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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2회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될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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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발견한 그림입니다.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자연과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메시지를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전달하는 힘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오만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무리에서 떨어진 외톨이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서로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될 수 없어

혼자서 덩그러니 떨어진 채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외톨이 말이죠.

 

그 외톨이들이 칼을 들고 거리로 나서며 뉴스의 중심에 선 요즘

그들과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뿐입니다.

이렇게라도 외톨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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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동조합의 재정사업 소식을 접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추석’과 ‘생계비’와 ‘김’이라는 단어가 너무 친숙해서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재정사업을 하는 곳이 ‘아사히비정규직지회’였는데 이곳의 이름도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노동운동에 대해 관심을 끈 지 오래 돼서 최근의 현황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10년 가까이 투쟁을 하고 있고 올해 들어 투쟁이 더 어려워져있더군요.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거리에서 10년의 세월을 버틴다는 것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재정사업을 벌여 생계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단가도 높지 않고 현장의 반응도 그리 좋지 않을 김을 팔아야 한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복직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현실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투쟁의 일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은

세상에서 떨어져 외롭게 고립돼 있는 이들을 신경 쓰지 않지만

그들의 투쟁이 고립되는 것은 또 다른 외톨이들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그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조금이라도 연결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

 

남자 : 헝가리에 이런 말이 있어요.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여자 : 도움이 된다고요?

 

남자 : 쉬운 길을 택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도망치는 게 부끄럽긴 해도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 일에 대해서는 이론도 반론도 듣고 싶지 않아요.

 

여자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남자 : 그래요.

 

여자 : 맞아요. 도망쳐서라도 살아남자고요. 이의를 제기할 때가 아니에요.

 

 

일본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여러분은 이 대사가 어떻게 다가오시나요?

 

예전에는 혼자서 도망치는 건 동지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한 번도 도망치지 않고 최전선에서 버텼는데 어느 순간 뒤로 밀려나 버림받게 된 후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이 무서워서 싸우기를 포기하고 도망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나를 돌아보니 성폭력을 저지르고 도망치기를 반복했던 제 모습도 보이더군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에서 멀어졌더니 삶은 서서히 편안해져서 도망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도망칠 곳도 없고 싸울 힘도 없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칼을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봅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10년 동안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봅니다.

그들에게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설지 모르겠네요.

 

 

 

(버둥의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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