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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25회 – 내 마음에 없는 것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스물다섯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들풀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단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아지를 찾습니다’고 붙여진 전단지에는 귀여운 강아지 사진과 함께 몇 줄의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 빨간색 방울 달린 목줄을 하고 있어요. *목줄이 없을 수 있어요.

-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 쉬할 때 한쪽 다리를 살짝 들고 쉬해요.

-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들며 짖어요.

정작 오토바이에서 사람이 내려면 애교 부려요.

- 쪼그려 앉아 부르면 다리 사이에 들어와 앉아요.

- 시간이 많이 지나 성격이나 외모가 많이 변했을 수 있어요.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진 글을 읽다보니

강아지가 제 곁에서 살며시 꼬리를 흔드는 것 같더군요.

5월 10일에 잊어버린 강아지를 아직도 애타고 찾고 있다고 하니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잃어버린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제 마음도 안타까웠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전단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강아지를 향한 마음이 제게 전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해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제 마음 속 먹구름들도 조금은 걷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디, 이 강아지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래봅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sns에서 화제가 됐던 웹자보입니다.

간결한 문장을 쓱쓱 써내려갔는데 아주 명쾌합니다.

 

 

저는 얼마나 부질없이 사는지를 체크해봤습니다.

여섯 개나 해당되더군요.

관계들에 대해 너무 연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자가진단을 해봤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가야할까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오롯이 나를 챙기며 살아가야 할까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인 상황에서 관계의 거리두기는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요?

모두가 힘들어하는데 거리두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쾌한 웹자보에 공감하면서도

나와 관계를 돌아보며 한 번 더 곱씹어보니

쉽지 않은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음...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과 관계의 거리두기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3

 

 

어느 음악방송에서 정미조의 노래를 듣게 됐습니다.

1970년대에 유명했던 가수였지만 오랫동안 가수활동을 하지 않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 다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의 노래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칠십대에 어울리는 올드한 창법과

예전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케케묵은 가사에

별것 없는 단순한 곡조의 노래인데

그 노래가 귀로 들어오더니 온몸을 휘젓고 나서 마음을 어루만지더군요.

 

 

음, 뭐랄까...

예전 가수라서 옛 스타일을 버리지는 않는데

예전 향수에 묻혀서 자기 과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요즘 트렌드에 접근해서

살포시 내려앉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내공이더군요.

 

 

그 내공에 끌려

노래에 빠져들다보니

노래가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함께했음에 감사하면서 부족함이 없이 헤어질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희 세대에게는 이런 감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성을 갖고 있는 세대가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습니다.

이것이 현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낭만적 판타지라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제 마음 속에 없는 어떤 것을 포근하게 느껴봤기 때문이죠.

 

 

정미조의 ‘석별’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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