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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61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예순한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화사한 햇살의 온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이 계속 되다가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나서

갑자기 겨울로 접어들어 버렸습니다.

쌀쌀한 날씨가 이맘 때 적당한 날씨이기는 한데도

갑자기 훅 들어온 한기가 조금 야속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와중에 코로나는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죠.

이곳에서도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하필 이럴 때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움츠러드는 몸만큼이나 마음도 들쑥날쑥 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몸과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보려 합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여러분도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다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긴장을 풀어보시겠습니까?

 

 

첫곡은 블루스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음악으로 블루스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블루스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편안하게 들어주세요.

Roy Buchanan가 연주합니다. ‘The Messiah Will Come Again’

 

 

 

 

 

 

 

2

 

 

이곳의 가을은 분주합니다.

겨울작물들을 심고 재배하느라 바쁘기 때문이죠.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은 분주함이 절정에 이릅니다.

노랗게 익은 감귤들을 수확하느라 곳곳이 바쁘고

잘 자란 겨울작물들은 조금씩 수확을 시작합니다.

 

 

침엽수가 많은 이곳에서는 울긋불긋한 단풍을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tv나 sns에 가을풍경이라고 올라온 영상이나 사진들을 보면 다른 나라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가을의 쓸쓸함이나 화려함 같은 걸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저 찬바람이 불어오고 기온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이와 산책을 하다가 어느 전봇대에서 발견한 모습입니다.

담쟁이 같은 게 전봇대에 붙어서 살아가다가 한해를 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울긋불긋한 모습이 제 마음을 살짝 건드리더군요.

이렇게 늦가을의 정취를 잠시 느껴봤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앞에서 블루스를 들려드렸으니 이번에는 재즈를 골라봤습니다.

이런 식의 선곡이라면 오늘 방송은 좀 고급진 방송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헤헤헤

‘배장은 &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이라는 재즈밴드의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밴드이름이 뭔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어려운데요

이들이 연주하는 곡도 이름만큼 만만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곡을 가만히 듣다보면 마음속에 따뜻한 기운이 슬며시 들어차는 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길 바래봅니다.

‘배장은 &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의 ‘감출 수 없는 비밀’입니다.

 

 

 

 

 

 

3

 

 

겨울이 되면 감귤나무들도 추위에 대비해야 합니다.

다른 품종들은 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에 겨울나기에 대한 고민이 없지만

제가 재배하는 품종은 봄에 수확하기 때문에 겨울을 잘 견뎌야 합니다.

 

 

그렇다고 월동준비라고 할 만한 건 특별히 없습니다.

볏짚 같은 게 있다면 나무 주변에 깔아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죠.

열매가 부풀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20일에 한 번씩 칼슘제를 뿌려주고

나무가 목마르지 않게 아주 가끔 물을 주는 게 겨울철 관리의 전부이기는 합니다.

아주 드물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게 되면 열매가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 열풍기를 작동시키기는 하지만

그건 기계가 알아서 하는 거니까 가끔 기계를 살피기만 하면 됩니다.

 

 

비교적 따뜻한 곳이라서 겨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는 한다고 해도

사람이 추위를 느끼듯 나무도 추위를 느낍니다.

특히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겨울철 바닷바람이 아주 매섭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바닷쪽 비닐을 내려서 조금이라도 바람이 덜 들어오게 합니다.

그래봐야 큰 난방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무가 조금이라도 덜 추우라고 이렇게 하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는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그런대로 견딜만한데

어느 날 훅하고 추위가 들이닥쳐 버리는 요즘 같을 때는

몸이 추워지는 것보다 마음이 앞서서 더 추워지는 법이죠.

오늘 이 방송이 그저 한쪽 비닐을 내려서 바람을 살짝 막아보는 정도의 온기라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이하이의 ‘한숨’)

 

 

 

4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이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겨울이 돼서 추워지니까 개들은 추위를 안타서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개들도 겨울이 되면 춥습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다리를 쫙 뻗어서 편하게 누워서 지냈지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까 몸을 웅크려서 지냅니다.

아무리 털이 있다고 해도 추위를 못 느끼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그래도 밖에 나갈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사람처럼 두꺼운 옷도 안입고 신발도 안신지만

밖에 나가면 기분 좋아서 펄쩍펄쩍 뜁니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펄쩍펄쩍 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민이는 지난주부터 장갑을 끼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아침에는 손이 시리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옷을 껴입고도 손이랑 발에 또 다른 걸 끼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갈 수만 있다면 성민이가 뭘 껴입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생각해봤습니다.

겨울이 되면 개도 춥지만 사람들도 춥겠구나.

사람들은 몸에 털이 없으니까 개보다 더 춥겠구나.

옷을 껴입고 손에 장갑을 껴도 몸에 털이 있는 것보다는 춥겠구나.

그렇게 추운데 나를 위해서 매일 산책을 나가주는 성민이가 고마워졌습니다.

 

 

성민이를 위해서 노래 하나 들려줄게요.

아, 여러분도 듣고 싶으면 같이 들어도 됩니다.

조경수의 ‘행복이란’입니다.

 

 

 

 

 

 

 

5

 

 

지난번 여름에 우리 밭에서 야외콘서트를 했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또 한 번 그런 콘서트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날씨가 추워서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 대신 오늘은 따뜻한 방안에서 즐기시라고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여름에 했던 콘서트만큼 재미는 없지만 그냥 춥지 않고 마음이 편안했으면 합니다.

 

 

제가 성민이랑 같이 살다보니까 음악은 참 많이 듣게 됩니다.

성민이가 듣는 음악을 그 옆에서 억지로 듣게 되는 건데요

이상한 음악에서부터 부드러운 음악까지 다양하게 듣습니다.

그러던 중에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하나 있어서 오늘 마지막 곡으로 골라봤습니다.

 

 

사실 앞에서 들려드렸던 노래는 성민이가 골라준 거였습니다.

성민이를 위한 노래였는데 성민이가 골라준다는 게 좀 웃기지만

뭐 아무튼, 그랬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제가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려고 골랐습니다.

 

 

어느 날 성민이방 앞에 누워서 성민이가 듣는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어떤 노래 하나가 제 마음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성민이만 보면서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산책 나갔을 때 사람이 다가오면 제가 먼저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을 하면서 몇 분에게 귀여움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적도 많습니다.

그렇긴 해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노래 같이 들으면서 저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이랑 같이 노래들으면서 기분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윤선애의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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