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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64회 – 마음속에 채워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

 

 

 

1

 

오늘도 읽는 라디오의 볼륨을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일상에서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짧은 온정을 나누며 살아보자고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계산할 때나 버스를 타고 내릴 때 ‘고맙습니다’라고 한마디를 남기자고 했었죠.

두 달 전에 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고는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는데 잘 되지가 않더라고요.

 

그런 삶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지 않아서 매번 의식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가끔 생각이 나서 인사를 하지만

편의점이나 커피숍 같은 데서는 계산에 집중하느라 무덤덤하게 나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편의점이나 커피숍 점원들은 거의 매번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제 행동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상대가 나이가 많은 남성 기사님보다 나이가 젊은 여성 점원이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래서 내 무의식 속에 젊은 여성 점원의 서비스를 좀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생각이 자리를 잡은 것일까요?

그런 것이라면 심각한 편견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 무의식 속에 굳건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이 편견을 걷어내려면 좀 더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녀야겠습니다.

특히 편의점이나 커피숍 같은 데서 계산할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내 마음 속에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진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이렇게 의식을 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죠.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제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2

 

지난 겨울부터 공을 들여서 해오던 일이 끝났습니다.

일이 끝난 홀가분함과 뿌듯함이 교차하는 속에

조금 있으면 일에 대한 대가도 지급이 되기 때문에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지급되는 금액이 적어서 조금 속상한 것도 있지만

오래간만에 목돈을 만질 수 있어서 이래저래 마음이 셀레는 것도 사실입니다.

 

돈을 받으면

그동안 빌렸던 돈을 우선 갚아야 하고

안경교체 같은 미뤄뒀던 지출도 해야 하고

일정 금액을 저축하기도 하고

가족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여유가 있으면

조카들에게 용돈도 듬뿍 주고

새로운 ott서비스에 가입도 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오래된 의자도 좀 더 안락한 것으로 교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잔득 세우다보니

지출항목이 계속 늘어나기만 하더군요.

그러다가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계획했던 것에서 하나씩 빼기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ott서비스는 필요 없는 지출이기에 빼고

의자는 좀 더 쓸 수 있으니 역시 빼고

조카들 용돈은 액수를 대폭 줄이고

이웃을 위한 기부도 작은 정성으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목돈이 들어왔다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봤지만

제 씀씀이의 크기만을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잠시나마 욕망의 크기가 부풀어 오르기도 했지만

곧 제자리를 찾아 가라앉았습니다.

제 씀씀이를 유지하면서 적절한 욕망으로 편안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볼일이 있어 찾은 아파트 창밖으로 비둘기가 보였습니다.

저 높은 곳에서 무섭지는 않은지

다소 뜨거운 햇살이 따갑지는 않은지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이 매섭지는 않은지

괜한 걱정이 넘실거리는데

비둘기는 제가 바라보든 말든 무심하게 앞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 작고 가느다란 발목이

그 모든 것을 지탱하기도 하고

하나씩 날려 보내기도 하겠죠.

그런 비둘기를 보고 있으려니

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비둘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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