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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46회

 

여느 때처럼 살아가는 얘기를 중심으로 방송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랑이와 같이 살아가는 얘기죠.

언제부턴가 이 얘기 속에 저의 행복한 감정이 녹아들어서 목가적 아름다움으로 채색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런 톤의 얘기를 주절주절 풀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원고를 써놓고 tv를 보는데 뉴스에서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계속 들리더군요.

물난리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의 얘기를 침대에 누워서 듣고 있었습니다.

말을 이어가다가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답답함을 한숨으로 내쉬는데 그 무게감이 살며시 전해지더군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수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 이 방송을 보게 된다면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써놓은 원고를 모두 지우고

이렇게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한 사람의 손이 절실한 그곳으로 달려가지도 않고

이런저런 형태로 진행되는 모금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랬더니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성민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그래서 뭐 어쩌자고?”

그 성민이에게 역시 별로 할 말이 없어서 옹색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그렇다고.”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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