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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28회 –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스물여덟 번째 방송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매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놓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래저래 사람들에 치이면서 살아가다보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고

그러다보면 머릿속에서는 험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방송에서는 아름다운 얘기만 하고 있으니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인격체도 아니고...

 

 

이 방송은 그런 내적투쟁의 결과물입니다.

매일매일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방송을 준비하는 순간만큼은 아름답고 선해지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이 가식이나 이중인격이 되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에

또 다른 내적투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내적투쟁을 벌이기 위해

아름답고 선하면서 사랑스러운 동시에 가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책도 그런 책을 찾아서 보고, sns나 유튜브를 보더라도 그와 관련된 검색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게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미소도 지으면서

저도 그런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제 삶이 조금씩 변해가리라 생각해봅니다.

 

 

 

2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인간극장’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인간극장 레전드’라고 과거 방송들을 볼 수 있는데요

여려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같이 웃고 한숨짓고 안타까워하고 즐거워합니다.

 

 

그곳에서 ‘민들레국수집’이라는 곳을 알게 됐습니다.

인천의 쇠락한 어느 동네 구석에 있는 조그만 식당인데

노숙인을 비롯해서 형편이 어려운 주변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흔하디흔한 무료급식소인 그곳에서는

변변히 가진 것 없는 이가 더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해 밥 한 끼를 나눕니다.

사람을 동정으로 대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간다면

보잘 것 없는 그들의 삶속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싹터오는 것을 보여줍니다.

편견에 둘러싸여 멀리 치워버리게 되는 노숙인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민들레국수집이 10여 년 후에 필리핀에서도 문을 열었더군요.

오랫동안 국수집을 운영하면서 인천에서 자리도 잡고 이곳저곳에서 상도 받으면서 알려지자

편안한 노년을 포기하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필리핀으로 날아간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빈민가 아이들을 위해 한 끼 밥을 나누고 있는 겁니다.

 

 

상상하기 힘든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삶 속에서도 밝은 미소가 너무 귀여운 아이들

머리가 희끗하고 몸도 노쇠해지기 시작한 국수집 대표

서로 상처주면서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그 모습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또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세상 가장 누추한 오물덩어리 속에서

퍼져 나오는 사랑의 온기는

제 마음을 흥건하게 적셔놓았습니다.

 

 

 

3

 

 

고재욱의 브런치(https://brunch.co.kr/@jw72ko#articles)는

삭막하고 살벌하고 차가운 이 세상에서

또 다른 온기를 전해주는 오래된 난로 같은 곳입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다가

삶의 누렁텅이에 떨어져서

노숙인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던 이가

우연히 찾아든 시골마을에서 요양원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치매노인과 노숙인들을 돕게 됩니다.

 

 

이미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그들의 얘기를 편견 없이 들을 수 있고

서로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보듬어주고 얼마 되지 않는 온기를 나눠가집니다.

 

 

고재욱씨의 글은

담백해서 술술 익히지만

마지막에 가면

너무 뜨거워서 살짝 뒤로 물러서게 됩니다.

그렇게 물러선 거리만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요.

 

 

고재욱의 브런치에는 그렇게 담백하고 뜨거운 글들이 무수히 쌓여있지만

자주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제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살며시 찾아가서 글 한 편을 읽어봅니다.

그렇게 삶의 온기를 살며시 쬐고 나서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4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의 주제곡은

윤선애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읽는 라디오 네 번째 시즌인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나름 많은 고민 끝에 선정한 곡이었는데

막상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들려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이 방송에 적응하느라 마음을 밖으로 돌릴 여유가 없었는데다가

무더운 여름을 견디다보니 마음의 온기를 찾을 여유마저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은 여유를 갖고 밖으로 눈과 마음을 돌려봐야겠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전해주는 온기를 내 마음에 불어넣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여러분, 외롭고 고단한 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하는데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만 파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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