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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막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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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두 노인이 한집에서 살아간다.
둘다 등이 심하게 굽었는데 둘이서 집안일과 밭일을 함께 하며 살아간다.
조금 어려보이는 노인은 조금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가지만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은 어려보이는 노인을 매정하게 대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눈은 그를 주시한다.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은 홍역과 태풍으로 어린 두 아들을 차례로 잃었다.
그래서 남편은 아들을 얻기 위해 당시 스물넷이던 처녀를 씨받이로 들였다.
씨받이로 들어온 여인은 아들을 낳으면 돌아가는게 보통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이들어보이는 노인에 의하면 “나가 마음이 그래서 그냥 데리고 살았다”고 한다.
씨받이로 들어온 어려보이는 노인은 국민학교 4학년까지 다녔다고 하지만 지적장애가 있었다.
자식들도 다 객지에 나가살고 영감도 죽어서 두 노인만이 서로를 의지하면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 50년에 이른다.

 

등이 굽은 노인 두명이 서로 도와가며 밭도 갈고
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챙겨주고
누가 아프면 몸도 주물러준다.
50년 동안 어떤 풍파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늙어 힘겹고 외로운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잔잔하게 마음으로 스며드는지..

 

막이 할머니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이 걱정이다.
자기가 죽으면 춘희가 혼자 남겨지기 때문이다.
세상물정 알면서 살아가라고 돈에 대한 공부를 시켜보지만
춘희 할머니는 공부하는게 싫다.
또한 막이 할머니는 한푼두푼 적금을 꼬박꼬박 들어두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 춘희를 양로원에라도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경건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카메라는 가까운 거리에서 두 노인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노인들의 삶 속으로 개입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한다.
그러면서도 두 노인의 숨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매정한듯하면서도 춘희 할머니에게서 눈을 때지않는 막이 할머니처럼
카메라도 냉정한듯 하면서도 두 노인의 온기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작위적으로 다루는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냉정함과 온기를 동시에 느끼면서 두 노인의 삶을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다큐였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은 그렇게 따뜻하고 안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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