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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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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안으로 불리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쓴 책을 읽었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활동방식이 궁금했었는데 날것 그대로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급진적이고 열정적인 그들의 행동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한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무겁고 답답해지더군요.
남성들의 무기를 그대로 그들의 목전에 들이대는 미러링이라는 방식은 다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소수의 선도투쟁이 자칫 대중과 멀어지는 순간 모험주의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남자인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용어들이 그들만의 격리된 세계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니는데
“제발 평가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말고 그냥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한마디에
머리 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그들의 얘기를 듣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책을 다 읽었더니
왜 그들이 그렇게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지가 이해가 됐고
그들의 선도투쟁이 이 사회의 지평을 얼마나 넓혀 놓았는지를 알게 됐고
그들의 열정과 창의력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자행하면서 도망가기를 반복했던 제가
급진적 페미니스트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한다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의 얘기를 듣고 느낀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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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해가 지지않은 초저녁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해가 너무 느긋해서 달에게 자리를 비워주지 못한건지
달이 너무 조급해서 해가 일을 마치기도 전에 나와버린건지
아니면 해와 달이 서로 할 얘기가 있어서 만나자고 한건지 모르겠지만
해와 달이 한 하늘에 같이 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니
홀로 하늘에 떠 있는 해가 외로워서 달을 초대했을 수도 있고
어두운 밤을 지키는 게 적적한 달이 밝은 곳으로 마실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달 받치고 있는듯한 저 구름은 왜 그런걸까?
여러분이 의미를 부여해보시겠습니까?

 


(두번째 달의 ‘서쪽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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