은 갑자기 대대적 설비투자를 시작할까? 더구나 세계경제는 여전히 넘쳐나는 돈 밑에 도사린 폭탄들 위에 세워진 누각이고 우리 경제 역시 부동산 거품 위에 놓여 있다. 이번 날치기 사건을 부른 4대강 사업이란 강변을 개발하는 대규모 리조트 사업(보도자료에 정확히 “세계적인 수변공간 정비”, “수변공간 중심의 관광, 레저산업 활성화”라고 표현 돼 있다)으로 이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불러 온 주범이다. 제목이 틀렸다. 이번 예산은 강을 죽이고 우리 아이들도 죽일 것이다. 내가 틀리길 바란다.


덧글 : 그럼 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생각은 아예 접고 빚을 줄여야 한다. 솔선수범! 나는 집 팔아 빚을 없앴고 전세로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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