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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62회 – 제주로 떠나는 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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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유채꽃 사진을 보다가.. 20여년전 제주도에 면접시험 보러갔다 숙소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 회색 흙바닥이어서 엄청 놀랬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한평생 황토색 학교 운동장 바닥만 보고 살았는데.. 잿빛 운동장을 본 충격. ^^ 시험은 떨어졌습니다. ㅋ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지난 방송을 듣고 남겨주신 득명님의 메시지로 오늘 방송 시작해봤습니다.

득명님은 왜 제주도까지 면접시험 보러 갔었을까요?

그때 합격했으면 제주도에서 살고 계실까요?

제주도의 이미지는 아직도 잿빛운동장으로 남아있나요?

이런 궁금증들이 연달아 일어나다가 갑자기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국면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제주로 떠나는 음악여행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자, 마음의 준비되셨나요?

그럼 비행기 타고 출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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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쪽빛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미사여구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이 바다 속에 내 감정의 쓰레기들을 모두 쏟아내 버린다면 환경오염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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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실컷 바라보며 마음을 뻥 뚫고 나서 마을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시골인데도 카페와 민박, 식당 같은 것들이 많아 조금 실망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고즈넉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주도 특유의 낮은 돌담과 오래된 집이 편안한 시골내음을 피우고 있습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돌담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봤습니다.

저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조용히 속삭이던 돌담은

제가 떠나지 않고 계속 옆에서 귀를 쫑긋거리니까

저 들으라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들국화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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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노래를 듣고는 뻘쭘해져

마을을 벗어나 인적 드문 밭길을 걷고 있는데

다자란 보리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날렵하면서도 여유로운 그 모습이

파도와는 또 다른 마음의 일렁임을 안겨줬습니다.

저렇게 꼿꼿하면서도 여유롭게 살고 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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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밭들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조금 더 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말 한 마리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와 마주쳤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에 긴장했는지 계속 저를 쳐다보기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늠름한 포즈를 잡고 있는 말이 너무 멋있어서

다가가 발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또 들국화의 ‘제발’을 들을 것 같아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은 저를 의식하지 않고 다시 편안하게 풀을 뜯어먹기 시작하더군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만히 말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바다에 쏟아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쓰레기들이 다시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 하나를 들었습니다.

 

 

 

(김기태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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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가까워지면서 안개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맑기만 한 날씨보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도 나름 여행의 매력으로 느껴지더군요.

안개 낀 시골길을 걸으면서 차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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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점점 짙어져서

밤이 되어서는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늦은 오후의 여유로운 안개와 달리

조금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짙은 안개 속에 있다 보니

안개가 저를 완전히 감싸버렸습니다.

 

도시를 떠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했지만

교감하기보다는 겉도는 발걸음이었고

내 마음 속 감정의 찌꺼기들을 흘려보내려고 했지만

바람에 실려 다시 내 마음 속으로 돌아와 버린 그곳에서

짙은 안개는 모든 것의 경계를 없애버리고

조용히 저를 감싸버렸습니다.

 

John Denver와 Plácido Domingo의 ‘Perhaps Love’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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