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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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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원더’라는 미국영화를 봤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일본소설을 읽었는데
둘 다 꽤 좋았습니다.


‘원더’는 심한 안면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세상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그린 가족영화였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녀가 외톨이로 지내는 소년을 만나게 되며 겪게 되는 삶의 변화를 그린 연애소설이었습니다.
둘 다 조금은 통속적이고 뻔한 내용이었는데,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자유롭고 따뜻해서 겨울에 잘 어울렸던 영화와 소설이었습니다.


영화와 소설을 접하고 나서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을 돌아보니
이곳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추운 겨울입니다.
영화와 소설 속의 사람들은 너무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데
이곳은 몸과 마음이 굳어있는 추운 겨울입니다.
영화와 소설 속에서는 아픔과 죽음마저 아름다웠지만
이곳은 불안과 고통에 몸서리쳐지는 추운 겨울입니다.
그래서 영화와 소설이 더 따뜻하고 자유로웠겠지요.
그런 의미로 ‘원더’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저는 판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켰을 때 잠시 볼 수 있었을 그런 판타지


좋은 영화나 소설을 접하고나면 예술적 영감이 막 밀려듭니다.
나도 그런 판타지 영화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뭐, 못할 거야 없겠지만, 시나리오나 소설을 쓰는 건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 그건 잠시 뒤로 미루고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 판타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건 바로!
판타지 방송을 진행하는 거지요.
까짓거 뭐가 어렵다고 말이야.


자, 여러분!
읽는 라디오 ‘살자’ 스물 여덟 번째 방송은 판타지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저와 여러분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저 넓은 우주 속을 마음껏 돌아다녀보자고요.
판타지의 핵심은 순수한 마음과 믿음이라는 거 아십니까?
여러분의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다면 오늘 방송은 재미가 없겠지만
여러분의 마음이 그지없이 순수하다면 오늘 방송은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을 겁니다.
여러분, 판타지의 세계를 믿~씁니까? 푸~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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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가 모처럼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멀리 보이는 한라산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사랑이는 꿈 속에서 자유로운 세상을 뛰어다닐테고
한라산에서는 요정들이 겨울왕국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겠죠.
그리고 중간계에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들판과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숲으로 경계지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곳에서 신비로운 여행을 즐기시렵니까?
‘인셉션’처럼 사랑이의 꿈속으로 들어갈수도 있겠고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를 구하기 위해 한라산을 누빌수도 있고
‘반지의 제왕’처럼 중간계에서 흥미진지한 모험을 벌일수도 있고
사진 속 세상이 답답하다면 ‘인터스텔라’처럼 우주로 날아갈 수도 있겠지요.
그 어느 곳에서든 신나게 즐길 자신있으신가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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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사랑이의 꿈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혹시 사랑이가 화사한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잘못 짚으셨네요.
사랑이는 지금 바닷 속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물고기들이 사랑이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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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를 부른 사람은 인어공주랍니다.
인어공주는 뭍에 사는 어느 왕자를 사랑하고 있는데
사랑이에게 그 왕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하는 겁니다.
왜 하필 사랑이냐요?
사랑이가 그 왕자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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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는 왕자와 만나기 위해서는 유리구두를 신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유리구두를 신으려면 꼬리가 사라지고 사람의 발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백만송이 장미를 구해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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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따뜻한 바다에 살고 있는 열대어에게 백만송이 장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열대어들은 모든 바다 속을 누비며 열심히 장미를 찾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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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대어들이 찾아온 것은 알록달록한 불가사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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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불가사리를 들고 얼음 위에 사는 펭귄에게 찾아가 장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펭귄들은 불가사리로 딱지치기를 신나게 하고 나서 북극과 남극을 종횡무진 누비며 열심히 장미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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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펭귄들이 구해온 것은 수정처럼 빛나는 얼음조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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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얼음조각을 녹여 물통에 넣은 후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장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새들은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고는 열심히 하늘을 날아다니며 장미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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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들이 구해온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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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별들을 보자기에 써서 들판을 달리는 말들에게 장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말들은 별들을 아작아작 씹어먹고는 산과 들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장미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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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들이 구해온 것은 엄청나게 아름다운 방사능폐기물이었습니다.
크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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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력이 헛되이 사라지자 인어공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듭니다.
지옥문을 지키고 있는 악날한 악마를 찾아가서 거래를 시도합니다.
인어공주는 악마에게 방사능폐기물을 줄테니 장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방사능폐기물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있는 악마는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장미를 구해줄테니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달라고 말이죠.
왕자와의 사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인어공주는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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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쥐들에게 명령을 내려 장미를 구해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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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명령을 받은 쥐들은 악마의 정원에서 장미를 물고 왔습니다.
악마는 인어공주에게 장미를 건네주고는 아름다운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가져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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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어렵게 사람이 된 인어공주는 왕자님과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쫓겨나 말을 잊고 살았던 왕자님은
사랑스러운 인어공주님과 수화를 배워서 열심히 농사지으며 살았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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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입니다.
Weezer라는 미국 록밴드의 싱글앨범 사진이랍니다.
이 밴드의 음악은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주에서 그네를 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신날까?
무서울까?
외로울까?
행복할까?


아, 잠시만요.
여러분, 잠시만 귀를 기울여보실래요?
우주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저 소녀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같은데요.
쉿! 잠시만 조용해보세요.

 


나는 이 바다 위의 작은 집이랍니다.
세상의 물길을 따라가는 작고 충만한 이 집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이 집에는 사랑스러운 가족이 함께 한답니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연인도 제 곁에 있어요.
친구들도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현명한 분들과 영혼 깊은 얘기도 나누지요.
가끔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이 찾아와 상처를 감싸기도 합니다.


(그건 너의 환상이야, 너는 그저 외톨이일뿐)


알아요, 알아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는 이들과 행복을 나누고 있어요.

 


나는 이 들판 위의 작은 집이랍니다.
바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고 충만한 이 집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집안에는 귀여운 강아지 가족이 함께 살아요.
저 하늘 위의 잉꼬 한 쌍도 이 집의 식구예요.
올망졸망 꽃들이 피어난 화단엔 나비가 날아들고요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일궈서
닭과 염소에게 먹이도 준답니다.


(그건 너의 환상이야, 너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을 뿐)


알아요, 알아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는 노아의 방주가 부럽지 않아요.

 


나는 이 나무 위의 작은 집이랍니다.
해와 달의 기운으로 둘러싸인 작고 충만한 이 집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집안에는 제가 만든 가구들이 놓여있어요.
친구들이 보내 준 그림과 책들로 장식했죠.
가지에 매단 그네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계단으로 이어진 줄기 속에는 어릴 적 기억이 채워져 있어요.
이웃들을 위한 벤치도 저 아래 만들어놓았답니다.


(그건 너의 환상이야, 너는 지쳐서 쓰러져 있을 뿐)


알아요, 알아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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