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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97회


1


더위의 기세가 꺾였다는 걸 확연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입추도 지났고 말복도 지났으니 시기적으로도 그럴 때이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는 더없이 반갑기만 합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일을 하는 것도 훨씬 여유로워졌습니다.
할 일은 여전히 밀려있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새롭게 해야될 일들이 생기고 있지만
헉헉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낮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입니다.
일이 조금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더위를 견뎌야하는 건 여전하고
밀려있는 일들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마찬가집니다.


이럴 때 마음이 계절의 변화보다 더 앞서가곤 하지요.
빨리 여름을 정리하고 가을을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내 몸을 졸라대지만
그럴수록 내 몸과 마음만 힘들어지는 법이니
마음에게 한마디 가볍게 내뱉습니다.


“야, 천천히! 여름을 끝내려면 할 일들이 있거든. 그러니까 서두르지마.”


부모님과 동생들이 와서 일손을 도와줬습니다.
감귤나무에 비료를 주고 구석에 있는 잡초도 뽑았습니다.
잘 익은 참깨도 베어서 널어놓았습니다.
이래야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참깨를 수확하는 사진과 그에 대한 얘기는 해마다 이맘때면 이 방송에 등장합니다.
거의 비슷한 사진에 비슷한 얘기를 하죠.
‘참깨를 수확하는 건 여름이 끝나간다는 표시다’ 이런 얘기를...
얼마전 방송에서 했던 풍요로운 여름에 대한 얘기도 해마다 반복되는 얘기죠.
비슷한 얘기를 비슷한 시기가 되면 반복하는 건 좀 그런가요?


혼자서 주절주절거리는 방송을 몇 년째 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됩니다.
촌에서 개 한 마리랑 단둘이 살다보면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시골생활이 원래 그렇기도 하고, 제가 살아가는 조건이 더더욱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니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얘기를 주절거리는 방송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죠.


‘이런 걸 왜할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기는 하지만 저는 재미있기 때문에 그냥 계속 진행합니다.
‘이런 걸 보는 사람이 있기는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하지만 아주 가끔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이 있기에 나름 즐겁습니다.
‘너무 성의없이 했던 얘기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해봤지만 저는 나름대로 고민해서 내놓는 방송이라 자부하기에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다만 제 귀가 무감각해지는 걸 잠시 경계해봅니다.
매해 반복되는 일상의 자잘한 얘기들에 익숙해지다보니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일에서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닌지
내 마음이 하고싶어하는 얘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그런걸 잠시 고민해봤습니다.

 


(시와의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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