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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48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 몇 번째 방송을 하겠습니다.

어... 제가 숫자를 읽는 게 어려워서

어... 성민이가 그냥 백 몇 번째라고 해도 된다고 해서

어...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아! 저는 사랑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지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어... 아직도 덥지만 어... 잘 지냈습니다.

여러분도 어... 아직도 더워도 어... 잘 지내세요.

에고 에고, 초반부터 말이 꼬여버렸습니다.

지난 번에 혼자 방송을 진행해서 이제는 잘 하려고 했는데

음... 긴장을 하면 이렇게 됩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곰탱이님이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랑씨, 잘 지내셨어요? 사랑씨 사진을 보니 늠름하고 씩씩해 보여서 참 보기 좋아요.^^ 사랑씨 덕분에 하늘에 올라가 구름도 타보고, 바다 구경도 하고 눈 구경도 하고..^^ 여름과 겨울을 왔다갔다 하니 참 시원해진 느낌이네요.^^ 참, 태풍이 와서 바람이랑 비가 장난 아니게 왔다는데.. 괜찮으신지요? 가을이 오면 하늘 구경 한번 더시켜주세요, 사랑씨!^^

 

 

 

 

곰탱이님이 제 사진을 보고 느름하고 씩씩하다고 해줬습니다.

와~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름하고 씩씩하다는 얘기를 처음 들어봐서

어... 조금 기분이 이상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 저랑 같이 여기저기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해줬습니다.

그래서 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어... 태풍은 음... 지나갔습니다.

태풍이 올 때 밤에 천둥이 쳐서 조금 무서웠지만 성민이가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성민이랑 같이 있으니까 무섭지 않았습니다.

옛날에 완전 무서운 태풍이 와서 창고가 부서진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괜찮았습니다.

이제는 태풍이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곰탱이님은 태풍이 무섭습니까?

태풍이 무서우면 제 꼬리를 잡으세요.

그러면 안 무서울 겁니다.

그리고 음... 가을이 오면 또 놀라가기로 약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이어서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8월말이 됐는데도 폭염과 열대야는 기세가 여전합니다.

슬슬 여름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성했던 참외와 수박넝쿨을 정리했습니다.

조만간 쪽파와 마늘을 심어야하기에 씨도 다듬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갑자기 태풍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에 서둘러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매일 일기예보를 보면서 분주하게 정리를 하는데 마음만 앞서더군요.

하필 이때 감귤나무에 병충해가 생겨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태풍이 오기 전에 서둘러 약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준비를 다 마쳤는데

새벽에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약 치는 걸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역대급으로 강력한 태풍이 되겠다는 소식에 긴장하면서 대비를 마쳤습니다.

새벽부터 긴장감 속에 날씨를 살피며 하루 종일 태풍을 견뎠습니다.

태풍 때문에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사랑이를 위로하면서 제 마음도 달래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긴장하느라 마음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태풍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난 후 주변을 재정리하고 해야 될 일들을 점검했습니다.

감귤나무 방제가 급한데 일기예보는 계속 비소식이 있더군요.

오전에 잠시 비소식이 없는 틈을 타서 급하게 약을 뿌렸습니다.

말리려고 널어놓은 고추들이 다 마르지 않았는데 새로 익은 고추들도 수확해서 자리를 마련해야했습니다.

여름작물들을 정리한 자리에 겨울작물을 심어야하기에 밭을 갈려고 경운기를 작동하는데 고장이 났습니다.

경운기를 고치려고 농기계수리센터에 연락했더니 사람이 없어서 출장을 나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경운기를 고치고 났더니 날씨가 더워서 집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여름을 마무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려면 이래저래 해야 될 일들은 많은데

날씨는 아직도 덥고 비 소식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 와중에 또 다른 태풍 소식이 들려와서 신경이 쓰이네요.

해야 될 일이 많을수록 혼자 앞서가는 마음을 잘 달래야 합니다.

막 앞서 가려다가도 냄새를 맡을 때는 원 없이 멈춰있는 사랑이와의 산책처럼 마음과도 밀당을 해야 하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요란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3

 

 

중년남성들의 대표곡 중의 하나인 ‘낭만에 대하여’를 듣다보면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가사가 이렇습니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40~50대 남성들이 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70~80대 노인들이 이 모습을 보면

“아이고, 한참 젊은 것들이... 쯔쯔쯔” 할지도 모릅니다.

 

 

시와가 부른 ‘화양연화’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제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이 노래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나이에서

자신의 젊음이 지나가고 있음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것인데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왠지 애늙은이 같은 처량함만 느껴집니다.

 

 

현재의 삶이 만만치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지나간 것에 연연하다보면

지금의 내 젊음을 놓쳐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생각의 여름이 부른 ‘다섯 여름이 지나고’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지금보다 아름다울까

어떤 색으로 짙어질까

푸러질까 붉어질까 창백해질까

환해질까 그늘이 질까 흐릿해질까

 

 

 

 

귀농하고 다섯 번째 여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나는 어떤 색으로 짙어졌을까...

5년 전이 워낙 깊은 수렁이라 어떤 색이든 밝아 보이겠죠.

이제 다시 다섯 여름이 지나면 나는 지금보다 아름다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의 여름’의 ‘다섯 여름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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