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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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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쉰 여덟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송미숙님의 사연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똑똑한 사랑이에 맘을 꿰뚤어 보셨군요

 


지난 방송에서 사랑이와 저의 대화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송미숙님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사랑이의 맘을 꿰뚫어 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이랑 같이 지낸지 4년이 넘어가니까 서로 대화가 됩니다.
사랑이도 제 말을 알아듣고 저도 사랑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둘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산책하는 때입니다.
신나서 앞서가려는 사랑이와 속도를 조절하려는 저 사이의 실랑이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매일 둘이서 밀고당기고 하며 대화를 나누는 기분은 꽤 좋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 하나 소개할까요?
보통 산책을 나가면 30분 정도 돌아다니다가 들어오는데
돌아서야하는 지점에서 사랑이와 저의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반환점이 가까워지면 사랑이가 슬슬 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그만 가자”라며 살짝 줄을 당기면
사랑이는 더 가고 싶어서 힘으로 버티려고 합니다.
그렇게 잠깐 실랑이를 벌이다가 사랑이가 돌아서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앉아서 몸을 핥습니다.
괜히 그러면서 시간을 끌어보지만 제가 단호하게 나오면 포기하고 돌아서지요.
가끔 제가 마음이 약해서 “알아서 조금만 더 가자”그러면 금새 일어나서 앞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옵니다.


며칠 전에도 사랑이와 이런 실랑이를 벌이는데 사랑이가 새로운 전략을 쓰더군요.
갑자기 코를 땅에 갖다대고는 냄새를 맡는 척 하는 겁니다.
코는 땅을 향하는데 눈은 저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겁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가끔 사랑이를 산책시켜주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사랑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산책을 좀 더 자주 시켜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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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예맨분들에게 겨울옷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별 기대없이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올린 글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많은 분들이 옷들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제가 아는 분들이 보내주시더니
이제는 제가 모르는 분들도 보내주시더군요.
서울에서, 울산에서, 부산에서 택배가 아직도 오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는 이곳에
누군가 찾아온다는 게 기분좋은 일인데
이렇게 선물까지 전해지는 방문이라면 너무 좋지요.


이 옷을 전해받으신 분은
“예맨 친구들이 서울로 간다고 해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서울에 가면 추우니까 따뜻한 옷이라도 전할 수 있게 됐다”며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덕분에 저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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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맨 아이들도 브로치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몇 개를 주문했더니 얼마 전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브로치가 작고 앙증맞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브로치는 조카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인데요
이걸 받아들고 기뻐할 조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또 기분이 좋아지네요.


출도제한이 해제되면서 많은 예맨인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곳을 떠난 이후의 삶이라는 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절망의 낭터러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안도의 삶이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저에게 안겨준 이 행복했던 에너지들이 다시 그분들에게 돌아가길 빌어봅니다.

 



(Hilary Stagg의 ‘Prelude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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