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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33회 – 슬기로운 농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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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방송 주제를 경쟁사의 프로그램 제목을 이용해서 정해봤습니다. 푸후~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지으면 살아가는 농부의 얘기를 한 번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농사라는 걸 전혀 해보지 않은 제가 나이 들어 귀농해서 농사를 짓다보니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땅을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퇴비 주는 법, 심지어 고추 지지대 세우는 법까지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 다 배워야 합니다.

더군다나 시설하우스 재배를 하다 보니 비닐하우스의 잡다한 수리까지 할 줄 알아야 하니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배우면서 혼자 처리해야할 일들은 널려있는데 제 주위에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가 있을 때는 아버지에게 물어보거나 아버지를 통해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청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옆 동네에 친척분이 있기는 하지만 매번 그 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미안합니다.

 

 

혼자서 해보려고 끙끙거리다가 정 안되면 매제나 친척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 마저도 바쁘다면서 제때 오지 못하면 눈치가 엄청 보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납작 엎드려서 부탁을 하면 며칠 후에 찾아오는데

그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을 손쉽게 처리해내는 걸 보면 몸 둘 바를 모르게 됩니다.

그 와중에 가볍게 던지는 질책성 농담에 마음은 상하지만 몸은 더 낮춰야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제 전화를 은근히 피하거나 저를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것도 느끼지만 다 참아야합니다.

 

 

이런 일들에 마음이 상한다고 자존심을 세워봐야 손해 보는 것은 저일 뿐입니다.

자존심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삶은 자신을 날카롭게 만들어서 주변사람들을 더 멀어지게만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날카로운 바늘로 무장한 고슴도치처럼 세상을 저주하는 괴물이 되어가는 과거의 저로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화내거나 서운해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남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선 듯 나서야 합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나눌 것이 있을 때는 흔쾌히 나눠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저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토라지면 안 됩니다.

그래야 서로 편하게 같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어떤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귀농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초보딱지를 때기에 부족함이 많은 저는

이제 서서히 무지렁이 농부가 되는 공부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2

 

 

 

동네에 먼 친척뻘 되는 삼촌이 계신데

최근에 모습이 보이질 않기에 아는 분에게 어찌된 건지 물어봤더니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한 달 전쯤까지만 해도 얼굴을 보고 인사를 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니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삼촌의 부인도 2년 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놀랐었는데...

 

 

노인들이 많은 이 동네에서는

자주 보이시던 분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끔 가서 물어보기도 했던 분인데

이렇게 돌아가시고 나니까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평소에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삼촌을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것이 지난 8월경이었습니다.

수박이랑 참외 몇 개를 들고 찾아가서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반가워해주시던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삼촌이 돌아가실 때 저를 떠올리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억 속에 삼촌과의 마지막 모습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다행입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급적이면 마지막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네요.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달에 심어놓은 겨울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는 맛으로 사는데요

가을 태풍 때문에 애써 심어놓은 모종들이 죽어버린 밭이 많습니다.

그중에도 이 밭은 모종의 반이 죽어버려서 이 모습을 보는 저도 속상해집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거라도 잘 키워서 수확하려고 하는 건데

올 겨울에 양배추 가격이라도 잘 나왔으면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밭도 태풍 때문에 모종이 듬성듬성 죽어있었는데

아예 밭을 갈아엎어 버렸습니다.

무슨 마음으로 이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름부터 모종을 키우고 사람들 구해서 애써 심어놓았는데

한 달 만에 갈아버리려니 그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풍피해를 받지 않은 취나물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파릇파릇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즐거워집니다.

취나물은 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서 조금 힘든 편인데

그래도 별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으니 좋네요.

 

 

저희 밭은 아니지만 주변 밭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즐거워지기도 하는 것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그저 바라보는 제 마음이 이럴진데

당사자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은

농부들은 이런 것에 크게 마음 상하지는 않습니다.

수확이 잘 나오면 기분 좋아하고

수확이 안 나오면 ‘내년에 더 잘해봐야지’ 하고

재해를 당하면 ‘올해는 어쩔 수 없네’ 하며 훌훌 털어버립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배워가는 삶의 자세입니다.

 

 

 

4

 

 

그러고보니 저도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게 없는 사람입니다. ㅋ 더 정확히 그런 생각조차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구요. ^^ 잘 듣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방송을 보고 득명님이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특별한 것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게 다가왔나 보네요.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긴 짧은 댓글을

무지렁이 농부가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뭐, 그렇게 살아가자고요.

 

 

오늘 방송을 마치면서 들려드릴 노래는

그리스 전통가요 하나를 골라봤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경쾌한 춤곡인데요

가사도 아주 단순하고 경쾌합니다.

익숙지 않은 그리스어이니만큼 번역문과 함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안녕히가세요.

 

 

 

@ Σ' αυτή τη γειτονιά (우리 이웃들은)

 

 

 

Σ' αυτή τη γειτονιά

우리 이웃들은

και βράδυ και πρωί

저녁과 아침에

περάσαμε και χάσαμε

허비하고 낭비하네

ολόκληρη ζωή

우리 모든 인생을

 

 

Σ' αυτή τη γειτονιά

우리 이웃들은

μας πήραν οι καημοί

우리를 슬프게 만드네

μας πήραν και μας πρόδωσαν

우리를 체포하고, 우리를 배신하지

για μια μπουκιά ψωμί

빵 한 조각을 위해

 

 

Σ' αυτή τη γειτονιά

우리 이웃들은

μες στο μικρό στενό

작은 골목에서

χαθήκαμε και ζήσαμε

죽어가고, 또 살아가네

μακριά κι απ' το Θεό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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