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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회 – 여름의 끝자락에서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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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 눈이 뜨입니다.

눈을 뜨면 누운 상태로 음악도 듣고 명상도 하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날씨를 확인하고 아침을 먹고 사랑이와 산책까지 다 하고나서

하우스에 들어가 일을 합니다.

할 일들은 많지만 더운 날씨에 욕심 부리지 않고 매일 조금씩 일을 해나갑니다.

아침 9시가 넘어서면서 하우스 안 온도가 40도에 이르면 밖으로 나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사랑이와 함께 팽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책을 보며 땀을 식힙니다.

땀이 식어서 몸에 다시 활력이 찾아오면 텃밭에서 채소도 따고 잡초도 뽑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에 다시 땀에 젖으면 집으로 들어가 샤워를 합니다.

샤워를 마친 개운한 상태에서 미지근한 물로 속을 다스리고 침대에 편안하게 앉아 책을 봅니다.

 

낮이 되면서 뜨거운 열기가 본격적으로 몰려오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점심준비를 합니다.

텃밭에서 따온 오이, 참외, 고추, 부추, 토마토 같은 것들로 만든 간단한 냉국으로 점심을 먹노라면

사랑이도 슬금슬금 자기 밥그릇으로 다가가 같이 밥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까지 다 끝내고나면 그날 일을 다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잠시 들여다봅니다.

그러다가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눈이 풀리기 시작하면 침대 위로 올라가 눕습니다.

 

30분 정도 달달한 낮잠을 자고 나서 추가로 30분 정도 여유로운 뒹굴거림을 하다보면 오전의 고단함이 싹 달아나죠.

다시 책을 집어 들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조선시대 화가 김득신의 그림 한 점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곳저곳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땡중이 소나무 그늘 아래서 달디단 낮잠을 자고 난후 하품과 기지개를 시원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보니 땡중 같아 보이는 스님은 옛날 중국에서 보따리 하나 들고 돌아다니다가 탁발로 얻은 물건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자비의 삶을 살았던 유명한 분이라고 하더군요.

감히 그런 분과 저를 비교하는 것이 쑥스럽기는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도 더없이 개운하고 편안해서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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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동안 각종 채소와 과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텃밭을 정리했습니다.

아직 열매가 달려있는 가지와 오이는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남겨뒀습니다.

울창한 밀림 같던 곳이 쓸쓸한 황무지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각종 넝쿨과 잡초들이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다 정리하지는 못하고 며칠에 걸쳐서 밭을 갈아야 하겠네요.

 

해마다 이맘때면 이렇게 밭을 정리하지만 여름작물을 정리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 더위가 남아있는데다가 몇 가지 작물은 더 수확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겨울작물을 심어야 하기에 밭을 정리해야 합니다.

밭을 정리하고 나면 어느 곳에 뭐를 심어야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수확시기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안쪽에 심어야 할 것과 바깥쪽에 심어야 할 것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 여름작물에 대한 아쉬움들은 사라지고 몇 달 후 수확하게 될 겨울작물들이 기다려집니다.

이렇게 여름이 끝나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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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그림으로 유명한 김명국의 또 다른 달마 그림입니다.

그림 제목은 ‘달마절로도강도’라는 하는데 ‘달마가 갈대 한 잎 타고 강을 건너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붓으로 쓱쓱 흘려 그린 그림이 견습생이 심심해서 낙서한 것 같아 보입니다.

이 정도 그림이라면 저도 조금만 연습하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는 환동還童을 서도의 으뜸으로 칩니다.

어수룩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도 그렇게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격려합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최고의 예술입니다.

 

 

신영복의 글이 이 그림과 딱 들어맞습니다.

이 방송을 즐기고 계신 여러분과 함께 갈대 한 잎 타고 여유롭게 강 위를 돌아다니고 싶네요.

 

 

 

(불고기디스코의 ‘YA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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