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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너무 순수해서 내가 부끄러워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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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의 소녀가 어느날 갑자기 날씨가 맑다는 이유로 집을 나선다.

외출이나 가출이 아니라 출가다.

마녀는 열세살이 되면 독립을 하는 거란다.

엄마 아빠는 갑작스러운 딸의 결정에 아쉬워하면서도 흔쾌히 딸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소녀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간단한 짐가방을 들고 빗자루를 탄 채 세상 속으로 날아간다.

초반부터 어설픈 서설없이 자유롭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후에도 시원하게 이어졌다.

 

 

바다가 보이는 어느 도시에 도착한 마녀는 그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 그곳에 정착하기로 했다.

하늘을 나는 마녀를 본 사람들은 신기해하기는 했지만 두려워하거나 숭배하거나 그런 거 없이 그냥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마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또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저마다 하나씩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식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는 거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야했던 마녀는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재주라고는 하늘을 하는 것 밖에 없는 소녀가 일자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낯선 도시를 헤매다가 우연히 어느 빵집 주인을 만나게 되고 너무도 마음씨 고운 주인은 소녀를 위해 잠자리를 제공한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재주를 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소녀는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생각해내고 빵집에서 일을 도우면서 배달업을 시작하게 된다.

마녀에게 배달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너그럽고 속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사람도 아주 자유롭고 속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마녀를 좋아하게 된 소년도 아주 순수하고 이해심이 많은 아이였다.

누구하나 이기적이거나 마음씨 고약한 사람이 없이 모두가 착한 사람들뿐이었다.

 

 

차별 없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너그럽게 사람들을 대하는 천사들의 세상에서는

고양이와 새와 개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았다.

살아가다보면 이런저런 갈등들도 생기지만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천사들의 세상이 너무 포근하고 자유로워서 보는 내내 가슴이 환해졌다.

 

 

모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영화를 보고나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너그러울까?”

“마음 속에 순수함이 남아있기는 한거야?”

“세상의 모든 생명들과 어느만큼 교감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어린 마녀와 나를 비교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더니 많이 부끄러워졌다.

그랬더니 마녀 배달부 키키가 한마디 하더라.

“아저씨,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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