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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42회

 

 

 

1

 

 

 

행복해보이시는 진행자님 사진 잘 봤습니다. 좀 늦었지만, 읽는 라디오 141회 방송을 진심으로 경축합니다. 짝짝짝~~~

 

 

- 건강연구소 일동 -

 

 

 

 

ps. 제비, 사랑이 개한테도 안부전해주세요. 저희 학교엔 제비집이 두어채 있는데 제비가 다주택자인지 도망갔는지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둥이가 시커멓고 털이 누렇고 발이 두툼한 개가 그냥 좋습니다. 어려서 동네 형,언니들 학교가면 함께 놀던 제 동무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겼었거든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풍산개 같은 그런 개 한마리 키우는 겁니다. 사랑이는 입이 시커멓지는 않네요? ^^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입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 지난 방송에 득명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와~ 매번 사연을 보내주시던 분이 아니라 새로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어, 기분이 좋습니다.

성민이가 그러는데 득명님도 가끔 사연을 보내주신다고 했습니다.

가끔이라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 입이 시커먼 개가 좋다고 했는데

그리고 어, 풍산개를 키우고 싶다고도 했는데

어... 저는 그렇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 개를 좋아한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득명님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겁니다.

 

 

저는 요즘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해서 싫습니다.

앞으로 더 더워진다고 하니까 더 싫습니다.

하지만 음... 개를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좋습니다.

앞으로 방송하면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이어서 성민이가 진행하겠습니다.

 

 

최근 두 사람의 죽음이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젊은 운동선수의 죽음과 서울시장의 죽음이었죠.

 

 

젊은 운동선수의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분노하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렇게 분노하고 목소리를 높인 분 중에는 전직 문체부장관이었던 도종환씨도 있었죠.

누워서 자기얼굴에 가래침을 뱉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더군요.

한때 그의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창피해지더군요.

 

 

서울시장의 죽음 앞에서는 이견도 갈리고 말도 갈팡질팡 하더군요.

‘상중에는 예의를 지켜라’부터 ‘채홍사’까지 말들이 참 화려했습니다.

말을 하기에 딱 좋은 먹잇감이었기에 모두들 입이 근질근질해서 그랬겠죠.

그 말들 속에 피해자는 사라지고 정체모를 유령만 떠도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더군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10년을 보내고 나서 일부에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찰의 목소리는 금세 사그라들었고 보수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만 높아졌죠.

그렇게 다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고

얼마 후부터

안희정이 나오고

조국이 나오고

노회찬이 나오고

오거돈이 나오고

박원순이 나왔습니다.

 

 

곳곳에서 썩어문드러져서 고름이 나오고 있는데

성찰할 줄 모르는 진보는

교묘한 화술로 이걸 진영싸움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면서

안에서는 계속 썩어 들어가고 있는 거죠.

지금은 이게 창피한 줄이라도 알아서 자살이라도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과거 수구세력들이 그랬듯이 뻔뻔해지겠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는데

최근 모습들을 보면서 입이 근질근질해서 말을 끄집어내기는 했는데

내 자신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다가

더 길게 지껄여봐야 오물에 오물을 더하는 꼴이어서

고상한 분들의 글귀를 옮기면서 이만 줄여봅니다.

 

 

 

 

아름다움은 피부 한 꺼풀에 불과하지만 추함은 뼛속까지 파고든다.

- 도로시 파커

 

 

 

 

 

성찰 省察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켜 아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혹시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3

 

 

사무실에 들어서면 젊고 예쁜 여성비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합니다.

누군가에게 걸려오는 전화도 상냥한 목소리로 연결해줍니다.

손님이 오면 자상하게 안쪽으로 안내를 하고 곧 차를 타서 들고 옵니다.

살짝 타이트한 유니폼으로 몸의 볼륨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라도 있으면 애교 섞인 말투로 피로를 누그러트려 줍니다.

공식 일과 후 편안한 자리에서 짓궃은 농담을 해도 쿨하게 받아들입니다.

 

 

내가 만일 이런 환경에서 몇 년 동안을 지내게 된다면 박원순을 뛰어넘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처음에는 내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여성관을 문제제기하기도 하겠지만 주위에서 적당히 둘러대면서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마지못한 듯이 받아들이겠죠.

비서실 내부의 그런 문제보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큰 사업들이 많기에 이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넘어가기도 할 겁니다.

그렇게 내부와 외부가 분리되고 은폐된 내부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겠죠.

 

 

제 경험상 이런 게 엘리트층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민중들 속에서도 거칠고 투박한 형태로 종종 나타나곤 합니다.

저희 비닐하우스 공사를 위해 세 분이 일을 하러 오셨는데 중간에 잠시 쉬면서 하는 얘기가 이랬습니다.

 

 

a : 요즘 여자들 잘못 건들면 무서워. 얼마 전에 차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상대가 여자인 거라. 그냥 적당히 보험 처리해서 해결하려고 하다가 옥신각신 하게 됐는데 이 여자가 열 받으니까 옷을 확 벗어버리더라고. 와~ 미치겠데...

b : 왜? 보기 좋았겠네.

a: 에이, 젊은 여자라면 볼거라도 있지...

c : 못생긴 게 그러면 눈만 버려.

b : 하긴 그러네. 킬킬킬

 

 

저 위의 높으신 분이든 이 아래 허접한 놈이든 생각이 막힘없이 통한다면 이 사회는 공정한 사회겠죠?

그 공정함은 혼자만 있을 때도 유지됩니다.

 

 

쭉쭉빵빵들이 활개치는 세상으로 우리는 아주 쉽게 접속할 수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수준에 맞게 충분하면 충분한 수준에 맞게 아주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죠.

소라넷이나 텔레그램 n번방이 아니더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죠.

이런 게 10대나 20대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혹시 있나요?

대한민국은 IT강국이에요, 그리고 성산업이 아주 활발한 마초사회이고요.

 

 

이런 사회에서 수십년을 살아왔던 저는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이 방송을 자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반복하며 살아왔습니다.

단지 제가 범했던 일들이 공론화되지 않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죠.

장담컨대 제가 저질렀던 일들이 박원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박원순은 죽었고 죽어서도 생난리가 나고 있는데

저는 지금 이렇게 입에 거품을 물면서 그 난리통에 한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음...

이렇게 하면 세상이 조금 나아지는 건가요?

아니면 이렇게 고백하면 성찰이 되는 걸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입이 근질근질해서 이렇게 뱉어내고 말았네요.

 

 

 

 

(Mot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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