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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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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백열두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직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환절기라서 비도 드문드문 내려주고, 추운 날씨와 따뜻한 날씨가 번갈아가면 교대를 해주고 있어서 조금은 버라이어티하게 겨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겨울이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나요?
여름과 달리 겨울은 살고있는 곳에 따라 풍경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방송은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의 겨울풍경에 대한 얘기를 음악과 곁들여서 해보려고 합니다.
‘음악이 있는 겨울풍경’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좀 멋있어 보일까요?
아님, 너무 올드하고 유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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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겨울은 노랗게 익은 감귤로 상징이 됩니다.
춥고 삭막한 겨울에 녹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곳은 사랑이랑 산책하는 길에 있는 감귤밭인데요
일년 동안 열심히 키워온 결과를 바라보는 마음을 아주 상쾌합니다.
보통 농촌의 겨울은 농한기라고 하지만 이곳의 겨울은 잘 익은 감귤을 수확하느라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도 조금 여유로워지는 때죠.
제가 재배하는 귤은 봄에 수확하는 것이라서 이 겨울이 농한기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바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을 지켜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새콤달콤한 귤과 어울릴만한 노래로 뭐가있을까 하며 선곡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 오버해서 해피한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제이레빗이 부른 ‘Happy Things’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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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겨울채소가 주된 수입원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주변 밭들에서 자라는 다양한 작물들이 가득합니다.
취나물, 쪽파, 브로콜리, 콜라비, 양파, 무, 양배추, 비트, 적채, 배추, 마늘 등등
여름동안 모종을 키워서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에 열심히 심어놓으면
이맘 때 한창 자라게 됩니다.
수확을 하려면 조금 더 자라야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실컷 볼수 있습니다.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곳의 겨울은 성장과 풍요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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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이 노랗게 익고 각종 채소가 풍요롭게 자라있어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길가의 풀들은 가느다란 가지만 남겨놓았고 푸르던 나무도 골격만 자랑할 뿐입니다.
겨울이면 흔히 떠오르는 스산한 모습이지만
주변이 풍요롭고 활기차서 그런지 이 모습마저도 여유로워 보입니다.
여름에 사랑이랑 산책을 할때면 저 나무 아래 그늘에서 잠시 쉬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나무가 무거운 짐들을 다 떨어트려놓고 내년을 위해 잠시 쉬고 있네요.
주변은 풍요롭고 분주한데 짐을 내려놓고 오롯이 쉬고 있는 저 나무를 위해 노래 하나 들려주고 싶어졌습니다.
나무의 취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라면 거부반응은 없지 않을까해서 골라봤습니다.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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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쉬고 있는 팽나무를 위해 노래 한곡을 들려주고
몇 걸음을 옮겼더니
저 멀리 서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가지도 잎사귀도 많지는 않지만
혼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
주위에 어울릴 벗들이 없어서 외로워보이고
잎사귀를 떨구어 휴식을 취할수 없어서 고달퍼도 보이는데
그런 눈으로 보든말든 도도하게 서있더군요.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 소나무의 꼿꼿한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서
소나무를 위해서도 한 곡을 더 골라봤습니다.



(정목스님의 ‘자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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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나무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도 하고
각종 채소들과 어울려 풍요로움을 만깍하기도 하고
나무들에게 노래도 들려주고하면서
동네주변을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팽나무 밑 쉼터에 닿았습니다.
나뭇잎들이 다소곳하게 한쪽구석에 보여있는 그곳에
누군가 앉아서 귤을 까먹다가 남겨두고간 모양입니다.
탱글탱글해 보이는 귤이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들었지만
선듯 주워먹기에는 좀 그렇더군요.
햇살도 따뜻하고해서 발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랑이도 이곳에서 쉬는 걸 좋아해서 둘이 겨울의 햇살을 즐겼지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사랑이를 살살 쓰다듬고 있으려니
코에서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그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이 있는 겨울풍경’ 마치겠습니다.
같이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영애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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