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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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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월보월님 : 무사하신지...

 

곰탱이님 : 분주하지만 여유가 있는 모습이 가을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 속에 잘 담으셨네요.^^ 고맙습니다.^^

 


오늘 방송은 지난 방송에 대한 두 분의 댓글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태풍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렸더니 보월보월님이 무사하냐고 걱정을 해주셨고
곰탱이님은 가을날의 풍경에 대한 소감을 적어주셨습니다.
한 방송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생각나는대로 늘어놓았는데
그 얘기들에 대해 서로 다른 터치가 전해지니 이 또한 좋네요. 하하하


얼마전부터 방송에 여러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발길 하나하나가 너무 반갑고 기분좋아서 방송 분위기가 업되고 있는거 느껴지시나요?
사실 너무 오버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생각없이 오버하다가 소중한 기운이 날아가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피드백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 얘기에 대해 공감해주고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있는데
나는 그들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올 가을에는 세상의 소리를 향해 좀더 민감하게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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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나무 가지묶어주기를 끝냈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지를 묶은 가느라란 줄이 무수히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달 동안 열심히 묶었습니다.
가지를 묶으면서 여름을 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렇게 큰 일을 마치고나면 아주 개운해집니다.


봄에는 유인과 전정으로 바쁘고
여름에는 가지묶기로 바쁩니다.
중간중간 병충해방제도 게을리하면 안되죠.
이렇게 바쁘게 보내고나서 가을을 맞이하면 한숨 돌리게 됩니다.
가을에도 병충해방제를 신경써야 하고
겨울에는 냉해예방에 신경써야하지만
일일이 나뭇가지를 다루면서 할 일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여유롭게 나무와 대화하듯이 살펴보면 됩니다.
주변에 밀려있던 자잘한 일들도 쉬엄쉬엄 처리하면 되고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을 마음껏 즐겨도 됩니다.
그런데 막상 가을을 즐기려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헤헤
뭐, 사랑이랑 산책을 더 많이 나가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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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 후 사랑이와 산책을 다녀오고 나서
침대에 누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사랑이가 슬며시 다가와서 고개를 내밉니다.
그러면 누운상태 그대로 손을 뻗어서 사랑이를 살살 쓰다듬어줍니다.
스킨쉽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랑이를 쓰다듬으면서 채온을 느끼다보면
세상이 너무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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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 관련한 자리가 있어서
오래간만에 세상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찾았습니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편안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김동수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힘겨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고
마음을 담은 작은 공연도 즐겼습니다.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5년째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웃고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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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씨 답지않게 기온은 높고 잔득 흐린 날이었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좋더군요.
9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에 가을의 정취와 사람의 온기를 원없이 즐길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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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맛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중산간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차도 마셨습니다.
카페에서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감상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폐암검진을 위해 서울에 다녀온 아버지는 표정이 밝아지셨습니다.
검진결과 암세포가 이곳저곳으로 전이가 되어버려서 상황은 심각했지만
아버지에게는 전이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의사가 마음을 안심할 수 있도록 얘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차를 마시면서 그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아들 : 아는 의사가 있어서 불어봤는데 아버지 나이도 있고 그래서 완치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고 그냥 만성질환을 갖고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
아버지 : 나도 이게 나을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앞으로 2~3년 살수 있으면 다행이겠지.
큰딸 : 아직 환실한건 모르느까 일단 의사가 얘기하는대로만 하자. 의사 얘기 듣고 아버지가 하고싶은대로 결정을 하면 우리는 그대로 따르겠다.
둘째딸 :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아버지가 제일 힘들거다. 마음 편히 가졌으면좋겠다.


이런 얘기를 편하게 나누고나서 재래시장에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동생과 또다시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동생 : 아버지 표정이 좋으셔서 기분좋다. 나오길 잘했다.
나 : 이렇게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여가보자.
동생 : 폐암이라는게 순식간에 번져버리는거라고 하더라. 아버지는 2~3년을 생각하시는데 그보다 시간이 더 빨리 와버리면 어쩌나 하는게 걱정이다.
나 : 나도 잘 모르니까 뭐라 얘기하기 그렇긴한데, 주위에서 폐암에 대해 들어본 얘기로는 다른 암환자에 비해서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고는 하니 그렇게 희망을 가져봐야지.
동생 : 내년에 감귤 수확할 때 풍성하게 수확해서 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나 : 내년에 감귤 수확하고나서 아버지 생일이 있으니까 그때 잔치나 한번 크게 하자. 팔순잔치 몇 년 앞당겨서 한다고 생각해서 자리 마련해보자. 그게 마지막 생일이 되더라고 후회없는 자리를 만들어보자.

 
그런 대화를 하며 집으로 왔더니 사랑이가 역시나 반겨줍니다.
음식점에서 싸온 뼈다귀를 사랑이 밥그릇에 넣어줬더니 기뻐서 펄쩍펄쩍 날뛰었습니다.
그런 사랑이 모습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모처럼 가족들끼리 편한하게 가을나들이를 즐긴 일요일 오후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요조의 ‘내가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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