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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진보야!

요즘 뉴스를 보면 너무 화가 난다.
조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꼬라지를 보면 기도 안찬다.

 

사람들이 조국에 대해서 거부반응을 보이는건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에 있었다.
개혁과 진보를 소리높여 외치던 자가 강남부유층들이 하던 짓을 그대로 했기 때문에 열받은거다.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들도 결국 마찬가지였다는 걸 확인한거다.
3년전 우리가 들었던 촛불이 황당하게 배신당했기 때문에 화가난거다.

 

그런데 이걸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로 만들어서 조국구하기에 올인해버렸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각종 검색어 시리즈를 보면서 홍위병들의 구호제창이 연상됐다.
이성을 상실한 이들은 그렇게 맹목적으로 달려들었고 그런 진영논리 속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도 조국구하기 아니면 한국당까지로 열을 올렸다.
웃기지도 않더라.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되야 검찰개혁이 이뤄진다고?
이미 관련법안은 국회에서 페스트트랙을 타고 있고 나중에 표결로 결판이 날 상황인데 법무부장관이 그걸 어떻게 처리한다는걸까?
검찰 조져서 군기잡으면 되는걸까? 아니면 국회선진화법으로 고발된 야당 국회의원들 작살내버리면 되는걸까? 아니면 내년 총선때까지 검찰개혁문제를 계속 몰고가서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면 되는걸까?
도대체 일개 장관이 이걸 어떻게 해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설사 검찰개혁이 이뤄졌다고치자. 그러면 우리의 삶이 달라질까?
공수처가 만들어지고 검경수사권이 조정되면 이 사회의 민주화가 질적 발전을 이룬다는건가? 아니면 권력이 투명해지고 공정해져서 세상이 아주 맑고 깨끗해질까? 더나아가서 세대와 계급과 성별간의 갈등과 대립이 좁혀지면서 좀더 포용적이고 성찰적인 세상으로 변하는걸까?
유감스럽게도 고속도로 수납원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을 대하는 집권세력들의 태도를 보면 그런 기대는 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것도 그들만의 파워게임일뿐 우리의 삶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거다.

 

내가 10여년 동안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치면서 깨달았던 것 중의 하나가 있다.
진보는 대중을 현혹하는 사기꾼들의 논리라는 것이다.
말로는 민중의 주체성이나 대중의 자발성이니 하면서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대중을 대리해서 지식인과 정치인들에게 줄세우기하려는 거다.
이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로 할 말이 많지만 그냥 ‘조국을 보면 안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 와중에 정의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조국문제가 불거지자 시종일관 눈치보기만 하던 그들은 장관임명이 강행되자 슬그머니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것도 당당하게 찬성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임명권자의 뜻을 존중한다’나 뭐라나 하며 계면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더라.
결국 정의당도 대중의 분노와 시대의 정의보다는 국회의원 자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거다.
하긴 이 자들도 진보를 외치며 대중에게 사기치는건 마찬가지니까 이러겠지만.

 

metoo운동을 보면서 이 사회의 추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봤고, 그 열기를 잠재우는 지배세력의 모습을 보며 이 사회의 공고함을 확인했지만, 이미 균열이 생긴 지점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마찬가지다.
조국논란을 보면서 진보의 추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봤고, 그 분노를 왜곡해버리는 지배세력의 모습을 보며 이 사회의 공고함을 확인했지만, 이미 균열이 생긴 지점에서는 고름이 계속 흘러나오게 되어있다.
잘가라, 진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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