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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60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 육십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성민입니다.

 

 

이명 때문에 병원치료를 계속 하고 있지만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치료가 3주차로 접어드니까 의사가 솔직하게 얘기를 하더군요.

 

 

이명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약물로 치료되는 경우는 10% 정도 밖에 안 된다.

약에 대한 특별한 부작용이 없으니 두 달 정도 약물치료를 해보자.

그래도 나아지지 않을 경우 혈관검사를 권유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이명을 안고 살아가야할 수도 있다.

 

 

의사가 이렇게 얘기를 하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밀려들었습니다.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의료쇼핑 하다가 증상만 나빠지지는 않을까?

의사를 믿고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고 판단은 나중에 해야 하나?

그냥 치료를 포기하고 마음을 다스려야할까?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시원한 정보는 없고

머릿속에서 고민을 해봐야 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노화증상들은 조금씩 늘어 가는데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고 요가와 명상을 해보지만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더군요.

그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꼬박꼬박 먹고

득명님이 얘기해주신 이고치기를 매일 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치료를 위해 생활을 조심하다보니 그동안 많이 느슨해졌던 삶이 보이더군요.

다시 제 삶의 흐름을 조절했습니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토닥여줍니다.

 

 

명상을 할 때 귓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지만 그 소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호흡이 더 차분해집니다.

요가를 할 때는 귓소리에 신경이 쓰이지 않아서 더 기분이 좋아집니다.

먹거리도 텃밭에서 나는 걸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조금 도움이 됩니다.

아픈 몸을 다독이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더 잘 보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다보면 귓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리는 날이 오지도 않을까요?

아니면 지긋지긋한 비염이 어느날 사라진 것처럼 이명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르겠죠.

이고치기를 빼먹지 말고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처에 있는 쪽파밭입니다.

지금이면 쪽파가 무성하게 자라서 수확을 앞두고 있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버려진 밭에 잡초가 듬성듬성 자란 것처럼 보기에 흉합니다.

쪽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추측컨대 지난 여름 비가 많이 와서 쪽파씨들이 습기 피해를 입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은 주로 겨울농사로 먹고사는데 이렇게 반 이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타격이 큽니다.

저도 농사를 짓는 입장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는 당사자도 어쩔 방법이 없으니 한숨 한번 쉬고 말겠지만...

 

 

 

 

오랜만에 들어와보네요. 잘 지내지는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요. 모쪼록 아버님도 성민씨도 조금이나마 쾌유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지난 방송에 김형숙님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저와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해서 기도해주시겠다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세월호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분들의 기도라서

미안한 마음이 뒤따라오네요.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이 더없이 팽배해지는 요즘

휑한 쪽파밭과 김형숙님의 댓글을 보면서

남을 향하는 마음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3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랑입니다.

요즘 처음 보는 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민이랑 같이 하우스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녀석이 저희 밭 옆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저를 보고 다가오더라고요.

처음 보는 녀석이 겁도 없이 다가오니까 제가 막 짖었습니다.

그래도 그 녀석은 도망가지 않고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피다가 살며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성민이도 밭에서 그 녀석을 봤다는데

덩치도 크고 모양새도 괜찮은데다가 목줄도 하고 있어서

아마 주변에서 기르는 녀석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근처에 조그만 비닐하우스가 하나 생겨서 거기에 개 두 마리가 들어온 것 같았는데

혹시 거기 사는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네요.

그 녀석이 누구건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건 좋은데

남의 집에 불쑥 찾아와서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는 건 싫습니다.

 

 

또 다른 녀석은 산책을 하다가 만났습니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입구에서 처음 보는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녀석이 우리를 먼저 보고 가만히 지켜봤는데

성민이는 혹시 나랑 싸울까봐서 긴장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마디 해야겠는데요

저는 개를 만나면 싸우려드는 그런 성격이 아닙니다.

다른 개를 보면 반가워서 제가 먼저 꼬리를 흔들고 다가갑니다.

물론 가끔 으르렁거리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그건 그 녀석이 먼저 으르렁거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먼저 으르렁거려서 싸운 적은 절대 없습니다.

 

 

아무튼 그랬는데요

다음날 산책할 때도 그 녀석을 또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입구에서 만났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마주치니까 그 녀석이 놀라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성민이 말로는 유기견 같아 보인다고 했는데

저한테 으르렁거리지만 않는다면 저는 그냥 친구로 지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집이 없어서 떠돌던 우정이도

밥 좀 먹을 수 있겠냐고 해서 밥을 나눠주면서 친해졌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사이가 나빠져서 싸우기도 했지만

우정이랑 친구로 지낼 때는 좋았습니다.

 

 

주위에 새로운 녀석들이 보이니까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밥은 먹고 다니는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예전처럼 제가 밖에서 살았다면 밥을 나눠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집안에서 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새로 보는 녀석들이 별 탈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길에서 만나면 인사도하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적의 ‘돌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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