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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인간적인 고흐를 만나기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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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이 살아움직이는 영화라는 소개와
뛰어난 예술영화라는 리뷰에
혹해서 봤다.

 

정말로 처음부터 고흐풍의 그림이 움직이면서 시작하는데
그 노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움직이는 고흐 그림만이 아니라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쫓는 내용은
왠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강렬한 색체와 율동선이 특징인 고흐의 그림이 움직인다는 건
금방 눈의 피로를 가져왔다.
그리고
자극적인 이슈를 쫓지않는 차분한 대화와 이야기 진행방식은
피로한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유명한 고흐의 그림들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아서
졸음과의 사투를 벌였다.

 

고흐가 살았던 시절의 주변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고흐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그의 삶에 주목해나갔다.
유명한 인물들만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인물들에게도 동등하게 접근하며
좀 더 풍부하고 덜 각색된 고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렇게 진지하고 차분한 접근 속에서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왜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인간적 고뇌가 드러나면서
역설적으로 그의 예술이 더욱 별처럼 빛나게 만들었으며
영화가 끝날 때 들리는 ‘Vincent’라는 노래가 가슴에 살며시 스며들었다.
고흐의 이름을 빌어서 적당히 퉁쳐먹으려는 얄팍한 영화가 아니라
고흐에 대한 애정이 철철넘치는 그런 영화였다.

 

고흐에 대한 무수한 책이나 다큐나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질문이 있다.
고흐는 아주 비참하게 살다가 더욱 비참하게 죽었고
그의 그림은 그가 죽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제는 그의 그림이 어마어마하게 거래되는 지경에 이르러서 너도 나도 고흐를 칭송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 주변에 고흐가 살아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대할까?

 

빈털터리인데도 별다른 일을 하지도 않고
그림을 그린다고는 하지만 요상한 그림만 그리고
그것마저도 팔리지도 않고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들이 그의 그림을 높이 쳐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동료들과 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가족들과도 틀어져서 동생 하나가 돈을 대주는 것이 전부고
그나마 돈이 생기면 술과 창녀를 찾는데 써버리고
심한 우울증 때문에 감정기복은 엄청 심하고
자기 귀를 잘라서 창녀에게 건넬 정도로 엽기적인 일도 벌이는
그런 인물이 주위에 있다면 과연 어떻게 대할까?
우리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개망나니들이 널려있는데...

 

이중섭과 고흐를 열렬히 칭송하는
평화와 예술의 섬 제주에서
그 개망나니들은
오늘도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술에 쩔어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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