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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26회 - 성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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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스물 여섯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는 오늘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그냥 기분이 좋은 날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크리스마스특집으로 진행해보렵니다.
뭐, 특집이라고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그저 성탄절에 어울릴법한 얘기들을 조금 더 주절주절거려보는 거지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먼저 따뜻한 노래 한 곡 들어볼까요?
시와가 부릅니다.
‘크리스마스엔 거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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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마스 특집이라고 해놓고 이 무슨 해괴망측한 사진이냐고요? 푸~
오래간만에 제 얼굴을 성탄특집으로 공개해봤습니다. 헤헤


지난 주에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씨 가족들이 저희 집에 왔었습니다.
밭에 있는 채소들을 조금 나눠줬더니
피자가게에 가서 맛있는 피자도 먹고
후식으로 빙수집에 가서 겨울빙수도 먹었습니다.
이 사진은 빙수를 앞에 두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지요.


김동수씨를 지지하는 모임에 함께 하면서 10년만에 세상사람들과 어울려보고 있는데요
그 어울림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서 이런 표정이 나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김동수씨를 지지하는 모임에서 마련한 송년회 모습입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즐거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전어회, 자리회, 치킨, 순대, 시금치, 커피까지 각자가 준비해온 다양한 음식으로 큰 상이 차려졌습니다.
멀리 안산에서까지 손님이 오시기도 해서 너무 좋은 자리였습니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려 송년회라는 걸 해본 것도 10년만입니다.
그래서 더 기분좋고 행복한 자리였습니다.

 

Kil-Joo Lee님 : 오늘은 읽기도 힘든 글, 나도 편안하지는 않아 손내밀긴 힘들지만 함께 걷는건 가능한 우리입니다.

 

지난 방송에도 어김없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정성스런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글이어서 더욱 좋네요.
몇 년 동안 읽는 라디오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이렇게 매번 댓글이 달리는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아~ 너무 너무 행복한 연말입니다.

 

3


한때 공익광고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얘기가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광고를 무수히 들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뇌까려본 적이 있습니다.


“개좆같은 소리하고 있네. 남들은 다 그렇게 지나가는데 나는 왜 머물러않냐고! 씨발.”


아무리 욕을 퍼부어도 속은 시원하지 않고
아무리 욕을 반복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는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는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며칠 전에 이 시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위로하는 시가 아니더군요.
그 깊이가 예상 외로 깊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고통의 강을 건너 행복의 들판을 거닐고 있는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4


요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빵생활을 소재로한 드라마치고는 실제 감빵생활과 많이 닮아서
예전 생각이 소록소록 나더라고요.


예전에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적이 있었습니다.
밖에서 챙겨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안에서도 공안수라고 교도관들이 신경을 써줘서
감빵생활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소지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이 일 저 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조폭들이 가끔 갈구는 모습이 보여서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소지가 내 방에 올때면 가끔 빵 하나씩 건내며 격려를 했지요.
그 친구는 성격이 무뚝뚝해서 그런지 고맙다며 가볍게 목례만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재판 받으며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습니다.
감빵에서의 휴일은 운동도 면회도 없이 하루 종일 방에만 있어야 하기에
크리스마스라고 즐겁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한 평이 조금 넘는 독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소지가 제 방 앞으로 오더니 식구통으로 뭔가를 하나 집어넣고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가더라고요.
‘뭔지?’하며 가서 봤더니 과자 한 개를 넣어준 겁니다.
감빵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제과자였지요.
그걸 보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소지는 성탄절이라고 누군가에게서 비공식적으로 그 과자를 얻었을텐데
그 중에 하나를 조용히 내 방으로 집어넣어준거였습니다.
그 소지의 이름도 모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아봤던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그 과자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소지가 이감을 갈 때 내 방으로 와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꾸벅하고 갔었는데...


아이고, 오래간만에 그때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뜨거워지내요.
오늘 이 방송이 여러분에게 그런 ‘사제과자 하나’였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래야 성탄절이 아주 조금은 훈훈해지지 않겠습니까?

 

5


예전에도 성탄절을 맞이해서 방송에서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지만 성탄절이면 매번 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또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만약이 예수님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부활하시고
본인이 말씀하셨듯이 낮은 곳으로 임하셨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시겠지요.


부활하셔서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님은
이혼을 하고 지방을 전전하다가 술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것이고
극심한 트라우마로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고통받고 있을 것이고
자살에 실패한 후 약을 먹으며 자신을 달래고 있을 것이고
오랜기간 활동했던 지역을 떠나 병든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것이고
말기암으로 서서히 삶을 소진하고 있는 누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고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해 술과 담배에 의지하고 있을 것이고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겠지요.


고난의 길을 걷고 계신 예수님
그 고난이 우리의 고통과 함께여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통에 발버둥치고 있을 예수님
오늘은 세상 사람들이 당신이 태어나심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진심으로 생일 축하합니다.

 


(이종용의 ‘겨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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